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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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상한 일이지만, 바로 그 순간까지 나는 건강하고 의식 있는 사람의 목숨을 끊어버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죄수가 웅덩이를 피하느라 몸을 비키는 것을 보는 순간, 한창 물이 오른 생명의 숨줄을 뚝 끊어버리는 일의 불가사의함을, 말할 수 없는 부당함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는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있듯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모든 신체기관은 미련스러우면서도 장엄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내장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피부는 재생하고, 손톱은 자라고, 조직은 계속 생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교수대 발판에 설 때에도, 10분의 1초 만에 허공을 가르며 아래로쑥 떨어질 때에도, 그의 손톱은 자라나고 있을 터였다. 그의 눈은 누런자갈과 잿빛 담장을 보았고, 그의 뇌는 여전히 기억과 예측과 추론을 했다. 그는 웅덩이에 대해서도 추론을 했던 것이다. 그와 우리는 같은 세상을 함께 걷고,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2분 뒤면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중 하나가 죽어 없어질 터였다. 그리하여 사람 하나가 사라질 것이고, 세상은 그만큼 누추해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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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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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뒤에서 서둘러 다가오는 발소리가 나더니 누가 내 팔을 두드렸다.키 작은 스코티였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우릴 쫓아온 것이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녹슨 깡통 갑 하나를 꺼내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신세 진 걸 갚으려는 사람의 표정 같았다.
"자 이거, 친구." 
그가 다정하게 말했다. 
"자네한테 담배를 좀 빚졌잖아. 어제 나한테 선심을 썼지. 아침에 나올 때 부랑자 감독이 내 담배꽁초 갑을 돌려주더라구, 친절은 베풀면 돌아온다니까. 자 여깄네."
그러면서 그는 내 손에 눅눅하고, 다 썩어빠지고, 구질구질한 담배꽁초 4개를 쥐여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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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팔로비치 유랑 극단
류보미르 씨모비치 지음, 김지향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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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철갑상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지요! 
대팻밥 속에다 넣고 당신이 옷을 입혀 튀겼던 것처럼! 몇 달 동안 방은 환기를 안 해서 먼지가 온 집 안을 뒤덮고 있고, 사방이 먼지로 허여스름한데, 거미줄이 집 안 전체에 쳐져 있군요! 곧 가을이 되는데, 당신의 신발 위에는 봄에 묻은 진흙이 아직 그대로군요! 창문에 온 통 죽은 파리 새끼들이 달라붙어 있어요!
당신 옷의 단추는 떨어져 있고, 그 자리에 옷핀을 꽂았군요. 집안 구석구석에 머리카락과 빗들이 흩어져 있고, 찻간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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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팔로비치 유랑 극단
류보미르 씨모비치 지음, 김지향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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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여러 극장들에서 훌륭한 무대 기술을 보았지만, 내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어! 내겐 물 고기가 배보다 더 큰 기적이고, 한 마리제비가 비행기보다 더 큰 기적으로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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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온통 집중하도록 해봐.
일단 한 번 집중이 잘되면... 하찮은 냄비 하나 갖고 도 기적을 만들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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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33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박찬일 옮김, 박상순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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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모든 페이지마다 승리가 나온다.
승리의 향연을 누가 차렸는가?
10년마다 위대한 자가 나온다.
거기에 드는 비용을 누가 댔는가?

수많은 보고들.
수많은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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