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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삼촌
현기영 지음 / 창비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TV매체의 힘은 꽤 영향력이 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 TV매체를 통하는 대중의 힘이다.
TV매체와 대중은 떨어질래야 떨어질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순이삼촌이란 이 소설을 알게 된건 TV매체를 통해서였다.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이들이 저녁에 모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눌때 언급된 이 책.
제주도의 참혹한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책.
제주도민들이 말하는 뭍에 살고 있는 나는, 같은 나라의 사람이 맞나 싶을정도로 제주 4.3 사건에 무지했다.
그 옛날 5.18에 무지했듯이 말이다. 언뜻 언뜻 4.3이란 단어를 접했던 듯 했지만 그게 무슨 사건이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고 그러했기에 무지한 채로 세월을 보냈다.
최근 5.18 민주항쟁에 관한 이야기들이 매체를 통해 터져나오며 역사가 재조명 되면서 그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하나 둘 터져나온다.
오랜 세월 봉인되어있던 것들이 드디어 세상에 그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 동안 매체가 사실상으로는 얼마나 막혀있었는지를 깨닫는 순간과도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은 그러했다고, 그럴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현 시대에 그 과거를 무조건 덮기만 하는 것 역시 역사가 아님을 이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잔학한 과거를 우리가 기억해야 하듯이 우리 국내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행한 잔혹한 아픔역시 기억해야 함을 너무 쉬이 잊고 가는게 아닐까.
갑작스레 섬이란 공간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속에서 공비 뿐만 아니라 경찰과 군인이라는, 보호를 받아야 할 그들에게 민간인이 잔혹하게 학살당하고도 그 한스러움 그 원통함을 어디에 하소연 할수 없었을 우리의 역사.
경찰과 군인에게 행해진 상처이기에 더더욱 어디에 하소연할 수 없었으리라.. 누가 믿어줄 것이며 누가 알아줄 것일까.. 경찰과 군인이란 신분으로 그들을 폭도나 간첩으로 몰아세우면 그만이였을테니..
내전의 두려움 그리고 그 속에 일어나는 광기의 학살의 두려움을 너무 쉽게들 흙속에 파묻어버렸다. 그러고도 서로 타지역을 헐뜯고 비난하기에 바쁜게 아직 현실이다.
나이가 원수인 세상에 어른 되려고 하다니. 이 난세엔 아이는 자라서는 안된다. 나이 먹어서도 안되어 젊은 나이가 죄요 원수인지라 반드시 총 맞거나 죽창 맞아 죽는 날이 오는 법이다.
섬사람이라면 모조리 폭도로 보는 서청의 미친 백정은 왜 안 바꿔주나. 바꾸기는 커녕 서장자리까지 서청이 차지했고, 섬에 하나 있는 신문사도 빼앗았단다.
통틀어 이백도 안되는 무장폭도를 진압한다고 온 섬을 불지르다니, 그야말로 모기를 향해 칼을 빼어든 격이었다. 그래서 이백을 훨씬 넘어 5만이 죽었다.
바람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흔히 삼다도 라고 해서 제주도는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고 알려져있다.
내가 어릴적 듣기로 제주도는 섬이기에 남자들이 배낚시를 나갔다 죽는 일이 많아서 여자가 많고 남자가 적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여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4.3 사건과도 관련이 있음을 깨달았다.
공비를 잡기 위한 목적으로 조금만 의심이 가도 남자들을 데려가 죽이기 일쑤였고, 가족들까지 죽는 일은 예삿일이였으니 자손을 귀하게 여기는 제사문화가 있는 한국에서 어린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흩어지게 했을 그 어미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일제 시대에 일제 아래에서 빌붙어 산 이들이 경찰이 되었으니 오죽할까라는 대목도 그렇거니와 일제시대에 일본순사들이 쓰던 일본도를 들고 다닌 경찰이라니..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기엔 이처럼 기가막힌 아이러니도 없을 터였다.
겨우 일본에서 해방이 되었더니 일본 아래에서 배운 이들이 위에서 국민들을 찍어누른 격이니 말이다.. 해방되었음에도 진정 해방된 것이 아닌 상황이 슬펐다.
지금 우리에게 제주도는 관광도시 이전에 일단 부의 상징과 같은 섬이기도 하다. 제주도에 땅이나 사둘껄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하지만 그렇게 누리게 된 것이 불과 얼마 안된다는 사실을 누가 알까..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그들이 겪은 끔찍한 오랜 고통들..
푸른 바다의 제주도에 가면 이젠 관광지만 아니라 이런 역사적인 공간도 가볼수 있도록 교육적인 현장이 많이 준비되어있다면 좋겠다.
올바르게 역사를 직시하고 배워야 미래를 향한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잊어버리면 반복될수 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뭍어두기 보다 잘 알려주고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수 있는 계기를 위해서도 이런 책들이 많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쉬~쉬 입을 모아 바람소리를 내며 과거를 바람에 실어 보내지 말고, 아아 울음섞인 소리라도 좋으니 우리 참담한 역사를 함께 목놓아 울고 알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