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스물일곱. 나의 기준으로는 젊은, 그래서 아직 가정을 일구지 않아도 전혀 이상할것 없이 싱그러워보이는 나이의 부부가 살해당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이제 갓 세상을 느껴가고 있었을 두살의 어린 자녀 역시 살해당했다.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햇살 속 여린잎 같았던 가정이 피로 물들어 지고 말았다. 그보더 더 끔찍한 것은 그 일가족을 살해한 범인이 가부라기 게이치라는 미성년 소년이고, 그 범죄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가족인 중년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삼각형의 관계에서 최악의 상황이 다시 일어난다. 범죄자로 사형수가 된 가부라기 게이치가 탈옥을 한 것이다.사형수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들과 잡히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이치. 정체를 숨긴 게이치를 만난 일반인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게이치를 만난 사람들의 말처럼 어느새 나도 게이치라는 인물에 빠져들었다. 과연 그는 살인범이 맞을까? 이런 인물이 사람을 죽였을까?소메이다 다메히토 작가는 주인공인 게이치를 상당히 애정을 주고 만든 것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매력적일리가 없다. 진실을 믿는것은 간단하다. 내가 믿고 싶은 진실이라 믿는것은 간단하지 않다. 만들어진 진실을 믿는 것 역시 간단하지 않다.그 진실 뒤에 있던 또다른 진실이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감내해야하는 무게가 헤아릴 수 없으니까. 끝이라는 것은 허무하기도 그리고 그립기도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끝나는 것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시작이 있지만 그 시작은 끝이 되기 이전과는 다른 시작인 것이니까 전혀 새로운 것이 된다. 결국 끝이란 것은 없어지기 위해 정리되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가지게 된 각자의 끝, 그리고 재시작, 그 속에서 여러가지를 생각을 해본다. 돌아오지 못하는 젊음의 끝.. 그 끝이 뾰족하게 아픈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