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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평점 :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6년에 접한 2016년 출간 책 이후 1년을 꼬박 기다려서 2017년 작품집을 만났다.
2016년도 작에서는 정용준 작가를 알게되어 좋았고 2017년 작에서는 최근 알게된 최은영 작가의 그 여름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또 최은미라는 작가와 강화길 작가를 알게되고 그녀들의 글에 관심이 생긴다.
이렇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나에게는 새로운 젊은 작가를 알게 해주는 재미를 주는 참 고맙기도 한 책이다.
문학동네라는 계간지에도 언급되었던 임현의 고두도 나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여성 독자인 나의 시선을 더 끌어당긴 것은 같은 관심사가 녹아든'눈으로 만든 사람' 과 '호수 - 다른사람'이였다.
이번 2017년 작에는 꽤나 내 삶의 일화들이 오버롭되는 작품들이 많아서 더욱 소중한 책이 되었다.
눈으로 만든 사람에서는 어릴적 나이차가 적은 삼촌에게 성적으로 상처를 입은 강윤희가 나온다.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고,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한 파렴치한 성폭행이 많다고 떠들지만
사실 아동을 상대로한 성폭행 성추행은 그 역사가 길다고 나는 확신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한 일화이지만 초등학교 3~4학년 당시, 학교 근처에 있던 엄마의 가게에서 하교 후의 하루를 보내고 가끔 혼자서 버스를 타고 30분 거리의 집을 가야했었다.
출발지가 종점이였기에 버스에는 나혼자였던 경우도 비일비재했지만 일이 바쁘던 엄마는 당시 어쩔수 없이 나를 홀로 버스에 태워 보내야했고 나 또한 그게 당연한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버스기사에서 성추행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흔히 말해 바바리맨이라고 하던가? 가까이 와서 아저씨좀 도와달라던 기사의 말에 다가갔을때 자신의 것을 내어놓고 있었다.
어릴 당시엔 속으로 이 아저씨 왜 노팬티지 웃긴다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찔한 일이 아닐수 없다.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해보면 여성들의 삶에서 성추행 안 겪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성추행을 겪고 노출된다 다만 아동들의 경우는 그것이 성추행인지 인지하는데 시간이 걸리거나 가해자가 아이에게 비밀이라고 입막음을 했거나 아이 자체가 이것이 좋지않은 일이란것을 알고 말을 하지 않기에 통계가 적은 수치로 나올 뿐이다.
읽으면서 어릴적 일화가 떠오르기도 하고 많은 강윤희와 같이 고통 속에 있는 동성의 여인들이 생각나 안쓰럽기도했다.
자신을 성적 학대한 그 어린 삼촌의 아들은 어린 나이에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산다. 마치 그 삼촌의 죄를 대신 뒤짚어 쓰기라도 했다는 듯이.. 하지만 그건 강윤희가 바란 것도 기쁜일도 아니다.
강윤희는 자신의 딸과 노는 삼촌의 아들 강민서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자신의 딸과 강민서 단둘이 둘수 없다고, 마치 그 옛날 삼촌과 단둘이 남았던 자신을 투영해 보듯이 말이다.
상처가 있는 사람은 그 상처쪽으로 기울수 밖에 없다. 아프고 쓰라리니까. 그래서 더더욱 신경쓰이니까. 아프고 아파서 푹 꼬구라지는 것이 피해자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아픔, 가해자를 계속 마주해야 한다는 아픔, 그 가해자와 가족과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아픔, 가해자의 가족이 그의 죄를 짊어지듯 아픈것에 가해자가 고통스러워해도 맘편히 통쾌해할수 없는 슬픔
강윤희는 그렇게 홀로 호수 중앙에 떠있는 섬처럼 쓸쓸해보인다.
호수-다른사람에서는 헤어진 전 애인에게 폭행을 당한 진영과 그녀의 친구 민영이 나온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데이트 폭력 또는 사회적인 긴장감들이 다루어지는 만큼 읽는 내내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특히 뒤를 따라오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연락처를 묻는 남성의 심리폭력.
예전에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모 연예인이 밤길 골목길에서 혼자 지나가는 여성의 뒤를 따라가는 놀이를 한적이 있다고 말해 뭇매를 맞던 일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관심이 있어서 혹여는 재미가 있어서 그렇게 일어난 작은 행동이 여성에게는 꽤나 큰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성의 옷차림 혹여는 늦은 귀가를 탓하는 일이 빈번하고 남자역시 피해가 많다며 여자 남자 편이 갈려 싸우기에 급급하다.
데이트 폭력을 당해도 일부에선 왜 남성을 따라갔느냐 왜 만났느냐 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폭력을 행사할 계획인 사람이라면 무슨 짓을 해서든 상대를 만나려 온갖 말들을 늘어놓기 마련이다. 마지막이라거나 가족을 해코지 하겠다던가 말이다.
피해자이지만 오롯이 피해자로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상황을 잘 보여준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런 세상에 살기에 과민하게 자신을 보호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여성을 표현한것도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어쩌면 나 또한 그런 과민한 여성 중 한명인지도 모른다.
남자를 두려워하는 여자, 여자를 혐오하는 남자..어쩌다 우린 이런 세상이 되어버렸을까...
가장 기대를 하고 있었던 최은영의 그 여름은 레즈비언을 소재로 다루어 어릴적 학창시절 동성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동성의 친구가 떠올라 한참을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번 책은 전체적으로 여성의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어쩐지 쓸쓸함이 많이 묻어난 단편들의 묶음이였다.
가을과 겨울 그 사이 어딘가의 온도와 닮은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꽃내음 실은 바람이 싱그러운 이 봄에 어쩐지 쓸쓸한 호숫가를 걸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