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신화 - 스토리텔링 세계신화 아시아클래식 7
김남일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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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누가보면 정말 나이 많은 노년인줄 알겠지만) 새로운 것이 해보고 싶어진 나는 스페인어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런 저런 것들을 찾아보다 최근에 한국외국어대학교라는 대학이름을 참 많이 접했다. 그래서 책 날개에 있던 지은이 소개글에 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어과가 참 눈에 또렷이 들어왔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의례 국문학이거나 그와 관련된 전공일거라 막연히 생각한 적이 많은데 외국어 중에서도 조금은 생소한 네덜란드어라니.. 묘한 캐릭터를 가진 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특정 나라가 아니라 작가는 다양한 문화권에 두루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아마 이 책이 쓰여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처럼 나 역시 신화에 관심이 많다. 아마 나이와 성별, 나라를 막론하고 신화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건 인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리스로마신화와 함께 한국의 전통 신화와 다른 여러나라의 신화들이 조금씩 조금씩 같은 주제로 묶여 이야기 된다. 
그 덕에 정말 생소한 이름의 신 이름을 들을때면 저절로 아이가 되듯 천천히 이름을 다시금 몇번이나 읽어야 했다. 외국어는 역시 신기하구나 이런 발음을 용케도 하는구나 생각하다가도 외국인에게있어 우리나라의 이름이나 단어 역시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머나멀리 떨어진 뉴질랜드와 하와이쪽에 전해지는 마우이 신화가 우리나라 주몽의 신화와 닮은 점처럼 신화라는 것이 문화마다 다르지만 묘하게 비슷하게 닮아있는 구석도 참 많다. 그런 면에서 가까우면서도 서로 다른 신화를 가진 일본을 생각해보면 인류의 역사와 문화는 기이하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는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처럼 원령신화가 일본에서는 원래부터 토대가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중세시대부터 원령신화가 정착되었다는 점을 새로이 알게되었다. 그렇게 두고 보면 신화라는 것은 늘 고전적인 옛과거의 유물같지만 사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끝없이 이어지며 재 탄생되는 것 같다.
주말에 보았던 탈북자들이 전해주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김일성과 김정일을 신격화 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김정일의 어머니인 여인이 김일성을 도운 일화라며 이야기해주는(북한에선 실제로 교육되어지고 있는) 내용이다.
6.25 전쟁 당시 김일성을 도우며 전장을 누빈 그녀가 등에 짊어진 세숫대야로 총알을 막아 김일성을 살렸다는 이야기를 신격화하며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실제 북한 박물관에는 그 때 총탄을 막아낸 세숫대야라며 녹슨 세숫대야가 전시되어있단다.
이처럼 신화라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만 머물러있지 않는다. 죽지 않는데 새로이 생겨나기까지 한다. 


신화는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데이터의 메마른 육체가 아니라 은유와 알레고리의 풍부한 정신이다.
이야기이므로 죽음도 없다. 이야기 속에서 죽은 자는 다시 산다. 영원히 산다.이야기의 '바깥' 같은 것은 없다. 그러므로 신들의 황혼 이후에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대홍수라고 하면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는게 당연했는데 홍수신화가 다른 여러나라에서도 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꽤나 흥미로웠다. 인간의 잘못에 분노한 신이 인간들을 모두 홍수로 씻어내버린 신화.. 그들 중 몇명이 살아남아 현재의 인류를 이어갔다고 보통은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든 2명의 인류가 남는 다는 건 대체 어디에서 오는 일치감일까?. 참 신기하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이족에게 전해져오는 창세서사시 메이커는 참으로 흥미롭다 못해 웃음이 나왔다.
살아남은 단 두명의 인류가 오누이였는데, 신이 나서서 이 둘의 결합을 종용한다. 맷돌이 아랫돌과 윗돌이 있듯이 라던가 여라가지 비유를 들며 두 사람이 결혼해 인류를 이루라고 말한다. 

인간은 인간이고 맷돌은 맷돌입니다. 저희는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니 결혼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사람이고 나무는 나무입니다.
천신이 애가 달아 오리와 거위까지 동원하여 설득하지만 남매는 끝끝내 거부한다. 

결국 울상이 되다시피한 신에게 되려 남매가 해결책을 제시해 신을 가르친 부분을 보며 신화긴 하지만 역시 배운 인류는 남다르구나 싶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고 보면 신도 참 힘들겠다. 자연의 섭리도 그렇거니와 인류의 배움 이란 지혜 앞에서 신도 누군가를 이해시키려면 적잖이 골치 아픈게 아니겠구나.
그럼에도 어쩐지 "잘 배웠구나 이녀석들" 하고 웃음이 터지는데는 인류로서 뿌듯함이 아닐까? 신의 이기로 인류를 다 쓸어버리고 재창조시키려다 너무 잘 배운 똑똑한 오누이 덕분에 계획이 실현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을 신을 생각해보면 결국 제 꾀에 제가 넘어갔다는 말이 생각난다.
신의 이기심에 인류의 대표로서 한방 제대로 날려준 후련함도 든다.

다양한 문화의 신화 속 인물들을 보여주어 신화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재미를 얻을수 있었던 것 같다. 생소한 이름의 신화일수록 접해보지 못했던 신화였기에 더 알찬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신화도 좀더 우리곁으로 가까이 다가올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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