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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평점 :
술에 취한듯 불안한 걸음걸이로 니혼바시 다리를 걷는 남자.
그 남자는 얼마 후, 다리의 중간쯤에 두마리의 기린조각상이 장식된 기둥에 몸을 기댄채로 발견된다.
몸을 동그마니 만 남자의 가슴에는 칼이 꽂혀있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지지마 그는 곧 생명의 불씨가 꺼지고 만다.
[ 가오리....
어떡하지? 나, 일을 저질렀어. ]
취업 면접을 보러간 연인에게서 걸려온 뜻밖의 전화 더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한채 가오리는 곧바로 연인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게된다.
니혼바시를 걷던 사망자 다케아키 아오야기와 교통사고로 의식이 불명인 용의자로 추정되는 후유키 야시마.
그리고 아오야기의 가족과 후유키의 가족들의 세상을 향한 절규.
범죄자가 누구인가를 추리하기보다
피해자와 용의자, 그 가족들이 사회의 시선속에 내던져져 얼마나 고통스러운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게 아닌가 생각한다.
용의자는 사망자가 고위간부로 일하는 가네세키 금속 회사에서 임시직으로 일을 한 적이 있었고 일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해
다치게된다. 그것을 계기로 회사에서 쫒겨나듯 그만두게 되면서 용의자 후유키는 취업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연인 가오리와
어렵게 살아오다 우연하게 아오야기를 만나게된다.
앙갚음으로 인한 살인이 아닌가. 더군다나 그의 연인 가오리는 현재 임신중이였다.
그의 위치와 상황에 사람들은 그라는 인물을 본인들 생각대로 단언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돈이 없어도 아이는 번개같이 만드는군.]
사람들은 때론 생각지 못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언어폭력은 더더욱 쉬이 이루어진다.
용의자에 올랐다고 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그 가족이, 아이가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참 아픈 말이다..
처음엔 살인 용의자로 언론에서 흉악범으로 취급받던 후유키는 이후 산재 은폐의 희생양으로 알려지며 동정론을 얻게된다.
비난받던 그들의 아이는 이제 가엾고 불쌍한 가장 없는 가족이 된 것이다.
반대로 아버지의 죽음으로 동정을 받던 아오야기 가족들은 언론을 통해 산재를 은폐하려 한 범죄자의 가족으로 몰린다.
소설은 현실을 기반으로 현재를 꼬집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 아플때가 많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그동안 무수히 많이 나온 비슷한 일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눈물에 휩싸인 유가족들 자신들의 비리를 덮어버리려는 기업들. 사고는 일어났으나 책임지는 이들은 없는...
그리고 죽은이에게 모든 잘못을 덮는 일들.. 그로 인해 또 누군가의 유족들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그런 일들...
처음부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은 쉬우면서도 또한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소송에 시달리고 눈물에 시달리고 죽음에 시달리나보다..
일본의 일이라고 하기엔 이미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하기에 가슴한켠이 답답해져온다.
절대로 억울한 범인이 나오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조사를 하는 가가형사를 보며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형사가 아닌가 싶어
소설이 처음으로 부러워진다. 현실에서 뛰고 있을 좋은 형사님들이 많겠지만 그렇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삼례나라수퍼. 17년간 억울하게 공권력에 덮혀 옥살이를 한 무고한 이들의 일처럼 예기치 못한 일들에 휘말려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이들은 많을 것이다.
노동자의 인권은 안중에 없는 기업, 약자들에 대한 시선, 언론의 추악한 이면, 그리고 언론에 휘둘려 쉬이 상처를 주는 이웃들..
하나의 사회를 오롯이 이 책속에 담아둔것 같아 슬프면서도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된 것도 같다.
쉬이 남을 판단해서 모욕해선 안된다는 것. 용서를 구하는 것과 덮는 것의 무게감.
히가시노의 소설을 기다린 보람을 보상받은 기분인데 왜 이리 무거운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소설속의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라도 해주고 싶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