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 (합본) - 중세 철학 전문가가 들려주는 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
박승찬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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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7년 전이다. 당시 이 책을 읽고, 그리고 2권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지냈던 기억이 난다. 주변에 홍보도 많이 하고, 가톨릭에 관심이 있는 친구에게 선물도 했다. 개신교인에게도 선물을 해줬다. 읽고 나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책은 많지만, 내가 읽은 책을 널리 전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은 드물다. 마치 이 책은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듯한,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리고 많은 순교 성인들이 증거하고 싶어하는 그 복음의 힘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읽을수록, "나만 알고 있으면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선명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수님께서 "네가 가진 것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라."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지금 접하고 있는 건 두 권의 책이 하나로 합쳐진 모습의 책이다. 본래 두 권으로 나뉘어, 마치 신약과 구약으로 나뉜 분권의 형태에서 지금은 성경처럼 통합된 모습으로 내게 왔다. 과거에 두 권을 읽은 사람이라도 이 책은 성경의 가치만큼 훌륭한 책이므로,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성경을 그냥 읽는 건 정말 어렵다. 그리고 지루하다. 성경은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근동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경전이다. 그리고 로마와 이집트와 페르시아, 시리아와 같은 강대국의 영향을 받던 정치적인 면도 담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수의 신자들이, 성경을 접하며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잘 와닿지도 않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대충 흘려 버리기 일쑤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해준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시킬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은 이 책을 접하고, 성경을 접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고대부터 중세까지의 근동과 유럽의 역사, 문화사, 예술, 정치에 대해 두루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접하고 있는 성경이 어떤 자취를 지니고 있는지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기독교사에 길이 남을 학자들과 교부들에 대한 이야기. 수도원과 관련된 이야기 등 범기독교적 지식을 빈틈없이 메울 수 있는 내용으로 알차게 채우고 있다.

다시금 이 책을 접하게 되어서 감격스럽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박승찬 교수님의 따뜻한 설명과 정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세상에 전하고자 하셨던 것들을 조금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가톨릭에 관심이 있거나, 또는 개신교인이거나 상관없이 이 책을 꼭 읽기를 권한다. 무신론자든 타종교든 상관없이 인류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대한 기독교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끝으로 이 책을 다 읽고나면, 평소에 책장에만 모셔두던 그 성경이 더 귀하고 빛나게 보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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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게네스에게 영성을 묻다 - 영성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윤주현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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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현 신부님께서 2년만에 영성에 대한 두 번째 책을 내셨다. 이젠 시즌별로 '영성 시리즈'를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2년 전에 윤 신부님께서 쓰신 『영성, 하느님을 바라보다』를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영성에 대한 이해와 개념을 잘 간직하며 살 수 있었다.

이 책의 테마, 그리고 이 전의 책의 테마는 공통분모는 '영성'이다. 1권에 해당하는『영성, 하느님을 바라보다』는 영성에 대한 입문서라면, 2권에 해당하는 이번의 책은 심화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먼저, 윤 신부님께서 두 권에 걸쳐 다룬 이 영성은 무엇일까? 윤 신부님이 쓰신 『영성, 하느님을 바라보다』의 내용을 추려보면,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성을 표현한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우리 각자를 향한

하느님 사랑에 대해 우리 각자가

그분께 드리는 고유한 사랑의 표현 방식...

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내용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영성은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

으로 정리할 수 있다.

책의 이름에 등장하는 오리게네스 성인은, 교부학자로서 가톨릭 교리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위대한 신학자나 성인들은 셀 수 없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오리게네스 성인을 다뤘을까. 이 성인의 삶이 영성을 키워가는 전형으로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육체와 정신을 지닌 존재다. 둘 중에 어느 것이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간의 학습효과를 반영하듯 '정신'이 중요하다는 대답을 하곤 한다. 그런데 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을 보노라면 육체를 위한 삶을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도 육체이며, 그리고 그 육체를 돋보이기 위해 소비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뿐인가?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접하는 수 많은 컨텐츠도 단말적인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들을 접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다. 실제로는 육체를 더 아끼면서, 대답과 생각은 정신이라고 하는 것이다.

영성을 키우는 것은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이끌어, 삶을 살 수 있게 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나게 만드는 육체를 가꾸는 일이다. 또한 육체를 기능하게 만드는, 육체를 제어하는 정신도 가꾸는 일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기 때문이다.

내적인 부분, 즉 정신과 영혼에 대한 보살핌과 수련의 방법은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 그리고 인문서를 읽으며 사유하며 고찰하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외적인 부분, 신체에 대한 보살핌과 수련의 방법은 내적인 부분의 수련을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를 통해 육체의 욕구를 제어하며 절제하는 것으로 이룰 수 있다. 오리게네스 성인은 그렇게 살았다.

오리게네스 성인의 생각을 잘 담은 부분은 광야에서의 40년간의 생활이다. 이스라엘인들이 모세의 영도로 광야에서의 40년은 내적인 수련과 외적인 수련을 도모한 중대한 사건이다. 40년이란 시간은, 현대의 인간에게도 의미가 있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시기이며, 인간이 지닌 모든 기능이 성숙해질 시기이다. 인간의 나이 40세는 그런 의미가 있고, 광야에서의 40년도 그런 의미가 있다.

신앙의 여정은 삶이라는 사막을 거치며

하느님의 신비를 끊임없이 발견해 가는

여행과 같습니다.

우리는 그 삶 속에서 수많은 만남과

사건을 통해 끊임없이

신앙의 도전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본문 175페이지 중

영성을 키워가는 삶은,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이 하느님처럼 살기 위한 과정이다. 시간으로 표현하면, 인생이라는 긴 시간이 적당하다. 단편적으로 기간적으로 정해둘 수가 없다. 늘 살면서 쌓아가는 수덕의 과정이라고, 윤 신부님이 본문에 적으셨는데 난 이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수덕이란, 정신과 육체과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의 행위들을 뜻한다. 욕구와 욕망을 절제하며 옳은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수덕이며,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 하느님에게 더 가까워지는 삶이다. 인간은 언젠가, 하느님의 곁에서 그분처럼 영원히 살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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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탄생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아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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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에 엔도 슈사쿠 선생의 『예수의 생애』를 읽고 난 후, "예수님의 참된 모습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곤 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그 책의 내용들을 떠올리며 끼워 맞춰보기도 하고, 내 스스로 답을 내보기도 했다. 그리고 『예수의 생애』의 후속인 『그리스도의 탄생』을 읽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여러 온라인 서점을 찾았으나, 이미 절판이 된 지 한참이 지난 터였다. 게다가 중고로 거래되고 있는 책은 너무 고가에 거래되는 터라, 원서를 사서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사실 최근까지도 아마존을 드나들며 살까말까 고민을 하던 차에, 가톨릭출판사에서 재 출간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기쁘고 들뜬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토록 『그리스도의 탄생』을 찾고 읽고 싶었던 이유는 전작이 가져다 준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충격이란 표현이 다소 과할 수 있으나, 내 느낌을 적절히 표현할 만한 낱말이 '충격'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예수의 생애』에서는, 제목 그대로 예수님의 30년 남짓한 삶을 보여 준다. 다만,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복음서를 기반으로 한 예수님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흰옷을 입고 우아한 동작으로 설교하시는 예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기적을 베푸시는 모습도 없다. 그저 힘든 이들 곁에서 함께 있어 주고, 아픈 이들 곁에서 묵묵히 함께 해줄 뿐이다. 무기력한 한 남자로서의 예수를 보여준다. 소설가의 상상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게, 엔도 선생은 성서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 못해 전문가 수준인 사람이다. 각 복음서의 내용들을 유추하고 끼워 맞추는 그 능력을 보노라면, 그가 말한 예수님의 모습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그 나약한 예수님을 변함없이 믿고 있다.

이번에 접한 『그리스도의 탄생』은 역시 제목에서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먼저 '그리스도'는 다양하게 해석되는데, 왕, 기름 부음을 받은 자, 구세주, 구원자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공통점은 '힘이 있는 자'라는 뜻이다. 보통 신자들은 '예수'와 '그리스도'를 혼용해서 쓰는데, 혼용해서 써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외연만 다르지 내연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그리스도는 예수님의 절대적 모습을 다루지 않는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면서 박해를 받고, 그럼에도 그 뜻을 관철해 갔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담고 있다. 정의를 한다면 종교로서의 '그리스도교'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다룬 책이라 할 수 있고, '그리스도'의 의미는 '교회'라는 의미로 정리할 수 있다.

예수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여러 제자들, 특히 사도들은 예수님의 성공과 몰락 그리고 부활을 모두 경험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신비로운 일들을 목격한 행운아들이다.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사도들의 이면에는, 예수님을 여러번 배신한 어두운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 어두움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채, 그리스도교의 시대를 열고자 했다. 예수님이 하던 대로 행동하면 똑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예수라는 이름을 드러내는 순간, 마찬가지의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떻게든 예수님처럼 살고자 했다. 그 원동력은 예수님이 보여 주신 '부활'이 가져다 준 힘이었다.

소극적이나마 예수님의 행동을 따르던 사도들을 대신해, 새로운 예수의 모습을 한 이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스테파노였고 바오로였다. 이 두 남자는 예수님을 만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예수님의 행동과 말씀을 누구보다 바로 이해했다. 스테파노가 예수님처럼 살다가 돌에 맞아 죽었다. 바오로는 예수를 부인하던 인물이지만, 회심한 이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예수님을 증거했던 인물이다. 역시 죽었다.

제자들, 사도들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다. 그리고 삼 일만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를 사랑하는가?"라는 세 번의 질문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승천하신 예수님을 대신해서 죽게 된 스테파노와 바오로의 죽음을 통해, 부활을 세 번 경험했다. 예수님, 스테파노, 바오로의 행동과 죽음이 가져다 준 큰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그들은 변화했다. 그리고 모두 비참하게 죽었으며, 죽음으로 예수님을 증거했다. 그 후, 많은 이들이 우리가 아는 대로 대박해 시대를 온 몸으로 견뎌냈다. 죽고 죽어도 견뎌 냈다. 우리나라에서도 19세기 대박해 시대를 견뎌 냈다. 예수님의 부활은, 그 정신을 잇는 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져서 끝없는 부활을 이끌어 내며 이를 이어주고 있다. 그리스도란 부활을 통해 점점 완성되어 가는 무리를 뜻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교회를 또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면 불완전하고 한숨 쉴 일만 가득한 것 같지만, 그리스도의 모습과 그 의미는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진행되어 간다. 시대에 맞는 옷으로 갈아 입었을 뿐, 하느님의 나라를 이룩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는 수많은 예수들에 의해서 말이다.

끝으로, 그리스도인이라면 신자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이라 평한다. 자신이 믿는 그 분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한 자신이 섬기는 종교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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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영혼의 빛
안셀름 그륀 지음, 조규홍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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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만큼 변화무쌍한 것도 없을 것 같다. 문학 작품이나 영화에서나 지고지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등장하지, 실제 우리 주변에는 항상 변함없는 마음으로 사는 이를 만나는 건 복권에 당첨될 확률만큼 보기 드문 일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자신의 내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은 분명 올곧은 마음을 바탕으로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아집으로 세상을 왜곡시켜 볼 경우 모든 것들이 다 부조리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삶은 마음가짐에 따라 황금처럼 빛나는 가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마음가짐에 따라 기쁜 일이 많아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 마음이 문제다. 또는 생각이 문제다. 하느님께서 주신 이 한 번뿐인 삶 속에서 만나는 수 많은 것들을 황금처럼 가치 있게 볼 수 있도록 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어제까지는 그저 그랬던 것들이, 작은 변화를 바라는 용기로 인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 용기를 가진 순간이 내 삶의 결절점이 된다. 부정적이고 불안정한 내면에 질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륀 신부님은 이 책에서, 우리 주변에는 황금이 많이 있음을 제시한다. 다름 아닌 우리의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이 그렇고 자연이 그렇다. 또한 기쁨이라는 가치에 대해서도, 우리의 삶 속에서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가치임을 예의 자상한 말로써 전해준다. 대학자이며 철학자이며 사제인 그륀 신부님의 깊은 성찰과 체험에서 얻어진 결과물들을, 글로써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든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읽는 동안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내 생각의 습관과 생활 속에서 놓치고 있던 나쁜 태도들도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삶의 결절점을 정할 때는 지금임을 깨닫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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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심장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지음, 김혁태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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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고 덮는 그 행위는 책 안의 지식들을 섭취하고 이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눈으로 읽고 마음 속으로 묵상하며,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의 삶의 원천이자 생명의 근원인 하느님의 말씀을 실제로 듣는 것은 매우 힘들기에, 우리는 성경을 접하며 각자의 신심을 키워 나간다. 『세계의 심장』에서는 하느님이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정말 살아 계셨을 때, 이렇게 말씀하신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생동감있게 들린다.

이 책은 읽기 편한 책이 아니다. 은유가 많은 문장으로 인해 난해하다. 집중해서 읽기에 버거운 책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실제 하신 말씀이라 생각하게 되자, 눈으로 접하는 긴 문장들이 소리처럼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의 제목에 언급된 '심장'은 생명의 상징이자, 마음의 상징이기도 한 신비로운 존재이다. 책 내용은 복음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읽기 편한 문장이 아님에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다. 영원한 생명이신 예수님께서 우리 삶에 임재하시고, 수난을 겪으신 다음 부활에로의 과정을 담고 있는데, 부활절을 앞둔 사순 시기에 읽으면 매우 좋을 것 같다.

번역을 해주신 김혁태 신부님께서 원문에는 없는 주석을 매 장마다 달아 주신 것도, 이 책을 읽는 데 큰 도움이 되며 대강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아마 신부님께서 주석을 달아주지 않으셨더라면, 난 이 책을 읽다가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겨우 이 책을 다 읽고 책을 덮는 순간, 꽤나 뿌듯했다. 오르기 힘든 산이 오르고 난 뒤의 기분이 좋듯, 읽기 힘든 책이 주는 그 성취감은 매우 크다. 여러 번 책을 펴고 덮는 그 행위 속에서, 나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받아들이려 노력했으며 내 마음에 새기는 데 일정 성공했다. 그리고 세상을 위해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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