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헤르만 헤세 지음, 추혜연 그림, 서유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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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을 읽어본 사람도 많겠지만데미안을 읽지 않았어도 그 이름을 들은 이들은 많을 겁니다.

중학생 필독서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사실 성인이 된 지금도 데미안은 저에게 어려운 책이였고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에게 어려운 고전 중 하나 일 것입니다.

예전부터 고전이 어려운 이유를 생각해봤을 때 제가 느낀 점은 현대적 언어와는 많이 다른그 시대의 언어적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였습니다.

그래서 간혹 나이가 지긋하신 문학가들께서 현대문학은 너무 가볍다라고 평하는게 아닐까요.

우리나라의 창이나 판소리 등 고전적 문화가 현대적인 언어로 불려지면 어색한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난해하고 어렵고 생소한 단어들 문장들이 나열되지만 그것 하나가 멋으로 그 시대의 고풍적인 감각을 지닌 예술인 것처럼 고전문학 역시 어렵고 난해하지만 그 나름의 시대적 고풍을 가진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읽는 사람들에게 저는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려워도 괜찮습니다고전이니까그 시대를 우리 시대는 잘 모르니까 그 시대의 언어적 감각을 조금은 이해 못해도 괜찮다고 말입니다.

 


예전 데미안을 읽었을 때 유달리 어려워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성경적인 부분들이였습니다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시절이였기에 카인이 누구인지 아벨이 누구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죠그리고 친구에게 전해 들은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이해하긴 어려웠었습니다카인은 동생 아벨을 살해한 살인자인데 왜 데미안은 카인의 징표를 이야기하며 카인을 다르게 해석하는걸까라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성경책을 읽게 된 성인이 된 지금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그 부분에선 아주 쉽게 이해가 되었기에 한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카인은 과연 왜곡된 평가를 받은 사람이였나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선과 악.

그 모든 것을 가지고 기울어질수 있는 존재인 인간에게 신은 의지자이자 용서자인지도 모릅니다그래서 더더욱 용서받기 위해 사람들은 치열하게 깨끗함을 강요하며 사는지도 모르죠.

선한 것들만 찬양받는 시대에 데미안은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모두 인정하는 존재로

싱클레어에겐 꽤 신비롭고 매력적이며 또한 자신 내면의 현자적인 존재같습니다.

싱클레어의 내면을 인도하는 인도자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그는 싱클레어가 인정할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기도 합니다.

 


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알은 세계다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신의 이름은 아브락삭스다.

 


그저 단순히 멋진 문장이라다고 생각했던 이 문장이 지금은 조금 새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제가 읽어본 데미안 속에서 싱클레어가 가진 새와 알의 의미는 선과 악 그 중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아브락삭스는 선과 악 모두를 가진 신이라는 의미에서 선과 악 모두를 포용하는 신이 아닐까요그리고 싱클레어는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카인의 징표이죠싱클레어는 두 세계에서 끝없이 기울어지며 아브락삭스를 향해 날아오르려 합니다.

어둠으로 아브락삭스에게 닿느냐 빛으로 아브락삭스에게 닿느냐.

그런 의미로 느껴졌습니다싱클레어의 내면은 언제나 선과 악이 공존하니까요.

그리고 악이란 것은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 현실에서 과연 악이나 선이냐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예를 들면 살인은 나쁜 것이 맞지만 정당방위에서 자신이 살기위해 일어난 살인의 경우도 과연 나쁜것인가 하는 그런 미묘한 경계선에 있는 악들그렇기에 아브락삭스라는 신의 존재가 더더욱 중요한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데미안은 집중해서 생각하면 그것이 이루어지게 한다는 조금 신기한 이야기를 하는게 보이는데 그것은 다른 책들예를 들자면 [연금술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 책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어떠한 염원에 집중하면 길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싱클레어가 데미안을 간절히 바랄 때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가까운곳에서 늘 나타나죠우연의 일치겠지만 저 역시 무언가 바라던 것이 가끔 정말 기막히게 저에게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그리고 특정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면 연락이 오거나 만나게 되기도 하죠우연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해보는 것과 해보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있으니 전 바라는 것을 자주 염원해 볼 생각입니다.

 


나는 부주의하게 다소 무례를 범했고그것이 그에게는 심판이 되고 말았다.

 


피스토리우스에게 싱클레어가 무례를 범했을 때 그리고 그것이 그들 사이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을 때이 문장을 보며 언제나 나의 작은 행동이 상대에게는 나에 대한 심판을 내릴 수 있는 장치임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나의 무례가 상대에겐 결국 나를 판단하는 하나의 잣대가 된다는 것그렇기에 더더욱 상대에 대한 무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신분석가들이 판단한 이 책의 주인공들의 정신세계는 어떠한 진단이 내려질까라는 재밌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그만큼 그들의 세계는 독특하고 또한 신비롭습니다.

특히 카인의 징표를 가진 (사실 전 인류의 양면성을 카인과 아벨로 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싱클레어의 정신세계는 굉장히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에겐 아브락삭스가 있고알이 있습니다알 속에는 새가 있을 것이고그 새는 언제나 알을 깨고 나올 날만을 기다립니다내 안의 아브락삭스가 속삭이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알이 깨고 나올 내면의 최종 세계는 선인가요 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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