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초판본 WINNIE-THE-POOH classic edition 1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성혜 옮김 / FIKA(피카)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WINNIE-THE-POOH(곰돌이 푸)"는 1920년 영국 아동문학 작가가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이 가지고 놀던 인형들에 생명을 넣어 만든 동화책이다.

어릴 적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가끔 보던 빨간 티셔츠를 입은 노란색 곰과 봉제 인형 같은 당나귀, 아르마딜로마를 닮은 날씬한 돼지 그리고 호랑이. "곰돌이 푸"는 디즈니에서 만들었다 생각했는데, 동화책이 원본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빨간 머리 앤이 원작이 " Anne of Green Gables"인 것처럼.

책 표지에 누적 판매 7천만 부,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동화책 "곰돌이 푸"라고 소개돼 있다. 한 세기 동안 꾸준히 인기를 받는 이유는 원작 때문일까 아니면 애니메이션 때문일까? 솔직히 내 생각을 말하자면, 동화책의 곰돌이보단 푸근하고 귀여운 인상을 주는 디즈니 캐릭터만 알고 있었는데, 내 생각엔 아마도 디즈니 캐릭터 때문에 원작도 지금까지 인기를 유지한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1882년 영국 태생인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아들을 위해 쓴 동화책이다. 그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극작가로 1920년 "곰돌이 푸"의 등장인물이자 실제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태어난 후 아들을 위해 어린이책을 쓰다가 아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들에 생명을 불어 넣어 곰돌이 푸를 만들었다. 동화책 곰돌이 푸를 읽다 보면 확실히 그가 아들을 위해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잠을 자려 누워 있는 아이의 머리맡에 앉아, 아이에게 숲속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정히 들려준다. 이야기의 첫 부분에서 에드워드 베어(위니 더 푸)를 한 손에 든 아이에게 꿀을 좋아하는 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동화는 시작된다.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현실에선 불가능한 동화적 상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책의 속표지에 푸와 피글렛 등 동물 친구들이 사는 숲의 지도가 그림으로 소개되어 있다. 또한 지금 동화책과는 다른 소박하고 담백한 동물 삽화가 페이지마다 삽입되어 있다.

이 그림은 삽화가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가 그렸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곰돌이 푸",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 있다. 요즘 동화책처럼 화려하고 원색적인 사치스러운 그림이 아니고,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군내 나는 오래된 책들에 삽입된 삽화 같은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약간 거칠고 투박한, 마치 판화 같은 그런 예스러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고풍스럽고 예스럽기에 더욱 느낌이 새롭고 좋았다.

곰돌이 푸(위니 더 푸)는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동화책이다.

순박하고 착하지만 어수룩한 푸, 상냥하지만 소심하고 겁 많은 꼬마 돼지 피글렛, 푸에게 '뭐든 잘 아는 친구'라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는 수다쟁이인 올빼미 아울, 비관적이며 우울한 회색 당나귀 이요르, 똑똑한 척하지만 허술한 래빗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여운 루를 사랑하는 캥거가 "위니 더 푸"에 등장하는 동물 친구들이다. 그리고 듬직하고 똑똑한 크리스토퍼 로빈이 숲속 동물들의 친구이자 해결사로 나온다.

평소 동화책은 펼쳐보지도 않아서, 막연히 어린애를 위한 책이려니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곰돌이 푸를 읽다 보니 조금 황망스러웠다. 말도 안 되는 대화, 불가능한 상황, 불합리한 해결, 시작과 끝따윈 없는 서사구조.... 머릿속으론 어린애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평소 습관대로 논리와 서사를 찾고 있었다. 어지러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그냥 어린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준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금 힘들긴 했다.

위니 더 푸(곰돌이 푸)는 꿈과 희망을 보여주는 동화책이 아니다. 그저 소소한 숲속 동물 친구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동화책이다. 그리고 간혹 회색 당나귀 이요르나 화자의 입을 빌려 교훈을 주기는 한다. 숨 막히는 긴장과 서스펜스 따윈 기대하지 말고, 언젠가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읽는다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밋밋하고 황망한 서사구조에 어지러움을 느낄 것이다.

빨간 티셔츠를 볼록한 배에 걸친 귀여운 노란 곰돌이 푸를 디즈니의 슈퍼스타가 아닌 예스럽고 고풍스러운 삽화와 다정하고 상냥한 문체로, 푸와 크리스토퍼 로빈과 피글렛 등 상냥한 동물친구들을 만나보길 원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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