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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창구인 사자(使者)라고 하는 츠나구.
죽은 이든 산 이든 서로가 딱 한번만 만날 수 있는 기회.
따뜻함이 깃든 츠나구의 5가지 이야기가 동화처럼 마음을 두드리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서 책 표지를 보고는 좀더 밝아도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보름달이 깃든 밤 산 이는 죽은이를 만나러 각자의 사연을 담고서 마지막 한번의 문을 연다.
평생을 모자란 사람 취급 받던 히라세는 tv만 틀면 나오던 유명한 연예인이
밤거리에서 술과 과호흡으로 괴로워하던 자신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도와주던 손길을 잊을수 없다.
생에 유일하게 자신에게 손을 내민 사람..
그런 사람이 어느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말다니....
용기 반 혹여는 정말일까 호기심 반일지도 모를 마음으로 츠나구를 찾은 히라세는
결국 자신이 동경하던 미즈시로 사오리를 만나게 된다.
[유기씨가 자기 업무를 내게 태연히 미루는 경우가 늘었다.
천진하게 부탁하면 거절할 수가 없었다. ‘즐거운 일’ 이 많은 유기씨는 바쁘고,
나는 한가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남들과 만나는 즐거움과 혼자서 지내는 즐거움.
분명 똑같은 즐거움이어도 사람들은 전자를 우선시 하는 것 같았다.
내 즐거움은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거절했다가 유기씨에게 미움을 살까봐 두려웠다.]
[최악의 사태를 상상하면서 문을 두 번 두드렸다.
결과를 봤을 때 실망하지 않도록 늘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를 생각하고
예방선을 치는게 나의 버릇.]
히라세는 나를 닮았다..아니..어쩌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어쩌면 버텨내고 있는 반쪽 하고도 더 반쪽을 쪼게어 놓은 소수의 사람들과 닮았는지도 모른다.
남에겐 그저 시시해, 재미없는 사람, 무슨 낙으로 사는지 모르겠는 사람...
그런 수식어로 불려도 분명히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지닌다. 왜 멋대로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저 사람은 재미없게 사는 사람이라 판단할까..
왁자지끌한 락콘서트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부의 화려한 사람들과 비교해 존재의 가치를, 삶의 즐거움을 싹뚝 잘라버리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히고 만다. 그들이 자른게 한 사람의 심장일지도 모르는데...
불공평하다는 히라세의 말에 사오리는
세상이 불공평한 건 당연한거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불공평하지 아무한테도 정당한 건 없어. 라고 말한다.
평등하게 불공평하다.... 이말은 이해할 것 같기도 하면서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어느날 우연히 보게된 프로그램에서 스타강사가 나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기회나 운도 두손이 만나듯 노력이라는 한쪽이 있어야만 만나진다고..
남들의 성공담?. 그 사람들 가만히 앉아서 성공한게 아니라고..
어떤 결과를 볼 때 그 결과에는 다 과정이 있고 그 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각자의 행동이
움직여져야 한다고.. 예기치 않게 불어닥치는 것.
과정이 없이 나타나는 것은 병이나 재해뿐이라고 했다.
몰론 병이나 재해도 스스로의 과정에서 찾아온 것들도 몰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재해나 사고 병은 생각지 않게 찾아온다.
그런 예기치 못한 일들만 아니라면 스스로가 언제든 변화할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람이란 것. 변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스스로를 지키는 것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불평등이란 상황 속에서도 얼마나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느냐가 아닐까..
히라세를 보며 내가 떠오르고...괴롭고 아파하는 모습에 어쩐지
“나도 그래..힘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한마디가 사실은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아이돌의 본분, 장남의 본분, 단짝의 본분, 기다리는 자의 본분, 사자의 본분
다섯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고, 어쩐지 나의 이야기 혹여는 내 이웃의 이야기 같은
소소한 일상이 동화처럼 엮여든 따스한 책이였다.
[여태껏 봐서 알아. 만나서 필요한 말을 하지 않은 탓에 평생 가슴에 짐을 지고 사는 사람도 있어.
그게 얼마나 괴로운 건지 눈으로 보아왔으니까]
현실에는 츠나구가 없다...그러니까...살아가는 동안에 줄기차게도 필요한 말들을 하며 살아가자.
사랑한다던가 고맙다던가..미안하다던가...그래도 만약 다 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츠나구가 필요하다면...난 과연...누굴 만나고 싶을까.....어떤 말이 남아있을까...
해야 할 일들..해야할 말들이 많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해야할 말들이 늘어날 테니까....
작은 것 하나에도 긍지를 갖고 내 인생을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자.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자. 못다한 말 같은 것 남기지 않고 사랑하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