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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 - 엄마와 함께한 가장 푸르른 날들의 기록
송정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평점 :

자존감, 코로나, 페미니즘, 키덜트... 요즘 출판계에서 유행하는 주제들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많이 출간되는 주제 중 하나가 <엄마와 딸의 관계성>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동료이자 적이자 절친이자 원수인 엄마와 딸의 끈끈한 관계를 돌아보는 책들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더라고요.
저도 엄마랑 참 끈끈합니다.
매일 싸우면서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이.
딸을 낳고 나니 엄마의 존재가 그 전보다 더 크게 와닿는 요즘,
이제 갓 50일 된 애를 기르다보니 책 읽고 서평 쓸 시간은 사치라 독서를 미루고 있었는데도 이 책의 제목이 너무 와닿아서 읽게 되었어요.
많은 여자들이 딸이자 엄마가 됩니다. 애를 낳고 기르면서야 엄마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게 되지만 그땐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엔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이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
"엄마가 나한테 해준게 뭔데!!!"
애 낳고 기르다 보니 이런 말 하면 안되겠더라고요. (50일 길렀지만서도)
하루종일 애한테 매여있으면서 영혼을 갈아넣는 느낌이라 너무 힘들어요. 힘들어 죽겠어요. 우리 애가 커서 저 대사하면 정말 뒷목 잡을지도 몰라요.
주변에서는 말 못하고 누워있을 때가 그나마 편할 때라고ㅠㅠ... 세상 모든 엄마들을 존경하게 됐답니다.
이 책의 저자 송정림씨는 병으로 엄마를 떠나보낸 후 저자는 함께했던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의 시간들을 복기하며 그 시간을 더 사랑스럽게 만들 수 있는 엄마와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엄마를 위로하는 시간이 남은 시간들을 살아낼 나를 위로하는 힘이 될 것이란 믿음으로.
엄마 족욕해주기
엄마와 여행가기
엄마한테 편지쓰기
엄마와 네일아트하기
엄마 데리고 건강검진 가기
엄마와 커플링하기
엄마의 주변 분들에게 밥사기
엄마에게 카드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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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어디까지 해보셨나요?
엄마와 딸이 함께할 수 있는 '소소하고 다정한 버킷리스트' 55가지가 소개되어 있답니다.
엄마와 무엇을 하거나 해주려면 기념일이 되어야하고, 큰 맘먹고 거창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기회는 미루고 미뤄지다 늦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거창한 추억보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쌓여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 주는데 말입니다.
전 연말이면 주변 사람들에게 손편지를 쓰는데, 생각해보니 친구들, 직장동료들에게는 편지를 써놓고 엄마에게는 편지를 안쓰고 있었어요. 가장 중요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쏙 빼놓고 주변만 챙기는 이런 무심한 딸 ㅠㅠ...
엄마한테 오랜만에 편지써서 이 책이랑 같이 선물하려고요 ㅎㅎ
1장 제목부터 출산 후 호르몬이 폭발하는 (;;) 저에겐 눈물이었어요.
<엄마와 함께였던 당연한 봄날들>...
엄마는 내가 짜증날 때 당연히 짜증을 받아줘야하고, 내가 힘들 때나 기쁠 때 전화해서 내 감정을 나눠야 하는데, 그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한 건데, 그 일상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의 나날들을 엄마와 같이 푸르게, 따뜻하게 꾸미고 싶어요.
사이사이 책의 내용와 어울리는 포근한 일러스트들이 있답니다.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하고 싶은 예쁜 그림들이예요.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엄마는 내가 제일 잘 안다며 이건 말해봤자 울 엄마가 안한다고 할거야~ 한 버킷리스트가 몇 개 있었어요.
그 중 하나인 네일아트를 엄마한테 넌지시 던져보았더니, 아파트 상가에 잘하는데가 있다고 하더라며 가자고 하는 거예요!
엄마가 싫어할거라는 혼자만의 재단으로 쌓지못한 경험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하지만 이 책 덕에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엄마와 많은 추억을 쌓아가려고 합니다.
엄마에게 스무살을 선물하고 싶은 딸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