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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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게임 시나리오작가. 
그래서 제 2장 팡파르가 들린다에 게임을 모티브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사실 게임을 많이 좋아하는 여성 게임유저다. 
끝까지(라고 해도 모든 온라인 게임은 만렙이 일정 업데이트를 두고 풀리기에 늘 끝과 시작이 공존한다) 
해본 게임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것 저것 조금씩이라도 다 손대보는 스타일의 유저다.

책을 읽으면서 2장이 게임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일까? 불연듯 인생이 참 게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시작할때는 30분만에 6~10렙이 거뜬히 올라가고 쉽게 쉽게 진행된다.
이것저것 아이템을 얻는것도 쉬워서 별 무리없이 진행해 가지만 만렙에 가까워질수록 레벨업은 더디어져
몇주씩, 한달씩 애태우며 플레이를 해야만 1~3 업을 하는일이 다반사다.
만렙을 올린다고 다 될까. 
결국 만렙을 찍어도 좋은 아이템을 얻어 그것을 착용하고 강화시키지 못하면 도태되어 버린다.

인생도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아기일때와 유아기때는 너무나도 쉽게 시간이 지나가고 어린시절 누구나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갈망하는 시기도 온다.
어른이 되면 모든것이 다 될것 같던 시절.. 막상 어른이 되고 나면 아이로 돌아갈수도 없는데 준비도 되지 않은채로 
어른이 된것만 같아 두렵고 힘이든다.  
어릴적 내가 보던 어른들 중에는 어른같지 않은 어른이 있었다. 
에이 어른이 뭐 그래~...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정말 죄송하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등 떠밀리듯 세월에 쫒겨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어른이라고 하기엔 영글지 못한 힘든 어른이였던 그사람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과 겹쳐지기 때문에 미안함이 먼저든다.
막상 살아보니 나도 그리 어른스럽기만한 어른은 되지 못했음을 통감할 때가 많다. 
만렙이 되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만렙은 결국 완전하지 못하기에 실수가 잦다.

그럼에도 모든것을 갖춘 만렙보다 더 열심히 깨지고 넘어지며 아둥바둥 인생을 살아낸다. 
피딱지가 앉은 무릎을 호호 불며 쓰라림이 눈을 질끈 감아도 결국은 넘어진게 웃겨서 키득대며 웃기도 하는 인생.
소박하지만 행복하기도 하고 소박하기에 좌절스러워 울기도 하는 그런 삶.. 
게임과 인생의 다른점은 '다시 시작할수 없다'는 차이다.
다시 키우고 싶어도 다시 키울수 없기에 자신이 이미 살아온 삶을 좀더 다듬으려 사람은 아둥바둥 살아낸다.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살아내고...


이 소설에 나오는 이들은 무언가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찾으려 분실센터를 찾다 또 다른것을 찾아간다.
인생에서 무언가 하나 잃어버린 적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실 우리는 항상 가장 큰 것을 잃어버린채 살아가고 있다.
나 자신이라는 존재를 잃어버리며 살아간다. 이 세상에 나는 그저 너무 작은 점이라 지워도 표시나지 않는 존재라는 것.. 
정말 특출난 사람들이 아닌이상 우리는 우리가 이 사회에서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늘 외롭다. 남의 눈치를 본다.
사랑받고 싶은데 내가 주인공이 아니니까. 나보다 사랑스러운 이들이 너무나 많으니까 
그저 사랑받는 주인공 곁에서 박수치며 웃어주는 역활을 하면서 속으론 곪고 곪아 외롭다.


[아니야. 후쿠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었던 게 아니야.난 항상 불쌍한 나 자신을 위해서만 울어.]

[미지근한 진흙탕은 더럽지만 한번 들어가버리면 따뜻하고 기분이 좋다. 
처음엔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것처럼 여겨진다. 단지, 막상 일어서면 자신이 엄청 더럽고 약해져 있다는걸 깨닫는다.
모든 사람에게 위협을 느끼며, 이제 두번 다시 사람들앞에 서면 안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실 사회에서 자신이 있을 자리를 잃고 만다]


소설에 나오는 이들은 자존감에 상처를 가진, 그래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유령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떤 부분에서는 마치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리기도 했다.
그럴때면 책의 글씨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의식은 흐려지며 잠시 예전의 일들을 머릿속에 가득 채우곤 했다. 
슬퍼지기도 괴로워지기도 했다. 
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남의 눈치를 많이 살핀다. 
그런 자신이 싫으면서도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정없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였다. 그편이 쉬웠다. 난 너가 상처 받을까봐 내가 싫었던 말을 하지 못하는데 왜 넌 나에게 그리 쉽게도 
모진말을 하는거야? 라며 상대를 속으로는 힐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말들이 나에게 악의를 가지고 했던 말은 아니였음을 알고 있다. 
그저 자신이 느낀것을 이야기 하고 서로조심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가볍게 그리고 서로를 위해.
조금씩 내 감정을 이야기 해보면 그들도 역시 그랬구나? 하며 쉬이 받아들임을 조금씩 알아갈때마다
난 너무 갇혀 살았음을 깨달아갔었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난날의 내 모습이 소설속 주인공들과 겹쳐지며, 
한명의 사람이 하나의 삶을 살아가며 겪는 자신의 부재를 잘 보여준것도 같았다.

그런데..역시...보기엔 좋아도...펭귄을 키우는건..힘들일인거야......
소헤이와 펭귄의 모습은 귀엽지만 역시 뒷치닥거리를 해야 하는 문제는 현실.
그들의 소소한 모습이 귀여워서 한번쯤 소헤이의 일을 딱 한번만 대신해주고 싶었다.

물건을 잃어버렸습니다.
어쩌면 내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찾아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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