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 받은 황비 1~2 세트 - 전2권 블랙 라벨 클럽 7
정유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
나는 왜 여기에 있지?
...
내가 무엇을 잘못 했기에?
...
나는 당신을사랑한 죄 밖에 없는데..
..
털썩!
데구르르

 

 

첫장부터 강렬하게 내 앞에 나타난 사형수는 제목 그대로 버림받은, 잔인한 운명에 난도질 당한 여인 아리스티아 라 모니크였다.

첫 머리에서 이렇게 독자의 눈길을 사로 잡는 동시에 크나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책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아무리 봐도 주인공인데? 주인공이잖아. 근데 죽어?? 그럼 그 뒤 전개는?? 이거 로맨스 아니었던가???

1장을 읽어내리는 동안 나는 이런 궁금증에 굉장히 시달렸다.
추리 소설도 아닌데 말이다

 

 

 

황제가 될 사내의 배필로, 황후가 될 여인으로, 한점의 의심도 없는 예정된 인생을 위해,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국모의 자리에 걸맞는 교육을 받고 자란 티아(아리스티아의 애칭)
그녀는 어느날 하늘에서 내려온 신탁의 아이라 불리우는 차원이동소녀 지은에게

황후의 자리와 황제의 사랑을 모두 빼앗긴 체 살아간다.
평생 한 사내를 위해 키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당연히 자신의 남편이 될거라 믿었고 또한 연모했던 그 사내에게

갖은 모멸과 찬대를 받으며 끝내 그 사내의 만족스러운 미소 앞에서 목이 잘려 나간다.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도 모른 체 그녀는 그렇게 죽은 것이다.

 

티아는 흐릿한 시야로 자신의 어린시절 방에서 눈을 뜬다. 이것이 꿈인지 혹은 죽었던 지난날의 자신이 꿈인지
몽상같은 [지금]에 눈을 뜬 티아는 어리둥절하다.
황비가 되어 궁으로 들어가기 전 어린시절의 자신으로 되돌아와 있는 현재가 기가 막히기도 하지만
죽기 직전 담아두었던 [아버지에 대한 슬픔]으로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제일 먼저 찾아가 그 품에 안긴다.
평생을 황제와 나라를 위해서만 사셨던 아버지..
자신을 향한 다정함이라고는 한점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 분이
지독한 찬대와 아이를 잃은 슬픔으로 반실성한 자신의 딸을 위해 생애 딱 한번 아버지의 사랑을 보이며 사라져갔었다.
그녀의 고통을 위해 아버지가 일으킨 황제에 대한 딱 한번의 반역. 딸에 대한 딱 한번의 넘치는 사랑.
그리고 그 딱 한번이 마지막이었다. 그토록 성심을 다해 모셨던 황제에게 사형당한 아버지.

그리고 자신 또한 그 사내 앞에서 사형당하고 말았다.


한번의 강렬한 어버지의 사랑은 [지금]의 자신을 바꾸어놓는다.
티아는 이제 허수아비처럼 살던 황비, 목이 잘려 나간 비운의 황비가 아닌 새로운 시작점에 서있는 티아인 것이다

신이 말하지 않았던가.
지은의 대리품으로 처음부터 내정된 운명이었다는 것을, 단 한번도 신은 자신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신이 지은 과오와 잔인함에 잔혹했던 그녀의 삶. 신은 그녀에게 그 실수를 대신할 선물을 주겠다고 말한다.

 

[너는 나의 관심을 받는 자, 운명을 개척하는자. 네가 가는 길이 곧 너의 운명이고

네가 원하는 것이 곧 너의 길일지니 그대의 이름은 운명을 개척하는자 아리스티아 피오리나 라 모니크]

 

예비 황후, 비운의 황비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갑기만 하던 그녀가 새로운 삶에서는 과거의 비운의 삶을 바꾸기 위해 하나 하나 변화해간다.
과거에는 참기만 해서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아이다운 투정과 따뜻함도 점차 찾아나간다.
과거의 자신과는 다른 여러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 티아.

예전에는 겉으로 내비치지 않던 아버지께서 확연히 눈에 잡힐 듯 보이는 사랑을 보여주시고

가문의 식솔들 아버지의 기사단의 관심을 받고
자신을 아껴주고 지켜주겠노라 기사의 맹세까지 하는 따뜻한 소년 알렌디스를 만나고

시큰둥하면서도 티아와 친해지려 하는 카르세인이라는 소년도 만난다.
다만 바뀌지 않은 것은 원인을 알수 없는 황태자의 과거와 같은 차가움뿐.

하지만 그 역시도 이 세계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있음을 티아는 느끼게 된다.
자신을 향해 하나씩 관심을 가지는 황태자. 생소한 그 느낌이 과거의 차가운 황태자와 겹쳐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주위의 관심과 사랑으로 티아는 조금씩 극복해나간다.

 

이 소설처럼 주인공을 열렬히 응원하게 되는 소설도 드물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티아를 보고 있으면 특히나 그녀가 황태자와 만나는 장면이 나오면 나는 의례 티아를 응원하고 있었다.
과거에 지지말라고 황태자를 겁내지 말라고
트라우마. 티아에게 황태자는 과거의 지옥같은 트라우마다.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 스스로뿐일테니까 더더욱 티아를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1권에서 부터 이미 누구와 맺어질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
1권에서 부터 이미 티아의 다방면의 엔딩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
버황은 끝을 예상할 수 없게끔 독자의 긴장을 잡고 있는 책이다.
어린 시절 즐겨하던 시뮬레이션 게임 [프린세스메이커]를 할때의 기분이랄까?..
알렌과 맺어질지 카르세인과 맺어질지 혹은 변화하고 있는 황태자의 황후가 될지 그것도 아니면 여기사가 될지.
새로이 등장할 인물들은 누구일지(아직 1,2권 밖에 출간되지 않았으니 5권이 완결 예정이라면

더 등장할 인물들이 있을 것도 같다는 나의 예상이다)
대체 어떤 엔딩이 맺어질지 궁금하다.

 

고귀하고 아름다웠지만 지독하게 고독하고 처참했던 티아가
얼마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선물의)삶을 만들어가는지를 기대하며 다음권을 기다려본다.

 

강렬하기도 하면서 잔잔히 따뜻해지는 소설.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한편으로는

나 자신도 이처럼 이겨내자 다짐하게 되는 소설.
신과 인간 그 관계를 한번쯤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

 

개인적으로 버황은 판타지로맨스라고 부르기 보다는 한편의 중세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로맨스 [중세로맨스]라고 부르고 싶다.
판타지이지만 마법사와 같은 타종족이 나오지 않는 점이 기사와 레이디의 사랑을 다룬 소설

하얀로냐프강의 분위기와 닮은 소설같기도 하다.
하얀로냐프강도 판타지라고 분류는 되지만 판타지라고 하기에는 기사와 레이디의

중세로맨스에 더 가깝다고 느꼈었다.

 

 

티아, 알렌, 세인, 그리고 나에게 조금 미움을 받고 있는 황태자와
미워하지도 그렇다고 사랑해주기도 애매한 지은.(현재는....얄밉다......난 티아가 더 소중하니까..)
그들의 삶을 찬찬히 기대하며 책을 읽어내려가며 다음권을 기다린다.
예약해둔 3권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디게 갈 것 같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나지만 개인적으로 요즘의 판타지들은 남성 취향에 맞춰진

게임판타지 먼치킨(무조건 주인공이 말도 안되게 강한 설정.)류의 책이 많아서
책을 고를 때 신중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1세대 2세대의 판타지 소설 세대였던 나에게는 말이다.
드라마로 예를 들어본다면 가을동화의 시대에서 요즘은 막장드라마의 시대로 넘어간 느낌이라고 할까?
막장드라마는 분명 자극적이기에 관심이 주목된다. 유행어가 생기기도 하고 시청자들은 악역을 욕을 하며 본다.
그 당시 판타지는 조금더 동화적이고 아기자기 하면서도 교훈적인 소설이 많았다.
요즘은 다시금 예전의 분위기와 비슷한 판타지 그리고 판로(판타지로맨스)가 하나 둘 내 눈에 들어오고 있어

다시금 독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버려진 황비 역시 읽는 내내 내 애정을 듬뿍 받게 된 책이다.

판타지소설 1~2세대였던 나의 정서에 잘 맞는 책이기도 하고 작가의 깊은 생각이 글 속에 진주처럼 박혀있는 소설.
작게 크게 사람은 살아가며 누구나 트라우마 하나씩은 가지게 마련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당차게 이겨내기도 혹은 트라우마의 노예로 살아가기도 한다.
티아를 마주하며 트라우마는 과거의 잔재로 남은 흉터가 아닌 언제든 치유될 가능성이 있는 상처라는 생각이 든다.
티아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과 나자신에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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