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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스탠딩
래리 호건 지음, 안진환 옮김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래리 호건을 몰랐다.
표지에 '한국 사위'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은 아는 어떤 사람인가보다하며 반은 호기심으로 이 책을 접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와 인자하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환경은 어려웠던 탓에 어린시절부터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어야 했던 래리 호건. 40대까지 독신으로 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한국 사위'라는 호칭을 안겨준 한국 여성 유미씨다. 유미씨는 당시 41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더 놀라운건 4명의 딸을 키우는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고작 18세에 결혼으로 고향땅을 떠나 이민을 왔지만 이혼으로 혼자 모든 어려움을 감내해야했던 여성이다. 다르면서도 또한 닮은 점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건 나만 그런걸까.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를 통해 정치를 접했던 그가 성장해오면서 어떻게 메릴랜드 주지사가 되었고 어떻게 한 가정을 일구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사실 처음 시작 전에는 '이 책 상당히 어려운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품으며 겁을 내긴 했다.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어려운 용어가 나오거나 정치관련 이야기가 나올까 조금은 노심초사 했지만 다행히 크게 어렵지 않게 래리 호건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은 정치보다는 래리호건이라는 인물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고, 유미라는 한국 인물을 통해 좀 더 관심과 애정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가 암에 걸리게 되고 그럼에도 열심히 이겨낼 수 있었던 이야기도 좋았다.
소설이 아닌 실제의 경험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아니, 왜 나는 '아야' 놓기 전에 '호호' 크림 안 발라주는 거예요?
계속 그렇게 그냥 막 찔러도 되는거예요?"
암병동의 어린 친구가 전한 노하우를 착실하게도 실천하는 주지사다.
당시 그의 나이를 감안해도 그의 '깜찍함'은 타고난 사회성이 아닐까.
그는 타고난 사회적 인간미와 인간애가 넘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나니 '한국 사위'라는 멘트에 어쩐지 자랑스러움이 든다.
이 책에는 코로나19로 어려울때 한국에서 진단 키트를 공수한 이야기도 나온다.
겨우 작년의 일이다.
그의 어린시절부터 바로 작년까지의 일대기를 읽어볼수 있어서, 그리고 래리호건이란 인물을 알게되서 기쁜 책이다. 정치가는 딱딱하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조금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래리 호건을 들여다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아보인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치를 생각하는 예비 정치인들이 분명 있으리라 믿는다.
생각보다 재밌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