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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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한스크. 시뻘건 오로라가 드리운,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이지."

살인을 저지른 인간 백정인 아들이 숨어 들어 온 어느날,

노모는 그런 아들과 함께 보드카를 기울이며 지난 어린시절 자신과 남편이 살았던

한 마을과 지난세월 묵혀왔던 비밀들을 꺼내어 들려준다.

추운 러시아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도 가장 추운 곳, 투루한스크에 있는 유쥐나야라는

마을에는 어느날 차르의 칙령으로 홀로드나야라는 마을이 새로 건설된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쌍둥이처럼 닮게 만들어진 동홀로드나야와 서홀로드나야.

그리고 그 마을로 이주한 어린 아이들. 남자아이 250명 여자아이 250명 총 500명이 아이들이

남녀가 구별된 채 서쪽과 동쪽으로 나뉘어 무리를 지으며 마을속에서 살아간다.

추울 날씨에 맞는 제대로 된 옷도 입지 못한 채 생활하는 아이들은 입수기도라는 의식을 치른다.

본래도 추운 날씨에 얼음물을 깨고 그 연못에 몸을 담그며 버티는 의식이다.

이 곳을 다스리는 리센코 후작은 그런 아이들과 함께 물에 입수를 할 정도로 아이들을 아꼈다.

입수기도를 버티지 못하고 생명을 잃은 아이의 시신을 손수 안아서 들고 갈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애착을 가진 리센코는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 추운 곳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폐하에게 추위를 타지 않는 러시아 백성들을 만들어 올리고 싶습니다."

유전학의 이론으로 가능할 것이라 여겨진 ' 획득 형질 유전'이라는 실험을 위해

자행된 홀로드나야의 비극이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입수기도는 잔혹했다.

소녀 소년들이 물의 차가움을 이기지 못하고 심장마비를 일으켜 급사했다.

그 차가운 물속에서 죽을 뻔 했지만 기적처럼 살아난 어린 아이 케케.

그래서 기적의 케케로 불리우던 가장 어린 소녀였던 케케가 바로 노모였다.

소년 소녀들이 죽음을 맞는 한편으로 입수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은 일명 챔피언들도 있었다.

그들은 가장 먼저 결혼식을 올리는 영애를 갖기도 했다.

첫번째 결혼을 한 이들은 케케를 구해준 언니인 나타샤와 베소였다.

많은 소녀 소년들의 동경을 받으며 결혼생활을 위해 떠났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곧 홀로드나야로 내려와 입수기도를 시행한다.

20년이란 세월 속에서 그 곳은 행복한 집이었기도, 두려운 감옥이었기도,

그리고 잔혹한 공간이었기도 했다.

이 소설이 태어난 배경과 유전학의 특정 실화를 엮어서 실제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구성한 점이 꽤나 좋았던 것 같다. 사실 한켠에서는 실제 이런 사건이 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시대 배경상으로 생각해보면 있었을 법도 하기 때문에 더 그런 마음이 든게 아닐까.

잔인해서 일어날수 없을 것만 같던 비극적 실험들이 일어난 시대가 있었으니 말이다.

(나치와 일본이 저지른 인간을 실험체로 한 실험들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이야기가 흡입력이 있어서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국내 작가라는 점이 또 한번 좋았다.

개인적으로 최근 읽은 이야기들 중 가장 스토리 면에서 상위권이라고 말하고 싶다.

케케, 나타샤, 리센코후작, 베소, 리자 등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성도 좋았다.

사실 책을 구입할 당시에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던 책 중 하나였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무거운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추운 유쥐나야에 아름다운 오로라가 있었듯

비극적인 홀로드나야에서도 머나먼 기억 속 아름다웠던 과거들이 그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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