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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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 오롯이 하나만 남았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아끼는 단 하나.. 잃어버릴까봐 겁이 나고, 

세상에 단 하나.. 남들은 없는 유일한 것을 가졌다는 만족감과 우월감이 든다.


한 명... 유일하게 남은 단 하나의 사람..

언제 촛불의 불씨처럼 사그러들지 모를 위태한 생명을 버티는 단 한 명의 증언자...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또 다른 생존자이자 무언의 증언자...


이 책은 세상에 단 한 분만 남은 위안부 할머니의 소식이 전해지며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또 다른... 

세상에 나타나지 않은 또다른 생존자 위안부 할머니를 그리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각박하고 모진 이 세상속에서 상처받은 할머니들이 

본인의 상처를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하고 곪디 곪은 것을 홀로 감내하며 사시다 

그렇게 돌아가시기도 한 것 같다는 막연함에 마음이 서늘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통계에 나와있는 생존 할머니들 뿐만 아니라 

사실은 세상에 숨죽이고 계신 할머니들도 ..그러다 돌아가신 분들도 참 많을거란 생각이 든다.


떳떳하게 내가 피해자요 나설수 없는 그분들의 슬픔이 감히 나는 슬프다고 말하기도 죄송하고 겁이 난다.

책으로만 읽어도 잔혹함에 이맛살을 구기는데 직접 겪은 이들의 그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수 있을까..


다슬기 잡으러 강에 갔다 그 길로 부모와 영영 헤어질줄이야.....

돈벌게 해준다고 공장에 취직시켜준다고 따라나섰다 영영 만주땅에, 싱가포르에 묻힐 줄이야..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임신을 한 여인까지 납치해 위안소로 보냈다는 그네 일본군들의 마음을 우리는 알지 못하겠다.

여지껏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는, 되려 돈으로 매수하려는 일본 정치가 그네들의 마음을 알지 못하겠다.


더더욱 이해할수 없는 것은...

그런 아픔을 겪고 돌아온 이들을..가족을..이웃을...철저하게 버린 우리 민족성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어디 이번 뿐이랴...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왔을 때에도 화냥년이라 욕하며 내쫒겨나 죽길 강요했다하지 않던가..

역사가 반복된 것같아 슬프고 또 반복될것 같아 입안이 쓰다...


우리 민족은 인정이 많은 나라였다...

하지만 철저하게 사람의 마음을 죽이기도하는. 다른 한편으로 잔인한 민족이다.

겨우 겨우 살아 돌아와 가정을 일구었지만 들키는 순간 남편에게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낳은 자식에게 개구녕으로 나와서 이런 병신이 됐다는 말을 들어야 했던 한 많은 여인들의 가슴에

피가 아닌 돌이 들어차 서서히 숨을 죄였을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때마다 솟구쳐 혈관을 맴도는 피대신 자그락 자그락 묵직한 고통이 온 몸을 휘저어 댔을터였다.

우유 조차 남자의 그것이 생각나 입에 담지 못한다는 할머니들에게 우리는 너무 무관심하다 못해 철저하게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요 근래에 들어서야 역사의식이 커지고 제자리를 잡아가며 할머니들을 돕고자 

많은 이들이 이런 저런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지만

할머니들에겐 몇십년의 세월동안에서 고작 몇년. 혹은 몇개월이다.


그 수 많은 세월을 고통으로 보내다 이제 겨우 그네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보듬어주려 해보지만 

야속한 세월은 또 저만치 그네들을 이끌고 간다.


내 말 좀 들어보소 들어보소 할때는 들어주는 이 없더니

이야기 해보소 해보소 하니 이제는 말해줄 힘이 없는게 할머니들의 현실이다.

조금만 더 일찍 들어주었다면..조금만더 일찍 그들의 고통을 나누어 가졌더라면..

할머니들은 조금더 행복하셨을까...


언제쯤 할머니들의 고통이 사무친 가슴에 사과라는 나비가 앉아 상처를 담고 날아갈까..

훨훨..가지고 날아가 마음에 평온, 행복이 깃드는 날이 꼭 있기를...


아무것도 해드릴게 없어 그저 할머니들 돕는다는 팔찌를, 뱃지를, 책을 사는 정도만..

그 정도만 도울수 있는 마음이 죄송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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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함에 눈물도 나오지 않는 그런 책이였습니다..

소설이라 읽지만 사실 할머니들 증언을 토대로 그 증언들을 한명에게 투영해 스토리를 만든 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내용들이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라 생각하면 어쩐지 눈물도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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