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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로맨스
차은강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저기 다짜고짜 미안한데요 여기 호텔비가 얼마에요?
여기서 잔거 아니에요? 알면 좀 알려달라고요!"
"오십만원입니다만."
결혼을 위해 데이트비용도 아끼고 아꼈던 솔에게는 모텔입구에 차를 세웠던 연인이
하룻밤에 50만원을 하는 호텔에서 그것도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과 나란히 팔짱을 끼며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게 된 솔.
벼락을 맞은 듯한 배신감에 젖은 그녀는 전연인 우영과 친구 영랑 커플을 피하듯 회사를 그만둔다.
백조가 되어 부모님의 일을 아르바이트삼아 거드는 그녀.
그녀의 단잠을 깨우는 집 앞의 공사현상은 솔이가 꿈꾸던 예쁜 주택이었다.
예쁘지만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주택을 솔이는 엄두도 내지 못할 금액을 주고 사들인 젊은 남자.
그 남자 승재는 그날 호텔에서 솔에게 오십만원이라는 대답을 해준 남자였다.
배신감과 백조라는 환경에 놓인 솔은 점점 불어난 몸무게로 주위로부터 압박을 받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영랑에게 들은 두 사람의 결혼소식과 자신의 몸을 비웃는 영랑의 태도..
솔은 충격과 함께 다이어트를 결심하며 가장 제격이라 여긴 주택 앞에서 줄넘기를 뛴다.
그런 그녀가 달갑지 않은 승재는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한달이라는 시간을 주기로 한다.
한달동안은 마음놓고 승재의 주택앞에서 줄넘기를 할 수 있게 된 솔.
아버지의 세탁소 일을 거드는 솔은 승재의 세탁물을 전달해주며 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조금씩 친해지게 된다.
"솔직히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은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되는 세상이잖아요.
그런 기회를 얻고자 하는거죠 남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기회. 세상은 성격미인보다 얼굴미인을 원한대요
그러니 다이어트하다 다이할지언정 살을 빼려고 하는거고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예뻐지려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저도 다시 직장을 얻기 위해서 면접도 봐야하고, 또 송중기 같은 남자가 나타나면 호텔에 가도 부끄럽지 않은
몸매를 보야야 할거 아니에요"
당당하게 송중기같은 남자와 호텔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일탈을 꿈꾸노라 말하는 그녀의 말이 승재는 어이가 없지만
그녀의 상황을 그날 호텔에서 다 보았던 터라 그녀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순수하다 못해 바보같은 구석도 보이는 그녀가 은근히 신경쓰여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살이 빠져 점점 예뻐지던 솔이 어느날 드레스를 입고 택시를 잡는 모습을 발견한 승재는 그녀의 뒤를 밟는다.
"하...저여자가 진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차안에서 기다리던 승재의 앞에 친구들과 함께 나타나 클럽으로 들어가는 그녀.
승재는 급히 친한동생 준혁과 은석을 불러내 룸을 잡고 1층에서 춤추는 그녀를 주시한다.
그 사이 웨이터들이 데려온 부킹녀 솔의 친구인 미현과 영랑...
"몇명이서 오셨어요?"
"아 친구 네명이서 같이 왔어요"
"오 많이 오셨네요"
"네 다음 달에 친구가 결혼을 해서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모였거든요"
"말하자면 처녀파티 같은 거군요?"
"뭐 그렇죠"
솔의 연인이었던 우영을 빼았았던, 사치를 좋아하는 영랑
한눈에도 승재가 보통남이 아닌 것을 눈치채고 그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한다.
"누가 다음달에 결혼하시는 분이세요?"
"저 친구요"
영랑이 당당히 가르키는 방향에는 솔이 앉아있다.
그날 호텔에서 남자의 팔짱을 끼고 나오던 그녀를 기억하는 승재로써는
솔의 이야기까지 들었던 탓에 그녀가 못마땅하지만...
부산로맨스는 드라마의 정석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어 내렸다.
아마도 순수하다못해 이바보야 그런것 까진 말 안해도 되잖아!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순수녀 솔이와
무심한듯 무심하지 못하고 솔에게 신경쓰고 있는 착한남자 승재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솔이의 부모님과 솔이의 영원한 반쪽인 친구 나래! 그들의 활약도 즐거웠다.
역시 부산하면 바다의 억셈을 닮은 활기찬 분위기가 떠올라서 일까.
이소설도 역시 활기차고 왁자지껄했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따뜻한 인물들이었던지라 그 사이에서 혼자 덩그러니 악녀로 부각된 영랑.
사실 영랑같은 스타일은 정말 싫어하는 스타일이라...읽는 내내
'아 이뇬이......-ㅁ-........'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욕 죄송합니다;;;)
친구의 애인을 빼앗은 것으로도 모자라 ...조롱까지 하고 깔보다니......니죄를 니가 알렸다!.....
영랑같은 여자가 여자에게 있어선 적이고 싫고 이해가 안되지만
남자들에게는 예쁜 여자, 자신을 가꿀 줄 아는 세련된 여자다.
영랑의 경우는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왜인지 씁쓸하기도 하다.
단지 외모 때문에 더 많은 단점을 보지 못하고, 더 많은 장점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
그런 면에 있어서 승재는 좋은 눈을 가진 남자가 아닐까.
스스로도 모르게 끌렸던 것이니 눈보다는 촉이 좋았던 걸까?
이 소설은 아마 우리가 가장 바라는 일들만 모아둔 이야기의 전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칫 뻔할수도 있겠지만 읽으면서 즐겁고 두 주인공의 따뜻함을 느낄수도 있으며
솔이의 부모님의 마음 친구 나래의 마음이 꼭 지금 내가 솔이인 것 처럼 느껴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허무맹랑하기보단 가까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같은 포근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했다...
나도 다이어트....해야지...하자...해야해..........하고 말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