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몬스터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곰과 잘 지낼 수 있는 건 곰의 무서움을 아는 사람이죠. 사랑이 있으면 동물과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순수하게 믿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대처할 수 없습니다."


시어머니와의 마찰을 토로하는 미야코에게 이시구로 이치오가 해 준말은 어쩌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핵심적 관계를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타인은 늘 곰과 같은 존재다. 길들여진 것 같아도 '자신'이라는 '야생의 본능'이 있기에 타인보다는 자신을 우선으로 한다. 때때로 그것을 잊고 '사랑하니까', '나에게 길들여졌으니까' 나를 절대 해치지 않을거라는 근본없는 믿음을 가지곤 한다. 그래서 곰의 무서움을 알듯, 타인이라는 개인의 마음을 잘 알고 대해야 다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몰론 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세상의 모든 마찰은 설명할 수 없으리라.


자신을 구해준(사실은 구해줄 필요도 없었을 테지만) 나오토와 결혼해 함께 살고 있는 미야코는 사실 평범한 여성이 아니다. 첩보원 출신의 미야코는 스스로를 생각하며 틀림없이 시부모님과도 마찰없이 잘 살아낼 수 있을거라 여겼다. 하지만 사사건건 시어머니와 부딪히고 자신의 우위에서 누르는 듯한 시어머니의 언행에 나날이 예민해져만 간다. 사고사였던 시아버지의 사망에 혹여 시어머니가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든다.

그런 생각을 하는사이 그들의 가정사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인간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딱 잘라 구분할 수는 없다. 어떤 인간에게든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좋다'와 '나쁘다'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확답하기 어렵다.


추리소설임에도 철학적인 문장들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 보였던 책이다.

인생이 본래가 추리소설처럼 여러가지 사건들과 불행들이 겹치는 법이지만 그럼에도 그 충돌들 속에서 일어나는 깨우침과 성장으로 나라는 인간이 되고, 타인과 교류하는 내가 된다. 열심히 부딪히고 부딪혀 기여코 나와 타인의 맞물리는 부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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