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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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대로 세계관이 뚜렷하면서도 신비로운 책을 만났다.


'그렇게 인어공부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라는 슬픈 결말의 동화인

 인어공주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한국식 인어의 이야기가 탄생했다.

부산행과 한국드라마 킹덤을 통해 헐리우드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좀비라는 소재가

한국식으로 재해석되어 인기를 끌었는데, 천천히 걸어다니는 미국식 좀비가 아니라

 뛰어다니며 좀더 긴박하게 무서움을 주는 한국식 좀비가 극적이고 신선해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성공처럼 이 책은 한국식 인어 이이야를 좀더 극적이고 신선하게 

선보였다는 느낌이 든다.


옛 자료인 고문서 이야기까지 더해져 정말 예전에 이런 전설이 내려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잘 만들어진 세계관이라 매력적이었다.


백어의 비늘은 백어가 처음 한번만 주는거야. 

그것만 행운이고 나머지는 전부 불운을 가져오지.

백어의 비늘을 훔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화가 난 백어가 자기 비늘로 소금 도둑의 목을 뎅강 잘라.



당신은 술에 취하면 어머니를 죽일 것처럼 때리곤 했지.

당신은 어머니에게 숱한 잘못을 저질렀지만 어머니는 참아냈어.

만약 어머니가 당신을 죽이려 했다면 그건 더는 참아낼 수 없는 잘못을 

당신이 저질렀기 때문이야.

순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무엇이 그 순하고 순했던 어머니의 인내심을 기어이 무너뜨리고 말았는지.


아름답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백어들,

 그리고 그들이 인간사회에 스며들어 살아가는 모습이 어쩌면 정말 주변에 이런 

인물들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리고 그저 글로만 보기엔 무서울것 같은 백어지만 책을 읽으며 역시 모든 것의

 원흉은 인간의 욕심이 아닌가

백어들도 인간 욕심의 피해자가 아닌가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욕심과 폭력 이기심 등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정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아픔들이

 잘 녹아든것 같다.


미지의 바다라는 공간에서 올라와 가정을 이룬 백어들의 모습이 어쩌면

 멀리 고향을 떠나 낯선 곳인 남편의 고향에서 새로운 삶속에 적응하려 감내하던

 옛 어머니들의 모습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작가의 의도는 그런게 아니었을테지만 문학이란 것이 본래 각자가 읽으며

 느끼는게 다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나에게는 백어들의 모습이 예전 머나먼 곳으로 시집와 평생 친정에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인내하며 살았던 우리내 여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 그런 점이 더더욱 한국식 백어의 전설에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전설의 고향에서 보던 구미호전설처럼 백어의 전설도 어딘가에 존재했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이야기다.


사람은 평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채로 살다가 죽어.

세상엔 우리가 본 것보다 보지 못한 것이 더 많지.

내가 보지 못했다고 없는 것은 아니야.


준희라는 인물의 말처럼 지금만 살아가는 우리는 그 옛날 과거에 어떠한 생명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미지의 생명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수 없다. 지금의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가 물어간다'는 말은 그저 전설같은

 이야기지만 불과 백년이 좀더 넘은 시기에 분명 우리나라에 호랑이는 실존하는

 두려운 동물이었다.

ufo의 존재 여부가 늘 불을 지피듯 아직도 인어의 존재가 유투브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바닷속 깊은 심해에 백어의 존재가 불가능할 것만 같지는 않다.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 그런 죽음을 당한 어머니가 백어인 순하의 이야기와

한 마리라는 이름을 지닌 백어 아내가 있던 용보라는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한 마리라는 이름으로 인간 세상을 살아가던 백어인 여인의

 어쩌면 조금은 독특한 인생이 백어의 소금처럼 신비롭게 녹아들어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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