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평점 :
문학은 문화를 대변하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장르가 아닐까.
우리의 문학에 주로 등장하는 우리만의 문화코드에 일제강점기, 남북의 대립이 있다면 미국의 문학에 등장하는 문화코드는 주로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이다. 이런 코드는 때론 아픔과 화해 치유를 전달하면서 슬픔 또는 희망을 전달한다. 니클의 소년들이 전하는 메세지는 그런 부분들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소설에서 익숙한 우리의 문화코드가 자꾸만 비쳐보일까.
읽는 내내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형제복지원 사건이 떠올랐다.
작가는 이 책이 허구이며 등장인물은 모두 자신의 상상이라고 했지만
너무나 닮은 실제 사건을 알고 있어서인지 그저 소설로만 생각되지 않았다.
마치 생존자의 증언 기록같은 생생함이 와닿았다.
----------------------------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존재이므로,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본문 중, 자이언 힐의 마틴 루서 킹 레코드 연설 중에서)
----------------------------
----------------------------
엘우드 너를 계속 누르려고 하는 작은 힘이 있다.
이를 테면 주위의 다른 사람들.
이런 크고 작은 힘 앞에서 너는 꼿꼿이 일어서 너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백과사전은 안이 비어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너를 속여 텅빈 것을 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네게서 너의 자존감을 빼앗아가는 사람도 있다.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인종차별이 사라지는 시대를 희망하는 흑인들과 좀처럼 바뀌지 않는 세상 속. 그럼에도 할머니가 일하는 가게의 저 문으로 검은 피부의 손님이 들어올 날을 꿈꾸던 어린 소년 엘우드는 착하고 품위있으며 현명한 아이였다.
하지만 피치못하게 휘말린 일에 '니클'에 가게 된 엘우드는 그곳에서 많은 끔찍한 일을 겪게된다. 그 곳에서의 일들은 착한 엘우드를 시험한다.
세상은 어떠한가를.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가를.
----------------------------
세상은 계속 그를 가르치려 들었다.
사랑하지 마라, 그들이 사라질테니.
믿지마라, 배신당할 테니.
일어서지마라, 얻어맞고 무릎 꿇게 될테니.
그래도 그의 귀에는 고결한 명령이 계속 들려왔다.
사랑하면 사랑의 보답이 있을 것이다.
올바른 길을 믿으면 그 길이 너를 해방으로 이끌 것이다.
----------------------------
어느 곳에 있든, 어떤 삶을 살든, 우리 모두가 공감할 내용임은 틀림없다.
우리는 매일
사랑할것인지 미워할 것인지.
믿을 것인지 믿지 않을 것인지
일어설지, 포기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십대이든 이십대이든, 팔십이 되어서도
여전히 우리의 길은 우리에게 계속 걸어갈 것을 가르친다.
우리는 여전히 고민하며 또 걷고 넘어지고 다시 걷는다.
그럼에도 잊지 말자.
삶과 나를 사랑하며 살아있는 동안에는 분명,
삶이 주는 사랑을 우리는 받고 있을 것이다.
삶은 한줌의 햇빛과 한줌의 시간,
한줌의 행복을 주려 어쩌면 부던히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