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 이야기로 만나는 23가지 한국 신화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5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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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집 근처에는 작은 돌조각상이 하나 있었다.


어린아이 키만한 작은 돌덩이. 

그 근처에 많이 핀 코스모스들과 그 위로 날아다니는 잠자리들.

잠자리밭, 메뚜기밭이라고 생각될만큼 푸른하늘과 초록의 풀위로 

많은 곤충들이 날거나 뛰어다녔다.

그것들을 잡느라고 아이들끼리 모여 겅둥겅둥 뛰어다녔다.


지금 그 돌조각은 시청에서 그 조각상을 품고 보관하는 정각을 세워두었지만 

어릴적에는 곧잘 그 조각상을 만지고 놀았다. 그리고 그 일대의 풀밭은 

모두 없어지고 콘크리트로 채워졌다.


문화제 보호라고하지만 어릴때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푸른하늘, 잠자리, 흰구름, 초록의 풀밭에서 뛰는 메뚜기와 그 메뚜기를 

잡느라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그 중앙에 위치한 회색의 돌하나.


가끔 그 자리에와서 손을 모아 비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 돌조각상의 얼굴은 

뭉그러져 알아볼수 없었다.


얼마전 엄마가 그 조각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엄마도 아는 분들을 

통해 전해 들었다고한다. 이 책에 나오는 신내림받아 무당이 된 강신무들이 

모신다는 '불사 할머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아는 분 이야기로는 그 돌덩이는 돌덩이가 아니라 할머니이며 

무당들이 저녁에 사람들 사라지면 그 자리에 와서 제사도 지내고

(몰론 간단하게) 기도를 하는 곳이라고 영험하다고들 하니 그 돌에

원하는것을 자주 빌라고 했다고 한다.

어릴적부터 익숙하게 봐왔지만 그런 이야기가 숨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표지판에 그런 내용은 없었지만 그렇게 믿는 이들이 있다는건 그만한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는 이야기다.


보호가 되어서 좋지만 나는 어릴적 대자연에서 빛을 내던 그 돌이 더 좋다.

더 자연적이고 더 인간과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그 돌 앞에서 허리숙여 기도하고 지나가던 일들, 

그 돌에 기어오르면 크게 혼내는 어른들의 기억들이 새록 새록 피어난다.


만파식적과 동해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바다에 묻히길 선택한 

문무대왕의 땅인 역사와 문화의 고장에 살아서인지 익숙하게 이런 

설화이야기들을 자주 듣고는 했다.

그래서 더 이 책에 내용들이 신기하면서도 묘한 추억을 주기도 했다.


지난 10월은 내 생일이었다.

생일에 미역국과 잘 지은 밥의 첫술은 따로 그릇에 담아 상에 두고

동쪽을 향해 두었다. 

생일에 미역국과 밥을 삼신할머니께 가장 먼저 바치는 일이다.

아직까지 우리집은 생일에 삼신할머니께 첫 국을 바친다.


좀더 예쁘고 똑똑하고 멋진 사람으로 점지해주시지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나는 나라는 이유가 있어 점지해주셨겠거니 하고 요즘은 생각을 한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서인지 곧잘 이런 미신이라 

불리는 것들을 믿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는 것을 

경험해봤기에 점점 사라지는 우리의 미신들이 아깝고 아쉽고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 이름과 이야기는 줄줄이 꿰고 있어도 막상 

우리나라 전통의 신들이나 이야기를 말해보라고 하면 요즘 아이들이 말할 수

있는게 몇가지나 있을까?

그만큼 우리나라의 고유 민간신앙은 점점 도태되고 묻혀버리는게 아쉽다.


그나마 최근들어서는 우리의 전통 신화에 대해 많은 관심들이 생기는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최근 제주 설화를 많이 접하고 있는데 제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 설화 신화들이 많이 책으로 출간되길 바란다.


유투브를 통해 무당들의 점사라던지 이런 비슷한 민간신앙들을 자주 보고는 

하는데 무당들이 쓰는 무구 중에 오방기가 있다. 비슷한 맥락의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란 프로그램에서도 이수근이 오방기를 자주 사용하는게 나온다. 

무당들이 쓰는 오방기라고만 생각했는데 본래는 무당들만 쓰는것이 아니라 

오방기 자체가 나쁜것을 물리치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라 민가에서도 자주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러고보니 어릴적 아이들 한복을 색동한복,

색동저고리라고 했는데 그게 오방색을 사용한 것이고 오방기와 같은 의미로\아이들에게 액운이 들지 말라고 만들어 입혔다고 한다.

무당색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플라시보효과를 겸해 좋은 운을 들이고 

나쁜 것을 물러나라고 오방색이 좀더 대중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오방색의 색종이를 사서 지갑에 넣어둘까라는 생각을

잠깐했다.


책 자체가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과 참고로 볼수 있는 사진들이 많이 들어 

있어서 아이와 어른 모두가 읽어보기에 좋고 가벼워보인다.


흔히 알고 있던 신들도 있지만 모르던 신들도 있어서 즐겁게 읽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비운했던 왕세자 사도세자가 뒤주대왕신이 되었다니..

그래도 그저 뒤주에 갇혀 죽은 세자로만 알고 있던것보다는 신이 되었다니 

한편으로는 기쁘기도하다.


책에 나온 정화수를 요즘은 어디서 구할수나 있나? 생각했는데

새벽 우물의 첫물인 정화수 대신 요즘은 생수가 그 정화수를 대신하는 모양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삼신할머니와 칠성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으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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