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2 - 만화로 떠나는 벨에뽀끄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2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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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유적의 안내문이나, 비문의 약력을 꼼꼼이 읽어보았을 걸거고,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면 구글링을 하고, 관계되는 서적을 찾았을 것이다. 그 관계되는 서적은 아마존에서 세계에 몇 권 없는 그런 책일 수 있다. 판매부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영국 귀족이 쓴 책일 수도 있다. 그런 것이 하나의 점이 되었고, 그러한 점들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면이 되는 것과 같이, 점점이 알게 되었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수많은 것들이 수십년 쌓여서 오늘 라 벨르 에뽀끄가 나왔을 것이다.

 

주관적으로 감지되는 욕망과 객관적으로 통용되는 욕망이 있다.(‘소유냐, 존재냐에리히 프롬 1976) 주관적 욕망은 무엇이든 남에게서 노획하려는 소유형 인간의 욕망이며, 그들은 단순히 소유할 뿐이므로, 그것에 대한 새로운 사상이나 새로운 관념에 맞닥뜨리면 불안해한다고 한다. 저자는 객관적인 욕망이 강한 존재형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내가 어떤 것을 안다(지식을 소유한다)’에 만족하지 않고, 그것이 소화하여 그것이 나에게는 무엇인가? 그리고, 다른 것과는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를 탐구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그의 뇌구조는 고구마 뿌리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하나를 잡고 당기면 여러 가지가 끌려나오는.,.. 그의 뇌는 지식의 저장 창고가 아니고, 지식들이 서로 화학적 반응을 계속 일으키는 공장이랄 수 있겠다.

보통 책은 일직선으로 전개되어 선형적(linear)으로 쓰이지만, 그의 책은 하이퍼 텍스트적이다. ‘잠깐 옆으로 샜다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은 그것을 의미한다. 몇 사람이 떠들며 얘기하는 술좌석을 닮았다. 어떤 사람(또는 사건이나 사물)을 볼 때, 그것과 연관된 많은 것들이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라 벨르 에뽀끄는 그가 통감각적으로 빨아들인 경험들이 당신에게는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작가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이들이다. 이 책은 소유형 인간이 가지는 익숙함으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존재형 인간들이 느끼는 낯설음의 세계로 끌고 간다. 그는 쉽게 결론을 내지 않는다. 영국은 플라톤의 철인정치를 본딴 귀족정치이고, 프랑스는 피의 혁명을 받아들이는 똘레랑스적 민중정치이다라고 하면서 끝내지 않고, 마르크스가 왜 영국에서 자본론을 썼는지를 물으면서 당신의 생각을 한번더 뒤집는다. 드레퓌스 얘기도 에밀 졸라를 비롯한 진보의 선의에 의해 보수의 악의에서 구출되었다고 끝내지 않고, 드레퓌스와 뒤빠띠(수사를 조작한 장교)의 자손들의 얘기를 덧붙인다.

 

우리는 자동차를 타면서부터, 걸으면 볼 수 있는 것을 많이 놓치고 산다. 몽마르뜨, 런던, 로마에서의 시간은 사진으로만 남는다. “라 벨르 에뽀끄는 광장을 스쳐지나가지 않고, 뒷골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싸구려 카페에서 그 거리의 술꾼과 대화한다. 몽마르뜨는 단순히 집시들에게 지갑을 털릴뻔한 장소로만 남지 않고, 파리코뮌의 피의 항쟁으로, 또한 사제무기를 품은 아나키스트들을 품었던 곳으로, 쉬잔 발라둥의 야생성이 자라난 곳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더욱 진한 감회를 일으킨다.

 

효율성에 목매는 자본주의는 모든 것들을 줄 세우고, 앞선 것들은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뒷골목이, 또한 어느 때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것들이 모두 의미를 가진다면, 그 사다리를 굳이 올라갈 필요가 없다는 배짱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고호의 그림이 생전에는 하나밖에 팔리지 않았는데 최근 경매장에서 수백만불에 팔린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고호는 라 벨르 에뽀끄2”에서 보듯 진한 삶을 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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