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세트 - 전4권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신일용 지음 / 밥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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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용의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말레이시아 국기와 미국 국기는 거의 비슷하다. 어느 것이 원조일까? 당연히 미국 국기라고 생각하겠지만 말레이시아 국기가 원조인 걸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건 장학퀴즈 문제로 나오기 좋은 문제의 하나일뿐일까? 이것은 우리의 세계관이 근본적으로 잘 못 되어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동남아시아를 잘 못 알고 있었을 뿐아니라, 수백년전부터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미쳐온 서구 국가들의 겉과 속을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책의 제목은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이다. 이는 호기심 충족과 교양의 문제이전에 신남방정책을 표방하는 우리 미래의 문제이다. 2PM의 닉쿤과 전세계 연예인 유튜버 구독순위 2위인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는 태국출신이다. 축구감독 박항서는 베트남의 국민영웅이다. 우린 이정도로 동남아를 이해한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10개국은 2015년에 AEC(ACEAN 경제공동체)가 되었다. 규모에 있어서 EC에 버금가고, 경제성장율을 훨씬 높다. 주식을 한다면 동남아시아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 EC가 만들어지고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력은 급격하게 올라갔고, 그리스와 스페인의 경제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비슷한 변화가 AEC에도 닥칠 것이다. 이 책은 그 변화의 격랑에서 저 아래 도도히 흐르는 심해의 해류를 알려준다.


자원 부국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세계 4위인데, MZ 세대가 전 인구의 53%를 차지하며,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인구는 세계 4위이다. 중국에서는 페이스북과 구글 사용금지이다. 1970년대 후반 불온서적으로 판매금지되었던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전환을 제기했지만, 2022년에 사는 많은 이들의 생각은 군부독재 정치가 심어 놓은 친미, 반공 등 냉전시대의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코페르니쿠스 인식전환을 해야 한다. 깊이 있는 연구와 숲과 나무를 보는 폭넓은 사고를 하는 신일용이 3년 간 칩거하며 내놓은 이 책은 동남아시아가 세계에서 위치하는 정확한 좌표를 찍어준다. 그런데 그 위치가 우리가 생각했던 위치와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무엇보다 신일용은 삼성종합상사의 직원으로, 임원으로 30여년간 수십차례 동남아를 방문하며 경험한 디테일에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쌀국수의 고수처럼 더해서, 이 책을 한번 잡으면 끝까지 놓지 못하게 한다.    


신일용 화백은1986년에 처음으로 동남아시아에 발을 밟았다고 한다. 그가 해병대 장교로 제대한지 불과 몇 년 지났을 때이다. 그의 나이20대 후반, 1974년에 100억달러이던 수출액은1980년대 후반 1천억 달러가 되었다. 삼성종합상사 삼성맨들의 패기가 충만할 때이다. 이 책에서 나레이터는 아마 그때쯤 본인인 거 같다. 수백년간 동남아시아인들과 애증을 쌓아온 서구 유럽국가들과, 몇년간 그들을 지배했던 일본과 경쟁해야 했을 거다. 몸과 마음이 정말 바빴을텐데, 그는 수백년 그들의 역사에 대한 두꺼운 책들을 때로는 영어 원서로 읽어 나갔다. 역사의 승자가 쳐넣은 MSG를 논리적으로 제거해나가면서 읽어야 했으니 매우 지적인 작업이었을 것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반얀트리의 그늘에서 프란지파니 꽃 향기를 맡으며


그의 전작 아름다운 시대, 벨레 에포크에서는 작자와 독자간에 서로 공유하는 컨텍스트가 꽤 많이 있었다. 우리가 세익스피어도 알고, 모짜르트도 알고, 고호도 알고, 나폴레옹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자와 우리가 공유하는 것이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4권중 1권은 지리부터 시작한다. 성경이 창세기로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물은 연결하고, 땅은 가로막는다.’ 2권에서는 그 물과 땅에서 꽃피웠던 화려한 역사가 나온다. ‘랑쌍(백만마리 코끼리)’를 몰고 인도차이나 반도를 휩쓴 랑쌍왕국, ‘앙코르 와트가 상징하는 잊혀졌던 그 역사가 펼쳐진다. 이때쯤에는 많은 생소한 단어들이 익숙하게 된다. 이 단어들의 어원설명은 참으로 감칠 맛이 있다. 4권 전체 1200쪽인데 거의 매 페이지에서 새로운 인물 또는 새로운 용어가 나온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물길을 통해 많은 침략자들이 들이닥쳐서 수탈하고, 역사의 물줄기와 국경선을 억지로 뒤흔든 얘기는 3권에 나온다. 4권을 읽으면 베트남 호치민군의 승리의 기쁨과 최근 미얀마 사태의 안타까움에 공감하게 된다.


동남아시아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있을 것이다.


베트남은 세계 1위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미국을 어떻게 굴복시켰을까?

여러 가지 선진국 지표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싱가포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60년대말 장충체육관을 건설한 필리핀이 어떻게 후진적인 나라가 되었나?

축구에서 우리와 자웅을 겨루던 버마가 어떻게 비참한 얘기만 들려오는 미안마가 되었을까?

태국은 어떻게 왕이 있는 입헌군주제를 유지할 수 있었고, 식민지가 되지 않았나?

동남아시아에는 중국인들이 왜 이리 많으며, 경제권은 어떻게 그들에게 집중되었을까?

ASEAN 나라 중 어느 나라 주식을 사는 것이 좋을까?


믿고 보는 신일용의 인문교양 만화가 답해줄 것이다. 쏠쏠한 재미는 덤! 4권을 덮고 나면 우리의 머릿속에서 연결되지 않은 점과 점으로 기억되어 있는 동남아시아가 입체적으로 살아 용틀임하는 그 무엇이 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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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nghill11 2022-03-10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고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필리핀의 도움을 받아 장충체육관을 지었다는 것은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합니다

suh 2022-06-2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수십년을 그렇게 믿고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