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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홍사
윤희원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달빛아래 붉은 실.
붉은실은 흔히, 이어진 두 연인을 일컫는 말로 동양에서 많이 사용되어지는 표현이다.
달빛아래 이어진 연인인 제하와 강천.
지상의 황제로 힘과 권력을 가졌으나 항상 외로움을 지닌 고독한 왕 강천.
방탕한 선대황제와 그와 같은 수준의 황태자인 형으로 인해 고통받던 자신의 모후를 위해
스스로의 힘으로 황제가 된 강천은 세상 그 어떤 여인도 믿지 않는 냉혹한 군주였다.
그런 그가 변하게 되는 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하왕국 나한에서 군주가 되기 위해 사내처럼 자란 제하는
지상에서 내려온 자신의 어머니가 늘 그리워하던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던 지상을 꿈꾼다.
돌아가신 모후의 바램과 자신의 바램을 담아 감행한 하루의 일탈.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강천.
태어나던 순간부터 맺어져있던 붉은 실은 서로가 만나자마자 그렇게 서로를 끌어당기며
언제 그토록 풀어져있었냐는 듯 풀어질줄 모르고 더더욱 서로 엉켜들어갔다. 땔레야 뗄 수 없는 실타래.
판타지일 것으로만 생각했으나 사실 이 소설은 무협로맨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무협에는 다소 약한 나에게 초반에 많은 어려움을 안겨준 책이다.
세계관도 그러하고 작가의 노력이 공들여 지어진 소설이지만 취향과는 다소 멀었던 탓에 개인적으로는 힘겨웠다
그래서 스스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제하의 곁을 지키는 솔찬은 멋있었지만 똑같이 자신의 주군 강천을 지키는 서찬에게는
답답함이 일었다. 맹목적인 충성이라고 보기엔 다소 아둔해보였다.
두사람의 역경을 위해 준비된, 갈등을 담당하는 다른나라의 공주 또한
좀더 세심히 노력을 기울여주셨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설에 의하면 눈썹으로 교미하여 알을 낳는다고 한다]
..나름 진지함이 흐르는 이 책에서...작가님이 남겨두신 웃음코드일까..
급작스레 벌어진 웃음코드에 왜인지
눈썹으로 어떻게 교미를 하는걸까?...라며 달팽이의 더듬이를 떠올리는 독자는 나뿐일까?
몰론 고대서책이니 진실과 다른 허황된 내용도 있겠지만...
특이한 상상의 몫을 던져주셔서 나름 제대로 즐거웠던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내처럼 행동하는 제하와 그런 제하를 귀엽게 여기는 강천. 어린아이같은 구석이 곳곳에 보이는 제하는
기존의 여주와는 조금 다른 캐릭터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뻔히 보임에도 자신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솔찬에게 유달리 강하게 왕의 태도를 취하며
다음에 올 질문들을 함구 시키려는 모습이 왕으로서의 근엄보다는 어린 왕의 귀여운 투정으로 보였다.
조금 무협쪽에 관심을 두어 독서의 폭을 넓혀본다면. 그 때에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편하게 즐기며 읽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