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루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6
김수지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봉루

 

봉황의 눈물이 고여 만들어진 신성한 호수 봉루.
봉루의 샘물만이 신단수를 키울 수 있고 그 신단수가 나라를 지키는 결계를 만든다.
그 봉루의 정기가 모여 태어난 선인 아사란...

오직 봉루를 위해서만 존재하도록 태어난 그녀 아사란


오염된 봉루를 정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총궁주인 아사란의 목에서 나오는 하얀 피..

그녀는 요괴들의 공격으로 불타버린 신단수와 오염된 봉루를 회생시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려 하지만 그녀의 손에서 자란 여우요괴 소요는 그녀의 죽음이 부당하다며

그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술법으로 그녀를 먼 곳으로 보낸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아사란은 갑작스레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그녀를 발견한 붉은 사막부족은 그녀를 데려가 감시와 동시에 보살핀다.
점점 이곳의 전후 상황을 알아가게 되는 아사란.

사막부족과 대치중인 황제 다리우스에게 잡혀 그의 궁으로 들어온 아사란은

그곳에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고 그의 손에서 도망쳐

사막을 헤메이며 전설의 신전을 찾아나선다.

다시 봉루로 돌아가기 위해 그녀는 노력을 시작한다.

 

뜨거워서 활활 타버릴듯한 겉과 텅빈 차가운 공허한 속을 가진 사내 다리우스.
서늘할 듯 무감정한 겉과 끝임없이 제 사명만으로 가득들어찬 속을 지닌 여인 아사란.


너무나도 판이하게 다른 정반대의 속성을 지닌 두 인물이 그려내는 이 소설은..
너무 아프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남주인 다리우스..
초반부터 너무나 강렬한 인상으로 나타나 나에겐 그다지 사랑을 받지 못한 캐릭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워 할 수도 없는 캐릭터.
마치 너무 성격이 강한 꼬마아이를 직접 돌보는 것은 짜증날 만큼 버겁고 힘든데
그 아이가 막상 자기 부모앞에서 두려움에 벌벌 떠는 것을 보면 애잔함이 드는 것 같은..
그저 폭력적인 아이라고만 생각할 때와 다르게 아이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딱해서 어쩌할 바를 모르겠는 것과 같은 기분을 나에게 선사해준 캐릭터였다.

 

그가 그렇게 악마밖에 될 수 없었던 어릴적 상처의 상흔들이 하나 둘 벗겨져 나가면서

진정한 다리우스의 공허함을 마주보며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갈구함에도 어느것 하나 진정으로 가슴에 담지 못한 이의 공허한 포효가 불꽃으로 터졌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다리우스는 불, 아사란은 물 이라는 설정을 느끼게 되지만

반대로 다리우스의 한없는 차가움과 아사란의 불타는 뜨거움을 동시에 느낄수 있다.
그리고 겉과 속이 이토록 정반대인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며 점점 서로에게 동화되어 간다.


인형처럼 봉루에 대한 사명감만을 가진 차가운 냉정함의 여인과

불처럼 타오르기만 하는 사내가 만나 점점 얼음이 녹고 불꽃이 사그러든다.
여인은 인간으로써 버리려고만 했던 마음을 점점 찾아가고 사내는 증오뿐이던 공허함에서

점점 사랑이란 마음을 찾아간다.  서로 상반되는 둘이 만나 서로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과정이

천천히 유수처럼 흘러가며 이루어진다.
어찌 보면 일반인들의 눈에는 두 사람은 괴물과 같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두 사람.
그래서 더욱 서로에게 끌리는 지도 모른다.

 

붉은 사막부족의 여전사이자 이 소설에서 가장 끔찍한 고통을 가장 많이 당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 칼레일.. 그녀에게는 착잡한 마음이 든다.
초반에 그녀는 긍지 높고 멋진 여전사였지만 지독한 고문을 당하면서 시작된 다리우스를 향한

증오심이, 아버지를 잃고 부족들에게 배신당하며 점점 겉잡을 수없는 괴물로 커져간다.
칼레일의 다리우스에 대한 감정이 증오심인지 사랑의 질투인지 점점 모호해지며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인간답게 변모하는 다리우스와 반대로 그녀는 긍지높은 인간에서

점점 증오와 복수의 괴물로 변모하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듯 도 하다.

 

 

내가 가장 사랑한 캐릭터는..두 주인공도 반도 칼레일도아닌 다름아닌 연해랑이었다.
그는 봉루를 지키는 아사란을 말그대로 봉루처럼 잔잔하게 깊이 사랑한 인물이란 생각이든다.
타오르는 주작이면서도 뜨거운 불길이 아닌 잔잔한 호수처럼 따뜻하게 아사란을 사랑한 연해랑..
3편에서 등장한 연해랑은 그 어떤 인물보다 나를 울렸다...
그녀를 기다리며 낯선 땅에서 그녀를 위한 신전을 짓고 그녀를 여신으로 만든

오랜 기다림의 가슴 절절한 사랑...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스스로가 타올라버린 열병의 주작..

 

아사란을 차원의 세계로 보낼 때 여우요괴 소요가 꼭 살아가시라 외쳤던 그 절규의 외침처럼 아사란은 먼 곳을 돌고 돌아 결국  자신이 살고 싶은 의지를 찾아냈다.

허나 그 의지는 연해랑의 지고 지순한 사랑을 외면한 끝에

다리우스에게서 터져나와 이루어진 의지.
작고 여리게 아사란에게 파동을 일으켰던 연해랑의 사랑이 수면에 뜨지 못하고 사그러질때

다리우스의 강한 파문이 결국 수면을 일으켜 세웠다.

한 사내의 희생위에 지어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연해랑이 아프다..

다리우스 보다 더 아픈 연해랑이다.
연해랑 연해랑...계속 입에 멤도는 이름의 슬픈 사내.
각자 너무나 강하고 확고한 성격과 매력을 지닌 인물들..그 중에서 나에게는 가장 빛난 연해랑..
봉루...봉루라는 신성함에 가장 가까운 사랑을 한 이는 연해랑이 아닐까..

 

진득한 피비린내와 증오의 아비규환이 모두 끝난 마지막 결말에는

잔잔한 행복감이 감도는 두 사람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떼어내, 서로에게 담아 완성된,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시원하며 적당히 가득 찬 마음이라는 그릇,
냉정한 사명감만 가진 인형도, 활활 불타올라 터질 듯 하던 증오의 불꽃으로 만들어진 악마도

이제는 따스한 인간이 되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며 살아갈 것이다.

 

봉루...이 소설은....
아사란처럼 사명감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진정 살아가야 할 의지와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소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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