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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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라고 생각을 해보면 느긋하게 감성을 깨우며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치열하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심하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여러 작가의 모습이 각자의 개성대로 보여지는 모습에 따뜻함과 황당함이 오고가는 책이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책 '사양'을 읽은 적이 있는데 사양의 경우 다자이 오사무가 내연녀인 오타 시즈코에게 일기쓰기를 권했었다고 한다. 일기를 토대로 영감을 얻고 일기의 자료를 빌려 만든 소설이 사양이라고 알고 있다. 작가의 마감 책 첫 스타트에서 다자이 오사무가 집사람에게 보여달라고 한 '일기'라는 것이 사양의 기초가 된 그 일기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초반부터 은밀한 비밀을 알고 있는 동료의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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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일기 쓰는 것 같던데. 좀 빌려줘." 라고 무심한 척 말을 건넸는데, 집사람은 무슨 까닭인지 한사코 응하지 않았다. "흥, 비렬주지 않아도 좋아. 그렇다면 난 술을 마셔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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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마감에 쫒겨 도망치는 마음으로 그렇게 술집으로 직행한 다자이 오사무라는 대작가의 모습을 상상하니

어딘가 웃음이 세어나왔다. 술과 여자 그리고 자살을 좋아했던 다자이 오사무의 일대기를 알고 있어서인지 과연 그 다운 술집행인데? 싶기도 하고 늘 방탕하면서도 어딘가 외롭고 공허함을 안고 살며, 써지지 않는 글을 쓰기 위해 사력을 다했을 한 사람을 생각하니 애잔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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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야마 가타이 라는 작가의 '책상' 편에서는 마감을 코앞에 두고 글이 써지지 않아 갈팡질팡하는 작가와 그 아내의 대화가 꽤나 따뜻하면서 재미있게, 드라마의 한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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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싫다, 싫어! 소설 따윈 쓰고 싶지 않아."

"안되면 어쩔 수 없잖아요?"

이렇게 말은 해도 아내는 결코 "대충 쓰면 되지 않나요? 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게 또 한층 고통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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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썼어요?"

"아니."

"어, 아까 쓰고 계셨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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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사랑스러운 내조와 글작가로서의 귀여운 투정을 볼수 있는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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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나는 오늘도 아등바등 글을 써 내려간다. 그것 말고 다른 길이 없는 신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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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에서 하야시 후미코가 말했듯, 모든 작가들은 글 쓰는 것 말고 다른 길을 생각해볼 수 없는 작가의 신세 속에서 아등바등 매일 글을 써 내려가며 마감을 해왔을지도 모른다.



셋집에서 살며 가난뱅이로 살았지만 세간에는 막대한 부를 쌓았다느니 굉장한 저택을 지었다드니하는 소문에 시달렸다는 나쓰메 소세키도 그렇고, 그들의 삶이 타인들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달랐으리라.

그들의 고단한 창작과 집필이라는 공간속에 잠시 들어가 그들의 한숨소리, 우는소리, 즐거운 소리와 같이 개인적인 일상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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