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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쇼코의 미소
참 미안하게도 제목으로만 유추하기를 [일본소설이구나]가 나의 첫 이미지였던 책이다.
일본의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와 같은 여류작가의 소설인가보다라고 막연히 생각을 하고 있다가
(사실 난 그 작가의 책이 나와 맞지 않아 읽은 적이 없다..) 우연한 기회로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다.
쇼코의 미소라는 제목을 보고 아 도서관에 이 책이 들어와있네? 라며 들었다가 작가의 이름이 한국이름이라 세삼 놀랐던 책이다.
아마 나처럼 일본의 소설이라 생각했던 독자들이 많을것이다.
그만큼 한국에는 일본의 책이 많이 들어와 있고 당연하다는 듯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이 잦으니까.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이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책을 씬짜오 씬짜오 까지만 읽고 바로 책을 구매했다. 도서관에서 한번 빌려보고 말기엔 이 책의 끌림이 강했기 때문에.
작가 최은영의 단편들이 모여 하나의 책으로 엮인 첫 소설.
나는 그녀가 오롯이 자신의 이름만으로 된 책을 낸 것이 처음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기존의 문학자들에게 젊은 작가들의 글이 어떤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들의 눈높이로 본다면
젊은 작가들의 글이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너무 가볍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드는 글일수도 있다.
하지만 글을 읽는 사람이 어디 문학자들 뿐일까. 일반 독자들에게도 많이 읽혀야 좋은 책이고 그렇기에
일반 독자들이 편하게 읽으면서도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느낄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소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애둘러 어려운 표현, 용어를 써가며 빙빙 돌리듯이 쓰는 문학은 독자들에게 어려움만 전달할 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요즘의 젊은 작가들의 글들은 독자들의 만족도를 꽤 채워주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작년 2016년 한강 작가를 알게되고, 정용준이란 작가를 알게 되면서 한국문학, 특히 젊은 작가들의 문학을 나는 조금 신뢰하게 되었다.
정확하게 이런 내용을 담고 있군. 이런 사상을 녹여놓았군. 이런건 나는 잘 모른다.
그저 책을 읽다 본능처럼 눈물이 날때는 휴지로 눈물을 훔치고 웃음이 날때는 '파'하고 외마디 웃음소리를 내지르곤 한다.
그것이 내가 마음으로 책을 읽는 방법이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책. 난 그런 책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미사여구가 나열된 어려운 문학보다 가볍지만 가슴을 치는 문학이 좋다.
쇼코의 미소에 나오는 등장인들에게는 다 저마다의 아픔이 마음의 병이 있다.
어딘가에서 보길 [우울증]에 관한 인물들이라고 했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떠나간 이의 공백. 쓸쓸하지만 계속 되어가는 시간들의 이야기.
[사람들은 떠난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돼.
나는 나에게 속삭였다.]
이별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 받아들임을 위해 결국 스스로에게 속삭여야 하는 스스로의 다잡음.
결국 속삭임으로 또 한번 떠올리게 됨으로 인해 그렇게 반복되어지는 지도 모른다.
받아들이는것이, 잊는 것이 쉽지 않기에 많은 이들이 항상 슬픔에 몸을 떠는 것이니까.
마음의 병을 가진 이는 섬세하고 예민하며 또한 잔잔할 만큼 조용하다..
매사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러워 말을 아낀다.
차라리 힘들다고 울고 불고 소리라도 치면 좋을테지만
정말 막바지에 다다르지 않는 이상은 보통 잔잔한 조용함으로 스스로를 보호한다.
이 책에 나오는 이들이 대부분 그렇다.
내가 좋아한 부분은 씬짜오 씬짜오다.
다른 책을 구매하면서 얻은 씬짜오 소책자가 소중해진 느낌이라 그 얇디 얇은 소책자를 소중히 넣어두었다.
지금 한창 거론되는 위안부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 뒤편에 가려진 월남전에서 일어난 한국군인에게 상처를 입은 베트남인들의 이야기.
우리가 사과를 요구하는 만큼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지나간 잘못들을 꼭 알고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라이따이한과 신(新) 라이따이한..
그 슬픈 이야기..
여성작가여서인지 나와 같은 여인의 감성으로 쓰여진 책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전쟁 속에서 치열하게 총을 겨누고 사우는 남자들..그들만의 희생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전쟁은 어느 한사람 남기지 않고 모두에게 두루 두루 아픔을 남기며 희생을 선물한다.
총부리를 겨누는 전쟁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대의 사회적 전쟁들까지도...
전쟁 속에서 살아가기가 참 아프다..
한국문학을 한번 이상 읽고 싶어지는 경우는 나에겐 흔치 않을 정도로 한국문학이 어렵게 와닿지만,
가끔 불쑥 찾아오는 더 읽고 싶은 문학들이 있다.
쇼코의 미소는 한번 더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은 평범한듯 도드라지고 조용한듯 강하다.
일상적이면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들이 아프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을 더 많이 알고 싶다. 아직 한권이지만 이제 더 많은 소설들이 내 손에 놓여지기를.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