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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나의 생존과 용서, 배움에 관한 기록
리즈 머리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평점 :
태어난 순간 이미 부모님에게 어떤 결핍이 있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불안한 가정이라면 아이는 불행하기만 할까?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코카인 중독에 빠진 부모 아래에서 자란 리즈의 이야기를 들으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일말의 작은 조건은
'폭력이 없는 환경'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봐도 리즈의 환경은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리즈의 어린시절은 '그녀만의 행복' 속에서 예쁜 반짝거림이었다.
부모님이 코카인을 사느라 굶는 날이 많았던 리즈 자매, 그럼에도 리즈는 부모님이
생활지원금을 받는 날이면 가장 빠른 줄을 서기 위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끝없이 어린날의 학대를 이야기하며 울부짖는 엄마를 달래는 어린 리즈는
엄마보다 어른 같았다.
그녀의 말처럼 때론 어린 리즈는 엄마의 친구인 것처럼 엄마를 다독여야 할 때가 많았다.
방임학대에 가까운 그런 환경 속에서도 리즈는 부모를 사랑 할 줄 알았다.
그들이 비록 그런 삶을 살지라도 학대가 아닌 사랑을 품고서
자신들을 대한다는 것을 읽을 줄 알았다.
80년에 태어난 리즈.
우리나라에서 아메리칸 드림으로 미국에 가면 잘 살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민을 떠나던 사람들이 많던 시기이기도 했던 그 시절, 미국 뉴욕의 어느 한 곳에서는
리즈와 같은 삶을 사는 아이들이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리즈와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에게 미국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로만 여겨졌고,
금발에 파란 눈을 하고 코가 높이 솟은 서양인은 존재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였다.
지금의 세대들과는 다르게 '환상'을 갖고 있던 시절이었다.
미국의 마약, 그로 인한 가정붕괴를 알지 못했었다.
사남매 중 맏이였던 엄마는 학대를 피해 동생들을 남겨두고 도망친 것에
죄책감이 든다고 자주 말했다. 엄마는 열세살에 거리로 나섰다.
고작 열세살, 보호가 필요했던 아이는 학대를 피해 거리로 나왔고
그럼에도 남겨둔 더 어린 동생들에 대한 죄책감을 품고 어른이 되었다.
죄책감을 느껴야 할 어른은 따로 있는데 정작 그들이 아닌 아이가 품고서
어른이 되었다.
리즈의 부모가 마약에 의지하면서도 절대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그런 이유가 가장 큰 것인지도 모른다.
폭력의 되물림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금은 리즈 부모들이 아이들을 사랑했음을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다소 복잡한 생각이 든다.
어린날의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로 마약에 의존해 살다 결국은 병까지 얻어
세상을 떠난 리즈의 엄마. 세상에는 그런 죽음도, 그런 쓸쓸함도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겠다.
리즈는 비슷한 아픔을 겪었지만 엄마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먹은 리즈 곁에는 마치 그런 그녀를 응원하듯 좋은 인연들이 닿는다.
그리고 다시금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다.
이미 태어났을 때 시작된 삶이지만 새롭게 다시 시작된 삶이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리즈의 어머니가, 그리고 리즈가 삶에서 자주 했던 평온의 기도.
다이어리 한쪽에 적어두고 자주 읽고 싶은 문구라 적어두기로 했다.
하버드라는 대단한 대학보다 더 대단한 것은
한 소녀가 자신이 태어난 진흙 웅덩이 속에서
흙투성이었을지언정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 존재로
피어났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삶은 여전히 이어지고, 여전히 향기를 지니고 있다.
어쩌면 다시는 흙냄새만 풍기는 웅덩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다른 씨앗들을 위해 기꺼이 흙에 뿌리를 내리는 용기있는 사람이 될 것이며
그녀의 흙냄새는 그런 누군가를 위한 흙냄새가 그녀의 향기와 함께
자연의 향기로 세상을 바꿀 것이다.
마약중독에 빠진 이유가 학대였다는 것, 그래서 그런 엄마를 이해하고 보살핀 어린 리즈.
쓸쓸하게 살다간 엄마의 슬픔을 애도하는 착한 딸 리즈.
엄마의 죽음 이후 삶 속에서 자신의 길을 바르게 찾아간 길거리의 소녀 리즈.
아픔과 슬픔, 결핍의 상처들을 아는 그녀이기에 그녀는 앞으로도 행복을 위한
길들을 잘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