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내리는 집 - JM 북스
기타가와 에미 지음, 이나라 옮김 / 제우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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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에서 장난치지마! 죽고 싶어 환장했냐!’

갑자기 들린 듯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한 소년이 전철 승강장에서 몸을 빼고 있어 안전하게 물러나도록 했다. 성난 목소리지만 그리운 목소리이기도 한 음성이 마치 지금 바로 들리는 듯한 기시감을 가지며, 코우스케는 그림을 사려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전철에 몸을 실었다. 그림을 그린 화가는 로렌이란 이름으로 본명은 알 수 없지만 코우스케의 어린 시절 많은 기억을 안겨준 그래서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다. 갑자기 사라진 로렌에게서 어느날 불연듯 도착한 편지에는 그림을 팔아달라는 부탁이 적혀있었고 코우스케는 그렇게 로렌 개인전을 열게 된다. 그림을 파는 목적보다는 사실 로렌을 다시 찾고 싶었던 코우스케는 로렌의 그림을 보며 눈물 흘린 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림 속 모델인 소녀A인 안나를 찾고 싶은 유키코와 로렌을 찾고 싶은 코우스케는 그렇게 함께 두 사람을 찾기 위해 단서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로렌의 숨겨진 과거는 어쩌면 아이를 살해한 살인범일지도 모른다. 코우스케가 알던 로렌은 과연 로렌이 맞았던 걸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소설을 좋아한다. 따뜻한 추리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나미야 잡화점처럼 따뜻한 소설이라 한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 될 것 같다.

어렵지 않게 읽히는 내용들과 캐릭터에 집중하게 되는 몰입도가 있는 책이다.

등장 인물 하나 하나가 별처럼 빛나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가장 가운데에 밤하늘처럼 든든하게 로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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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눈을 떠봐도 할머니가 없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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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세계를 지나 어른이 되었음에도 때때로 외로움이 사무친다.

외로움을 몸으로 알지 않아도 될 아이들이 외로움에 노출되고 그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어른인 지금 내가 감당해야 할 외로움도 이렇게 몸서리치게 추운데.. 이 소설에 나오는 아이들이 가진 외로움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그런 아픔 속에 손을 마주 잡아준 유일한 어른이었을 로렌이 너무 고맙다. 우리는 아이의 시간을 지나 자라는데 어째서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리는 걸까. 아이들의 외로움과 슬픔에 손을 맞잡아주는 어른이 되지 못하는 걸까. 우리는 왜 한 사람의 로렌이 되어주지 못하는 걸까.

야마구치 코우자부로의 추천문과 역자 후기에서도 그렇지만 누군가의 인생에 로렌이라는 인물이 한명 쯤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로렌이 있었다. 고등학교 당시 담임이었던 선생님이다. 내 학창 시절 유일하게 따뜻함을 준 교사였다. 관심을 주고 내가 상처 받을까 걱정을 한다고 느낀 유일한 어른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만 특별히 사랑을 준다는 느낌이 아니었음에도 깊게 박혀있는 사랑이다.

이젠 내가 누군가에게 로렌이 되어 줄 수 있는 나이가 되었건만, 여전히 내 안에는 아직도 코우스케가 있고 안나가 있다. 그건 우리가 완벽한 한명의 사람이 아니라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타인에게만 전달받을 수 있는 따스한 체온이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시기라서 더더욱 그런 맞잡은 손의 따스함이 그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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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은 칠십 남짓한 인생에서, 다 품에 안지 못할 정도로 많은 빛을 모았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빛을, 앞으로도 계속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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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깊은 밤, 어둠의 두려움이 아니라, 그 어둠 속 빛나는 별을 바라보게 해준 사람.

내가 나에게, 내가 누군가에게 로렌이 되어 그 별을 알게 해주는 밤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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