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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평점 :
모든 것이 눈의 침묵 속에 묻힌 북극.
괴팍한 고집쟁이 노과학자 어거스틴은 철수하는 다른이들을 두고서
천체연구를 마치기 위해 홀로 기지에 남는다.
모든것이 침묵속에 가라앉은 곳에서, 홀로 남았다고 생각한 곳에서
어거스틴은 예기치못한 생명을 마주한다.
어린 여자아이 아이리스다.
아이리스가 왜 이곳에 어떤 이유로 남게 되었는지 알수가 없다.
북극처럼 자신의 이야기에 침묵하는 소녀와 어거스틴은 기지에서
함께 생활해 나가게 된다.
인류 최초로 목성 탐사에 성공하고 귀환하던 중 지구와 교신이
끊겨버린 우주비행사 설리는 함께 남은 동료들과 고군분투한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중얼중얼하는 소리는 데비가 힌디어로 하는 기도였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는 탈이 손에 쥔 비디오 게임소리였고,
사각사각하는 하퍼의 연필소리,
테베스가 바스락거리며 책을 넘기는 소리,
그리고 그 모든 소리들의 배경에서 우주선이 윙윙거리고 있었다.
이바노프는 화장실을 떠나며 욕설을 중얼거렸지만,
나중에 설리가 잠에 빠져들 때,
그의 숨 죽인 흐느낌을 들은 듯 했다.
지구와의 교신이 끊기고 우주 속에서 막연한 기다림을 가져야 하는
그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상황을 받아들이듯 초조해하는 부분들이
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신에게 의지하는 기도의 소리, 애써 불안을 지우기 위한 게임소리와
책을 넘기는 소리, 그리고 지금을 기록하는 소리와..
날카로워보였지만 결국은 무너진 아이같은 마음의 소리.
모두의 행동이 평범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충실한 본성은
이바노프가 아닐까.
강해보여도 결국은 아이처럼 허물어지는 불안함의 두려움은
어쩔수가 없다.
어거스틴이 쏘아 죽인 북극늑대.
북극늑대는 너무 고립된 곳에서 살아 사람을 알지 못하기에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위헙을 가하지 않은 늑대지만 어스틴은 아이를 보호하려는 본능에서
위험요소로 판단했다.
고립된 곳에서 살아남으며 두려움으로 예민해진 사람과
고립된 곳에서 살아남아 되려 두려워하지 않은 늑대.
어느것이 더 자연스러운 본능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른인 나는 같은 상황 속에서라면 어거스틴과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그 후 죽어가는 곰을 끌어안고서 천둥같은 심장소리를
듣는 어거스틴을 보며 복잡한 심정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은 뛰고 있지만 언젠가는 멈출 것.
지금은 따뜻하지만 곧 식어 차가워질 것.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그토록 끌어안고 느끼고 싶은 것.
바로 살아있음이 아닐까.
옮긴이의 말 중에 "사실 외로움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라는
대목이 있다. 인간이 갖는 외로움 속에는 절망과 분노가 있겠지만
그 속에 또다른 열매가 들어 있다.
그것이 광기일지 희망일지는 각자가 키워봐야만 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