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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80년 5월. 따스한 바람이 스치며 여름을 향해 시작되던 바람걸음이 한창이던 푸르던 그날.
민주화라는 뜻을 품은 시민들이 군인들의 군화와 총부리에 하나, 둘 영혼을 빼앗기던 그런 날..
내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의 그 어느날..
그날을 위해, 죽은이들을 위해, 죽은이들의 가족을 위해, 살아남은 이들을 위해...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꼭 필요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박혀든 파편의 소설.
한강 작가는 맨 처음 발표한 것이 시였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그녀가 소설가이면서 한명의 시인이 맞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군인에게 짓밟힌 이들의 고통을..폭력을 적나라 하지 않으면서도
차근히 시처럼 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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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각목이 어깻죽지와 등허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자신의 곧은 물성대로 활짝 펴지며 내 몸을 비틀 때,
제발, 그만, 잘못했습니다.
헐떡이는 일초와 일초사이,
손톱과 발톱 속으로 그들이 송곳을 꽂아 넣을 때,
숨, 들이쉬고, 뱉고,
제발, 그만, 잘못했습니다.,
신음, 일초와 일초사이, 다시 비명,
몸이 사라져 주기를, 지금 제발, 지금 내 몸이 지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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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나타내고 있는 부분임에도 나는 왜 이 부분에서 눈을 떼지 못할까...
결국 가방속 노트를 꺼내 기여코 폭력을 노트에 옮겨 써내려간다.
다시금 장면 장면을 떠올린다.
선명하게 파편처럼 박히는 폭력이
이토록 아름답게 슬플까..
소설속에서 되풀이 되는 고귀하다라는 ...그 희생의 슬픔
지금 내 몸이 지워지기를...지워지기를...
고귀한 그대들의 고통..
부모가 있었다...언니 오빠가 있었다.. 동생이 있었다.
그 곳에...피로 얼룩진 폭력의 웅덩이 속에...누군가의 가족이..친구가...
잘못했습니다.
말하는 이를 힘껏 안아 괜찮다고..다 끝났다고..
어루만지고 달래주고 싶었다.
소설이였지만, 사실이였고, 현실이였다...
이런 고통속에 질식해 지워져버린 이들이 존재한다..
그것이 슬프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그때 태어나지 않았던 나는
그대들이 만들어 놓은 자유의 땅에서
그저 묵묵히 그날을 알아가며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