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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산북스 #다시태어나도엄마딸 #스즈키루리카 #천재작가
주인공 다나카는 엄마와 둘이 산다. 엄마가 아빠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냥 엄마의 반응에 대한 추측으로 아빠를 범죄자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빠를 누구의 집에나 있는 '장식장 안의 해골' 정도로 치부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말을 억지로 끌어내는 것은 좋지 않아요.
진실을 전부 아는 것이 꼭 좋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알아버리면 알기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니까요."
세상 누구보다 씩씩하고 밝은 두 사람이다. 엄마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육교 아래 사는 노숙자 아저씨다.
"그야 이십 년 넘게 혼자 그렇게 살잖아?
다른 사람과 관계도 맺지 않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면서 뭘 하지도 않고 그냥 뭘 하지도 않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어.....
기온이 사십 도에 육박하는 실외에서 열사병에 걸리지 않고,
눈이 잔뜩 내려서 얼어 죽을 것 같은 아침에도 동사하지 않잖아.
예방주사도 맞지 않았는데 독감에도 안 걸리고
음식물 찌꺼기들을 먹어치우는데 식중독에도 안 걸려.
신주쿠 주변처럼 노숙자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줄곧 혼자야.
상상도 못할 고독이지....
그 아저씨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정말 단단한 사람이야.
극한과 극서에서 살아남는 강인한 신체와 강철 같은 정신력을 겸비한 사람이지."
다나카 엄마가 삶을 포기하러 했던 미카미에게 해준 말 이 글 읽고 울었다.
"슬플 때는 배가 고프면 더 슬퍼져. 괴로워지지
그럴 때는 밥을 먹어. 혹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 이리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또 배가 고파지면 또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만큼 사는 거야.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
이 책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다. 스즈키 리카는 14살 작가이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이 나이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소설 속 엄마의 입을 통해 인용한 글이 19세기 미국 시인도 나온다.
"추위에 떤 사람만이 햇볕을 따듯하게 느낀다. - 월트 휘트먼"
일본의 출판계도 부럽다. 우리나라도 초등학생 글을 출판해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가능할까 싶다.
그리고 14살 때 난 뭘 했지 기억해보면 일본은 만 나이니 중학교 2학년, 아마 이때 마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한 권 읽고 기고만장했던 시절 같다.
오히려 안 읽는 것보다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 그게 바로 내 이야기였던 것 같다.
아들만 둘인데.... 이런 딸 부럽다.
정말 멋진 소설 잘 읽었다. 스즈키 루리카의 글을 앞으로도 계속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