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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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당연했던 이가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의식을 잃고 있을 때

반질한 대리석에 비친 선명한 백색 빛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

귓가에 잔영처럼 앰뷸런스의 소란스런 굉음이 내 심장을 자극하고 있을 때

다시는, 다시는 이전과 같은 감정으로 내방 창문에 서있을 수 없겠구나 하는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감정과 비슷한 결의 쓸쓸한 잔물결이 내 발목을 스치고 지나는 걸 느꼈다.

에쿠니 가오리는 1964년 도쿄 태생이다. 만 58세. 담백하고 세련된 글을 읽을 때 작가는 분명히 젊은 여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거의 6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흔히 말하는 대가들의 완고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소개에도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독자에게 사랑을 받는 작가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는 충분히 대가라 칭할 수 있을 만큼의 작품과 수상 경력 그리고 인기를 지니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본 소설을 가끔 읽긴 했지만 하루키를 제외하곤 익숙지 않은 낯선 이름 때문에 책을 덮으면 쉽게 잊어버렸다. 이번에는 어떨지 나 스스로도 궁금하다.

옮긴이는 신유희 씨로,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책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소설을 한데 모아 묶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에피소드마다 분량이 다르다. 짧은 건 6페이지 남짓 되어 이도 저도 아닌 밍숭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나마 단편이라 부를만한 글은 '선잠'과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반짝반짝 빛나는' 소설의 뒷얘기)'이다.

단편마다 시점은 대부분 1인칭이다. 다만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만 시점을 전지적 시점일 뿐.

시점의 주인공은 모두 여자다. 작가가 여자라서 그런 걸까라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내놓은 많은 작품들 모두 여자가 주인공은 아닐 테니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여자여야만 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구절이 있어서 바닥에 던져놓은 책을 다시 들어 펼쳤다.

연인과 헤어졌는데도 나는 지난 한 달 동안 아주 잘 지냈다.

물속 같아지는 해 질 녘 풍경을 바라보며 우울해지는 '히나코', 붉은 반점이 솟아나 부풀은 허벅지에 우울해지는 '교코', 자신을 변명하며 애써 똑바로 서려는 '미요', 삶이 의도치 않은 곳으로 흘러 골치인 '치나미'.

이들은 이별이란 운석이 부딪쳐 망가지고 결핍된 자신의 공허를 흩어내려 감정을 과소비한다. 그리고 대체물을 찾아 알을 품은 암탉처럼 온기를 묻히지만 이내 마음의 방향이 틀렸음을 깨닫는다.

특히 '선잠'의 히나코는 스스로가 오롯하고 꿋꿋하다 생각하지만, 높은 절벽에서 벼랑 아래로 부유하며 사방이며 갈고리를 휘젓어 의지할 곳을 찾는 자신을 발견한다. 휘적이는 갈고리질이 의미 없다 깨달은 그녀는 무겁게 짓눌렀던 여름을 보내고 결국 홀가분해진다.

책을 읽다 보면 쓸쓸한 멍울이 가슴을 응어리지게 만들어 먹먹하게 한다. 섬세한 감정의 변주에 집중하다 어느 순간 괜한 한숨이 나온다. 수긍은 못하지만 어쩔 수 없는 그런....

파도가 잔잔한 묵직한 바닷물에 손을 넣어 휘저으면 그때만 내 물리력만큼의 파장만 일어난다. 단지 그때뿐이다.


그런데 왜일까? 왠지 몇 년 전 본 미국 여성 상업 잡지의 가십난을 읽어본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쓸쓸하고 섬세한, 그리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를 찾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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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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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섬세한, 그리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를 찾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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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 classic edition 1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성혜 옮김 / FIKA(피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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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WINNIE-THE-POOH(곰돌이 푸)"는 1920년 영국 아동문학 작가가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이 가지고 놀던 인형들에 생명을 넣어 만든 동화책이다.

어릴 적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가끔 보던 빨간 티셔츠를 입은 노란색 곰과 봉제 인형 같은 당나귀, 아르마딜로마를 닮은 날씬한 돼지 그리고 호랑이. "곰돌이 푸"는 디즈니에서 만들었다 생각했는데, 동화책이 원본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빨간 머리 앤이 원작이 " Anne of Green Gables"인 것처럼.

책 표지에 누적 판매 7천만 부,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동화책 "곰돌이 푸"라고 소개돼 있다. 한 세기 동안 꾸준히 인기를 받는 이유는 원작 때문일까 아니면 애니메이션 때문일까? 솔직히 내 생각을 말하자면, 동화책의 곰돌이보단 푸근하고 귀여운 인상을 주는 디즈니 캐릭터만 알고 있었는데, 내 생각엔 아마도 디즈니 캐릭터 때문에 원작도 지금까지 인기를 유지한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1882년 영국 태생인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아들을 위해 쓴 동화책이다. 그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극작가로 1920년 "곰돌이 푸"의 등장인물이자 실제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태어난 후 아들을 위해 어린이책을 쓰다가 아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들에 생명을 불어 넣어 곰돌이 푸를 만들었다. 동화책 곰돌이 푸를 읽다 보면 확실히 그가 아들을 위해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잠을 자려 누워 있는 아이의 머리맡에 앉아, 아이에게 숲속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정히 들려준다. 이야기의 첫 부분에서 에드워드 베어(위니 더 푸)를 한 손에 든 아이에게 꿀을 좋아하는 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동화는 시작된다.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현실에선 불가능한 동화적 상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책의 속표지에 푸와 피글렛 등 동물 친구들이 사는 숲의 지도가 그림으로 소개되어 있다. 또한 지금 동화책과는 다른 소박하고 담백한 동물 삽화가 페이지마다 삽입되어 있다.

이 그림은 삽화가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가 그렸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곰돌이 푸",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 있다. 요즘 동화책처럼 화려하고 원색적인 사치스러운 그림이 아니고,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군내 나는 오래된 책들에 삽입된 삽화 같은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약간 거칠고 투박한, 마치 판화 같은 그런 예스러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고풍스럽고 예스럽기에 더욱 느낌이 새롭고 좋았다.

곰돌이 푸(위니 더 푸)는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동화책이다.

순박하고 착하지만 어수룩한 푸, 상냥하지만 소심하고 겁 많은 꼬마 돼지 피글렛, 푸에게 '뭐든 잘 아는 친구'라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는 수다쟁이인 올빼미 아울, 비관적이며 우울한 회색 당나귀 이요르, 똑똑한 척하지만 허술한 래빗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여운 루를 사랑하는 캥거가 "위니 더 푸"에 등장하는 동물 친구들이다. 그리고 듬직하고 똑똑한 크리스토퍼 로빈이 숲속 동물들의 친구이자 해결사로 나온다.

평소 동화책은 펼쳐보지도 않아서, 막연히 어린애를 위한 책이려니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곰돌이 푸를 읽다 보니 조금 황망스러웠다. 말도 안 되는 대화, 불가능한 상황, 불합리한 해결, 시작과 끝따윈 없는 서사구조.... 머릿속으론 어린애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평소 습관대로 논리와 서사를 찾고 있었다. 어지러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그냥 어린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준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금 힘들긴 했다.

위니 더 푸(곰돌이 푸)는 꿈과 희망을 보여주는 동화책이 아니다. 그저 소소한 숲속 동물 친구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동화책이다. 그리고 간혹 회색 당나귀 이요르나 화자의 입을 빌려 교훈을 주기는 한다. 숨 막히는 긴장과 서스펜스 따윈 기대하지 말고, 언젠가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읽는다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밋밋하고 황망한 서사구조에 어지러움을 느낄 것이다.

빨간 티셔츠를 볼록한 배에 걸친 귀여운 노란 곰돌이 푸를 디즈니의 슈퍼스타가 아닌 예스럽고 고풍스러운 삽화와 다정하고 상냥한 문체로, 푸와 크리스토퍼 로빈과 피글렛 등 상냥한 동물친구들을 만나보길 원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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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 classic edition 1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성혜 옮김 / FIKA(피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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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티셔츠를 볼록한 배에 걸친 귀여운 노란 곰돌이 푸를 디즈니의 슈퍼스타가 아닌 예스럽고 고풍스러운 삽화와 다정하고 상냥한 문체로, 푸와 크리스토퍼 로빈과 피글렛 등 상냥한 동물친구들을 만나보길 원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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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날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4
카롤린 라마르슈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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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버려진 한 마리의 개. 버린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개의 날

예전에 한번. 4차선 상하 차선을 구분하는 노란 선 위에 고립되어 본 적이 있었다. 하물며 나 혼자가 아닌 초등학생, 여자 조카와 함께.

형수님에게 조카와 함께 식당으로 오라는 전화를 저녁 무렵에 받았다. 그래서 삼선 슬리퍼를 신고 조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아파트, 우리 집에서 식당으로 향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아파트 정문으로 길게 우회에서 육교를 지나 다시 거슬러 가는 방법, 다른 하나는 내가 사는 동의 현관 옆에 있는 아파트 뒷문을 통해 나가서 4차선 도로를 횡단해 식당으로 가는 방법이다.

하나는 안전하지만 번거로웠고, 다른 하나는 시간은 짧았지만 무단횡단을 해야 했다. 평소 뒷문을 자주 이용했었던 나는 거리낌 없이 뒷문으로 방향을 틀었고, 어린 조카 역시 별 이견 없이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 보도블록 위에서 오고 가는 차들이 신호가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시간이어서 그랬는지, 차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상하차 선의 신호도 엇갈리는지 좀처럼 건널 틈이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아래와 위 차선을 겹눈 질하다가 위 차선의 차들이 없어졌고, 아래 차선 차들도 드문 해진 순간에 조카 손을 잡고 도로를 재빨리 건넜다. 도로 반대편을 노리며 서둘러 움직였지만, 결국 도로 중앙의 노란 선 위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하수구를 향해 쇄도하는 하숫물처럼 차들이 여러 교차로에서 쏟아져 나왔기에...

그때 차라리 나 혼자였다면 차들 사이로 보이는 틈으로 재빨리 건넜을 텐데, 어린 조카의 작고 여린 손을 잡고는 차마 그런 곡예를 버릴 수는 없었다. 나와 조카를 사이에 두고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차들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과 풍압에 두려움이 절로 났다. 차들이 빠른 속도로 세찬 바람을 찢을 때 날카롭게 처절하게 지르는 바람의 비명소리에 자연스레 몸이 움츠러 들었고, 스쳐 지나는 바람에 혹여 조카가 쓸려나갈까 두 손으로 꽉 껴안고 있었다.

나와 조카를 가느다란 노란 선위에 고립시켜 둔 채 양쪽에서 질주하는 차들에게 느껴지는 두려움에 생전 처음 자동차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저렇게 빠르게 내달리는 차가 혹시 실수라도 하면... 빠르게 엄습하는 두려움에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렸다.

잠시 후 아래 차선에서 신호가 걸려 차들의 질주가 멈추고, 우리는 안전하게 반대편 보도블록을 밟을 수 있었다. 대략 30초 정도였을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기억하기 싫은 순간이었다. 나뿐 아니라 어린 조카까지 위험에 빠지게 했다는 자책감에 빨리 그 순간이 끝나기만을, 아래에서 신호 불빛이 빨리 바뀌기만을 기도했었다.

나는 중앙분리 지대를 따라 미친 듯이 달려가는 개를 분명히 보았다.

개는 두렵지 않았을까?

압도적인 질량과 속도로 도로 위를 질주하는 커다란 물체들이.

카롤린 라마르슈는 1955년 벨기에 태생으로 로망어 문헌학을 공부한 뒤 벨기에와 나이지리아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1996년 첫 장편소설 "개의 날"을 출간하여 벨기에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빅토르로셀상을 수상했다.

옮긴이는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용경식 씨가 맡았다.

"개의 날" 첫 장을 넘기고 읽다 보면 다소 어리둥절 해진다. 뭐지? 동물보호단체 이야기인가? 아니면 그냥 망상? 명확히 이어지는 이야기가 없고, 쓸데없는 망상과 상상을 좋아하는 사람(트럭 운전사)의 넋두리가 맥락 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처절할 정도로 묘사된 도살장 동물들의 발버둥 장면에 순간 글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달리는 것도 모른 체 조그만 철장에 갇혀 주는 사료만 먹으며, 안온하게 살아왔던 동물들이 무정하게 재촉하며 찔러대는 쇠꼬챙이와 죽음에 대항해 생전 처음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 마치 눈앞에 그려지는 듯 선명하다.

이 책은 단편들이 여러 개 모여있는 것처럼 독자들을 착각하게 한다. 도로 위를 달리는 개를 소재로 하여 각자 다른 에피소드처럼. 하지만 책이 전반부를 넘어가 중반으로 넘어갈 때 즈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각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모두 같은 장면을 본 게 아닐까? 그리고 책의 끝부분에서 내 의심이 맞았다는 확신이 드는 구절이 나온다.

에피소드의 주인공 6인이 같은 자리에서 도로를 질주하는 개를 함께 목격한 장면이 나온다. 또한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그들 외양을 묘사했기에, 그들에 대한 궁금증이 다소 해소가 된다. 그리고 뒤로 가면 한번 그들이 교차하는 장면이 한번 더 나온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궁금해졌다. 도로를 질주하는 개는 과연 두렵지 않았을까?

설마? 두렵지 않았을 리가? 개도 물론 두려웠을 것이다. 자신을 위협하듯 주변을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는 커다란 쇳덩어리가 무섭지 않을 리가. 하지만 자신을 위협하는 커다란 덩어리보다 더 무서운 게 있었을 것이다.

두려움! 주인(평안과 안전, 먹이)을 잃었다는 당혹감에 주인의 행방을 찾아 질주했을 것이다. 자신을 도로에 버리고 떠난 주인을 향한 원망보단 자신을 잊었다는 주인에 대한 걱정에 흩어지기 시작한 냄새를 쫓아 미친 듯이 도로 위를 질주했으리라 조심스레 추측한다.

그리고 이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개를 안쓰러워하기보단 자신의 망상 속 욕망의 대체물로 바라본다. 걱정과 안쓰러움보단 신에게 거세되어버린 욕망을 찾아서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여인을 쫓는 60을 바라보는 사제, 버림받기 전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하려는 여인, 죽음을 갈구하며 도로 위를 질주하던 동성애자, 마지막으로 자신만을 생각하며 어린애처럼 구는 모녀.

나는 이들이 하는 행태를 보며, 한심한 망상과 욕망에 괴로워하는 인간들을 향한 작가의 꾸중(?)처럼 보였다. 치기 어린 행동과 망상에 고개를 흔들 정도였다. 작중인물 중 나와같은 망상과 욕망을 꿈꾸고 있는 모습이 나와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있었던 소설이다.


글은 형이상학적인 관념을 주절대는 일인칭 독백 형식으로, 소설보단 산문시처럼 보일 정도로 운율이 있고 다소 어지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인물들의 망상과 고집 그리고 고통의 표현으로 이해하면 수긍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사연과 욕망, 고통을 지닌 인물들의 내면을 부서지는 신기루처럼 몽롱하고 처절하게 원색적으로 담아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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