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걷으면 빛
성해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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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65세 부머세대 남성이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진보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으니, 대책없는 꼰대이거나, ‘해맑은 낙관주의자일 수 있다. 작가가 UndoOK boomer의 아빠에게, ‘김일성..’의 엄마에게 “OK boomer~”라고 해주어서 고맙다. 이 책에 있는 여러 소설은 결국 가족관계를 포함한 인간관계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그린다. 그런데, 세상은 급하게 변하고 있으므로, 그 끈을 살리는 것이 저절로 되지 않고, 과거의 방법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이 멀티버스의 시대에서 이미 우린 다른 행성에 도착해 있기 때문이다나의 가족이 나에게서부터 저만치 떨어져 나가게 하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하였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제 그 거리가 아주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가가고 대화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두 개의 행성간에 순간이동이 가능한 웜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그것이 another ‘아프니까 청춘이다일까? 그것은 이 책을 읽으며 판단해보기 바란다.


가족들의 구성원 각자각자는 변화된 세계에서 서로 다른 면을 부딪히고 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기 어렵다. 모두 변화의 속도에 적응할만하면 또 변화하므로 안정된 숙성에 도달하기 전에 먹어치우고 마는 김치와 같다. 이들간의 갈등을 그릴 때, 기득권자인 부머에 대한 원망이 될 가능성이 큰데 이 책에서는 이해의 손을 뻗어준다. 관계가 파괴한 관계를 회복하는 관계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않다. 나는 대책 없는 속물이라 작품을 망치더라도 손쉬운, 그리고 통속적인 해피엔딩으로 맺었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은 이미 죽은, 또는 우리가 죽인 파랑새를 살리는 방법이 될 수 없다. 쳇바퀴를 또 다시 돌릴 뿐이다. 거의 평행으로 달리는듯하나 나선형으로 같이 상승하는 시스템을 상상해야 한다.

 

Undo 되지 않는 건 가족관계이다. 위선이라도 하려 하는 친구 노력이 봐줄만하지 않나 생각해보았는데, 그것이 우월과시로 느껴져서 벽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비겁해지지 못한 엄마는 누구나 귀환할 수 있는 가정을 지킨다. 6개월에 한번 정도 돌아오는 아빠도 ONS(one night stand) 앱을 이용하는도 언제나 돌아와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호에게서 보듯 그것은 오징어 배와 함께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짓누르기도 한다. 왜 좋기만 한 것은 없을까?

 

화양(花樣)이 화양연화花樣年華에서 나온 것이라면 역설적 제목이다. ‘화양연화는 성숙한 여인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한 시절을 은유한다고 한다. 초기 스턴트우먼 괜찮습니다를 달고살아. 다시 돌아가면 내 표현하고 살고 싶어, 그래도 뜻대로산 70대 바지씨와 임용고시 9수의 삼십대도 빛을 걷으면 빛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것을 빛이라 믿는 것일 뿐일까?

    

OK boomer

94년생 작가가 그린 60대의 전교조 진보교사와 MZ의 갈등교육학자들은 대책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라고 하고, boomer는 그래도 대학원에는 가라고 한다. 그 사이에서 아들은 대책없는 인디 뮤지션이 된다현재 나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좋은 어른이고 싶다. 그걸 위해 많이 노력하고 양보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다른 등을 긁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을 보면 안타깝고, 부인과는 따로 살고 있고, 나의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이는 없다. 여전히 등은 가렵다.

   

괸당

4.3에선 우익에게 죽고, 연해주에서 공산당에 죽은 조상을 가진 괸당(친척)이 만난다. 괸당의 과거 형식에 매달리면 그것은 괸당을 파괴하고, 새로운 화합을 방해하는 덫이 된다. 그러나, 신 술로만 남은 고야주에서 미래세대에게 화합가능성이 보인다.

 

소돔

소돔을 줌인해서 보니 4대째 젠틀하게 웃고 있지만, 악몽에 시달리는 군상들이 나온다. 그들은 욕망 때문에 또는 외부의 폭력 때문에 굴복한다. '나'도 그렇다.

 

당춘

서울대 박사 해맑은 낙관주의자와 2-3년전까지만 그와 잘 어울렸던 2명의 취준생이 노인학생 3명을 만난다. 언제나 비빌 언덕이 되고 싶다는 것은 패배주의자의 변명일까? 풀들이 겨울을 나는 방법인 숙근(宿根)일까? , 하나하나 포즈를 보면 모두가 엉망이다. 그러나, 모두가 앵글에 들어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거기에 희망이 있는 것 아닐까?

 

오즈(poo) ㅡ 오즈의 마법사

오즈의 중의적 의미는 상처를 상처로 덮는 타투로 구현된다. 노인돌보미로 주거해결하는 복지제도가 소금과 배추를 섞어놓으면 김치로 숙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적어도 떨어진 꽃잎을 줍는 포근한 장면을 건질 수 있다.

 

김일성 죽은 해

꿈이 무엇이니? 이 말은 다른 소설에서도 거의 한번씩 등장한다. 작가는 그래도 꿈을 놓지 말자고 한다. 엄혹한 시절에 노동자 시쓰기가 등단 작가를 낳는 태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후에 싹을 틔우는 숙근처럼 말이다.


 

지금부터 30년 전에 30대였던 것처럼, 30년 후에 지금의 60대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꿈이 무엇이니?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도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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