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셰익스피어 -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 꺼내 읽는 삶의 지혜 한 학기 한 권 읽기 1
한기정 지음 / 그린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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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37편의 희곡을 썼고, 그 속에 1200명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중 한 등장인물일뿐인 햄릿을 연기하는 방법이 1000가지가 있다고 한다. 16세기에 활동한 지구 반대편 먼 나라 영국의 작가의 작품이 내게 무슨 의미를 가질까?

 

한기정은 셰익스피어 전문가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모든 희곡을 대부분 16세기 영어 원문으로 다 읽었을 뿐아니라, 셰익스피어에 대해서 후대 사람들이(예를 들어, 장 자크 루소, 칸트, 사르트르 등) 분석한 글들까지 대부분 섭렵하였다. 한기정은 오늘날의 대중이 삶에서 부딪치는 인간관계를 그가 가진 셰익스피어 렌즈를 통해 보았다. ‘요즘으로 말하면...’이라고 하면서 지금의 나와 연결하는 통로를 제시한다. 그래서, 그동안 소문으로 셰익스피어를 들었거나, 학교 다닐 때, 셰익스피어를 좀 읽었다는 분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16세기적인 시각으로 해석하지 않고, 철학이나 민주주의나 자본주의가 발달한 현대의 시각으로 볼 때, 셰익스피어의 선구자적 통찰력이 더욱 드러난다고 한다. 클레오파트라나 베니스의 상인의 포샤는 최근의 페미니스트적인, 또는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볼 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마찬가지로 햄릿을 우유부단의 대명사로 인식한다거나, 샤일록은 인정머리 없는 냉혈한으로 간단하게 알고 있는 우리들에게 한기정은 셰익스피어가 그렇게 단순한 작가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바보나 광대에 대해서 한기정이 제시하는 새로운 해석은 대중민주주의에서 민중의 역할과, 문화의 맹아인 놀이가 지닌 허세, 조롱, 자유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콩쥐팥쥐의 계모나 춘향전의 변학도를 얘기하면, 우리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려는지 안다. 글을 쓰고 읽고, 대화를 할 때 우리는 언어를 사용한다. 언어를 구성하는 단어들의 뜻에 대해서 서로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좀더 큰 것이 속담이고, 그것보다 좀더 큰 덩어리는 이야기이다. 서로 공유하는 이야기 덩어리를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원형이라고 하였고, 이는 집단 무의식속에 자리잡는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의 신화는 서구문화에서 중요한 원형이라고 한다. 그 원형들이 다양하고, 인간사()의 다양한 면을 담고 있을수록 그 문화의 두께는 두터워진다.

 

16세기에 인류는 새로운 원형탄생의 빅뱅을 일으킨 위대한 작가를 만났으니 셰익스피어이다. 셰익스피어가 만든 새로운 단어중 옥스퍼드 사전에 등록된 것이 1700개이고(manager, gossip, critic, hurry, bedroom, fashionable 등등), 원래 있던 단어들에 새로운 뜻을 추가한 것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하나님 다음으로 사람을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들었을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인간관계의 조합은 더욱더 큰 수가 된다. 그 관계가 시작되고 진행되고 끝을 맺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소설이 아니고 희곡이므로 모든 내용이 대사로 전달된다. 소설과 달리 희곡에서는 등장인물의 마음속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의 대사와 몸짓으로 그들의 속마음을 짐작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희곡은 소설보다 오늘날의 MZ 세대에게도 중요하다.

 

오늘날의 MZ는 누구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가상공간에서 만난다. 게임의 한 종류인 MMORPG은 수천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게임이다. 게임은 다양하고 한기정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선악, 사랑, 복수, 야망, 질투, 명예, 권력, 위기, 배신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인간의 문제가 농도깊게 나타난다. 더군다나, 최근에 Z세대들이 많이 참여하는 메타버스에서는 자신의 아바타(‘부캐라고 한다.)를 만들어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살고 있다. 부캐는 다른 부캐를 만난다. Z세대를 모르는 윗 세대들은 사람들과 관계를 끊고 이기적이고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지만, Z세대들은 전 세대들이 같은 나이대에 만났던 사람수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또는 부캐들을 만나고 있다. 게임에서, 메타버스에서... 여기에서 인싸(인사이더)’인프루언서가 되는 것이 Z세대들의 꿈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는 그들에게 중요한 재료를 제공할 수 있다. 세련되고 깊이있는 부캐나 메타버스속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만드는 원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한 시대를 위한 작가가 아니라 모든 시대를 위한 작가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Z세대에게 셰익스피어를 소개할 것인가이다. 이번 책에서 한기정의 고민은 여기 있었다. 작은 폰트로 464쪽이었던 전작 셰익스피어를 읽자가 학문적 가치가 있는 셰익스피어 연구서였다면, 셰익스피어와 인사하기 정도되는 이번 책이 나온 배경도 아마 그런 고민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하고 싶으면 또 죽어라고 한다. 셰익스피어라는 폭탄을 그들에게 터트리기 위해 심지가 필요하다. 모쪼록, 한기정이 원하는대로 셰익스피어가 그들에게 꼭 찾아보아야 할 성지(聖地)’가 되고, 그들의 대화에서 셰익스피어가 상식적인 원형이 되면 좋겠다. 그리하여, 2, 3의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뻥뻥 터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셰익스피어가 가장 강조하는 인간의 품성이 공감이라고 한다.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라는 책도 있지만,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공감이다. 그 무엇보다도 셰익스피어를 통해서 MZ세대들이 공감의 능력을 키워, 무게감 있고, 깊이 있고, 향기로운 삶을 살면 좋겠다. 한기정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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