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양이 여행 리포트

친구와 갔던 서점에서, 유달리 눈에 들어왔던 책.
강아지 고양이 동물이라면 좋아하는 나와 친구는 서로 이책을 바라보았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감동적이며 유쾌한 책이 아닌가 싶다.

고양이인 나나의 시점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
길고양이인 나나가 자동차에 치여 주인공 사토루를 만나는 장면을...
나는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느끼고 바라보고 있었다.
왜냐하면...약 3년 전...회사 뒤 공터에서 발견된 어린 아기 길고양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아기 고양이는 어미가 로드킬을 당해 오지 못하는 것인지. 몇일을 울고 또 울었었다.
안된 마음에 우유와 먹을 것을 놔두었지만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
매일 같이 그 고양이를 살피는게 하루 일과였다...
그리고 어느날 발견한 녀석은 뒷다리를 절고 있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컨테이너 밑에 수건을 넣고 놓아둔 상자속에
잔뜩 웅크리고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던 녀석을 발견했을때는 눈물과 함께 처음으로 신에게 감사했던 것 같다.
동물보호소에 맡겼던 녀석은...자동차에 치여서 골반부터 부러져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안락사가 결정되었었다.
그날 전화를 받고 아침부터 줄곧 퉁퉁 부은 눈으로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그렇게도 나와 그 아기고양이와 닮았는지 첫장에서 부터 눈물이 나고 그 시절 그 고양이가 떠올라 슬펐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소설에서만큼은 녀석은 회복하고 건강해져서 뛰어다닌다.

 

 

꼬리가 숫자 7처럼 휘어 있어 나나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토루..

 

"좋지?. 나나. 럭키세븐, 행운의 숫자이기도 하고"
남 얘기도 좀 들으라고 야옹 하고 울자 사토루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내 턱을 간질여 주었다
"너도 마음에 들었어?"
아니라고!....하지만..아아..턱을 만져주면서 묻는 건 반칙이잖아. 나도 모르게 목이 그르렁그르렁 울리니까
"역시 마음에 들었구나, 그렇구나"란다...
아니라고~~~~~.
 
이렇게 나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나라는 이름을 얻게 되고 사토루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나는 사실 이와 비슷하게..애견카페에 있는 복순이라는 고양이가...예쁜 여아라고 지어진 이름이었지만
알고보니 수컷이었던 사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왠지 복순이가 생각나 좀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5년의 세월을 함께 보내고 이제 그 둘은 이별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나나를 돌봐줄 사람을 찾기 위해 여행을 시작하는 사토루.그리고 나나.


어릴적 친구 고스케를 만나고 나나는 사토루가 어릴적 얼토당토 않는 고양이키우기 가출소동을 일으킨 이야기를 듣는다


......사토루 당신 참 머리 나쁜 꼬마였구나.


자신의 고양이에게 한심스러운 눈빛을 받는 주인공이라니..ㅎㅎ.
사토루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참으로 귀엽고 재미있었다. 엉뚱한 4차원 소년이였을 사토루.
그런 사토루의 어린시절이 슬픔으로 가득찬 세월이었다는 것은 실로 충격이었다.
부모님을 잃어 처음 본 이모라는 사람을 따라가 살게 된 너무나 어린 나이의 사토루.
그래도 반듯하고 착하고 성실하게 자라준 사토루가 고맙다.


나나를 돌봐줄 사람을 찾기 위해 시작된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는 여행.
그리고 사토루의 과거에 한발 한발 다가가는 여행.
나나도 나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토루의 추억의 길을 되돌아 걸어간다.
그리고 추억속의 내 기억도 넌지시 꺼내 옆에 둔다.
어릴 적 학교시절 작고 네모난 그 교실에서
나와 함께 웃던 그 아이들이라는 추억의 사진을 말이다.
 

한명 한명 고마웠던 그 시절 추억의 친구들을 찾아 떠나는 한 청년의 소년여행기이자

자신을 돌봐준 주인의 몰랐던 추억을 함께 기억에 새기는 고양이 나나의 여행기.

 

"사토루가 나를 키우지 못하게 된다 해도 나는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

잃기는 커녕 나나라는 이름과 사토루와 산 5년을 얻었다."

 

나나의 이 말에 나는 부끄럽기도 하고 많은 것을 뉘우치기도 했다.

떠나버린 인연이 있다면(연인 혹은 친구) 그 인연의 떠나감을 원망하기 보다

함께 한 추억을 고마워하며 새로운 삶에서의 힘을 얻는 것.

그 작은 생각의 차이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 따뜻해지고 사랑스러운 소설! 역시 내가 좋아할 타입의 소설!
이 책을 고른게 옳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하게 드는 책이다.

이 책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건 읽으실 분들을 위한 몫으로 남겨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