유대인 극장
이성아 지음 / 강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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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9명의 작가가 함께 펴낸 옴니버스 소설집 선량하고 무해한 휴일 저녁의 그들중 이성아 작가의 글을 접하고 내처 나는 당신의 바다를 항해 중입니다라는 산문집까지 읽었다.

  개인의 취향일테지만 부연 설명이 길고 화려한 수식어가 가득한 문체를 싫어한다. 해서 군더더기 없이 할 말만 하는 글이 맘에 들었다. 알고 보니 장편소설 밤이여 오라로 제주 4·3평화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가였다. 역시...!

  그렇게 알게 된 작가가 얼마 전 단편 소설을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책을 구매했다. 표지가 예뻐 눈이 가고, 독특한 추천사에 내용이 더 궁금해진 책, ‘유대인 극장이다.

 

  추천사를 쓴 류근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소설을 끊었었다. 주변성과 사변성에 머물면서 개미지옥처럼 지리멸렬과 권태의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소설에 질렸다. 군더더기도 배타적인 중얼거림도 없이 능란하게 오가는 소설은 짐짓 충격이었다. 이런 소설 좀 위험한 거 아닌가? , 나 소설 끊었는데......!”

 

  그렇다. 나 또한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지독한 F형인지라 괜시리 있을 법한 이야기에 혹해 쉽게 반응하고 이입되어 심란해하며 생각이 많아지는 게 탐탁치 않다. 물론 유쾌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겠지만, 어쨌든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 실제는 아니었으므로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추천사에 이런 글이 올라온다면... !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8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아버지의 편애로 일종의 피해의식을 가져왔던 주인공. 하지만 실은 그 편애 속에서 힘들었던 언니의 삶을 느끼며 폴란드 할머니에게 받았던 혐오를 언니에게 되돌렸던 것은 아닌지 자책하는 유대인 극장. 탈북자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우리 시대의 아픈 현대사 혹은 현재의 보수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어둡고 참혹한, 안타깝다 못해 마음이 답답해지는 천국의 난민’, ‘그림자 그리기’, ‘리영광 씨가 오늘도 걷는 까닭은’, ‘삼합닭곰집에서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배경으로 한 소울 키친’, ‘스와니강’, 가부장적 남편과 자폐아의 이야기가 나오는 베이비시터’. 어느 하나 결코 밝은 내용들은 아니다. 그렇기에 배경에서 오는 무게감과 연민은 자칫 내가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로 귀결될 수 있는 충분함이 있다. 허나 내가 느낀 이 소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서툰 연민과 감상을 넘어서는 담담함. 이것은 작가의 글솜씨가 한몫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담백하게 감정을 묘사하는 글들은 자칫 깔끔하다 못해 조금은 냉정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슬프면서도 그 슬픔이 나락으로 가지 않는,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그래도 어느 한구석 희망을 바라게 되는, 그런 온기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배경에서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는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다른 상관물과 내용으로 어우러져 진부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편의 이야기를 동시 다발적으로 읽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 난 소설 잘 안 읽는데... 이런 소설, 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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