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성장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어른은 퇴화한다..
아이보다 더 아이같이 퇴화해 버린 무질서한 어른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엘리의 이야기다.
마약에 빠져버린 엄마와 그런 엄마를 돌보는 새아빠 라일 아저씨,
그리고 사랑하는 형 오거스트와
함께 하는 삶은 힘겨우면서도 또한 사랑이 넘친다.
부모로서의 자격은 없어 보이지만
엘리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은 자격을 반비례할 만큼 높다고 생각한다.
다들 내 인생의 어른들을 좋은 사람이냐 아니냐로 평가하려고 한다.
나는 세세한 일들로 그들을 평가한다. 추억들로.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른 횟수로.
엘리가 어리숙한 어른들을 사랑할수 있는 기준이 아닐까.
어른이 정해둔 사회적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서 세세한 일들로 평가하는
엘리'는 이미 어른보다 더 성숙한지도 모른다.
엘리에게는 또 한명의 친한 어른이 존재한다.
베이비 시터이자 택시 기사 살인범이면서 또한 탈주범이기도 한 슬림 할아버지다. 그는 엘리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며 엘리의 성장에 씨앗을 뿌려둔다.
"네가 왜 그렇게 눈물이 많은지 궁금한 적 없었냐, 엘리?"
"왜냐하면 난 약해 빠졌으니까요."
"넌 약해 빠지지 않았어. 우는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네가 무신경한 사람이 아니라서 우는거야. 그걸 창피하게 생각하지마
이 세상에는 겁이 나서 못 우는 사람들 천지야. 겁쟁이라 무신경하게 구는거지."
엘리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랑했던 남자이기도 한 라일 아저씨의 마지막은
가슴이 아프다. 무신경한 사람이 아니기에 우는거라고 눈물에도 칭찬을
해주었던 한 사내의 짧은 인생.
더 많은 추억과 사랑을 엘리와 함께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에 나오는 어른들은 하나 같이 결점 투성이다. 사회적 패배자다.
범죄에 방치되고 범죄에 현혹된다.
그럼에도 그들에게서 인간적 온정을 느끼게 된다.
엘리가 가진 사람의 기준에서 그들은 결코 나쁘기만 한 사람이 아닌 것이다.
슬림 할아버지의 말처럼 범죄로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도 외로움이 있고
누군가의 편지를 기다리는 모순된 인간관계의 그리움이 숨어있다.
그리고 때론 그들에게 전과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변화의 마음도 숨어 있다.
슬림 할아버지의 일이기도 하면서 엘리가 함께 하기도 했던 제소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엘리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아주 작은 일상이 때론 좋은
일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감방에 있는 동안 엘리 녀석의 편지를 받을 때가 제일 좋았어요.
이 녀석 덕분에 행복했죠. 인간다운게 뭔지 배웠다고나 할까.
엘리는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더군요.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르면서도 나를 신경 써줬어요."
어리석고 어리숙한 퇴화된 어른에게 찾아든 성숙한 아이가 어른을 성장시킨다.
때론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인간다운 온기가 사람을 녹인다.
우리는 그걸 사랑이라고 부른다.
엘리는 누구보다 미성숙한 어른을 온전히 그 상태만으로도 사랑할 줄 아는
성숙함을 지녔다.
"아직도 기자가 되고 싶어?" 알렉스가 묻는다.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 아마도요."
"아마도라니, 네 꿈이잖아, 안그래?"
네, 그렇죠."
~~
"그런데 뭐가 문제야, 이 녀석아?"
그가 유쾌하게 묻는다.
우리 모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적어도 읽는 순간 나에겐 그랬다.
나의 꿈에 아마도라는 수식어가 붙은게 언제일까.
어쩌면이라는 불안함이 붙은 건 언제일까.
불확실성, 못이룰것 같은 체념이 자리한지는 언제일까.
나 자신이 스스로 알렉스가 되어 나에게 질문해본다.
그런데 뭐가 문제야 이 바보야.
엘리가 그랬듯 지금 우리가 우리의 우주를 삼킬 차례다.
사람들이 틀렸어요. 우주의 시작과 끝은 여러분이랍니다.
본문 저자의 '감사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