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 - 함께여서 행복했던 내 아이의 어린 시절
조혜연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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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쏠로다.

나는 기혼도 아니고 하물며 아이의 엄마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끌린 이유는 제목에서부터 따뜻함이 풍겨왔기 때문이다.

와세다라는 이름처럼 작가가 말하고 있는 유치원은 한국의 유치원이 아닌 

일본의 유치원이며 실제 작가의 가족이 일본에서 유학으로 거주하던 

일년 반 동안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어린 아이들의 유치원 생활이 뭐가 특별해서 책이 다 나왔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지 모른다.

하지만 읽는 내내 지금의 한국(을 포함한 다수 나라의 아이들)과 과거 나의 어릴적 

한국을 떠올리며 무엇이 진정 유치원 존재의 필요성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나는 잔잔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잔잔한 일본의 드라마식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듯 하면서도 

좋아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더 장면들을 잘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라는 

영화들 덕분이었다. 그리고 사실 국내에서도 꽤나 유명한 만화 '짱구는 못말려' 도 

한 몫 한것 같다. 

유치원의 모래에서 삽을 들고 모래장난을 치는 아이들, 함께 곤충채집을 하는 아이들,

한 곳에 모여 아이들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에 관해 혹은 다른 주제를 위해 수다를 떠는 엄마들.


한국어밖에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의 사정으로 인해 일본 도쿄에 갑작스레 살게된 쌍둥이들.

그런 아이들을 위해 관공서에서는 부모님들이 읽기 쉽도록 그 가정만을 위해 한국어로 된 

안내서나 공지를 별도로 준비해서 보내준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비단 이 가정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에서 온 가족,호주에서 온 가족 등 다른 나라에서 온 가족들을 위해 그들은 

당연한 업무의 일환으로 외국인 가정에서 읽을 수 있도록 안내서를 별도로 만들어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외국인 학부모를 위해 부모가 학교에 가는 날에는 그 나라의 통역사가 함께 학교에 

온다고 하니 무엇하나 등한시 하는 것 없이 일본에 적응할수 있도록 돕는 듯하다.

가깝지만 먼 일본, 서로 싸움도 많은 이웃나라였고 좋은 점 만큼 나쁜 점도 많이 생각나는 

기준에서는 그렇게 외국인 가정을 위해 노력을 한다는 점이 신기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관동 대지진 등 일본이 자국민 이외의 외국인에게 얼마나 잔인한지를 

알고 있는 부분이 있으니 한 겹의 선입견이 있어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방학숙제로 곤충채집 통을 직접 만들고 개학 후 다 함께 근처 공원에 곤충을 잡으러 간다니, 

친구들과 함께 왁자와글 어울려 잡는 시간들이 얼마나 더 행복할까. 

지금의 우리는 친구들과 그런 곳을 가는 것보다 학원을 한두군데 더 다니는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트에 가서 장수벌레 등 곤충들의 유충을 그저 돈으로 사와서 

그럴듯한 용품들과 사육장을 사 키운다. 곤충이 먹는건 당연하게도 제조되어 나온 

젤리일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일본의 아이들이 보는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쪽은 그쪽대로 우리나라를 신기해 하지 않을까.

(집에서 사육하는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전부로만 알려지는 것이 안타깝다.)


아이들 키우는 지인과 통화하던 중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웃의 강아지가 짖는데 너무 무서워서 아이가 다칠까봐 강아지는 물기에 가까이 가면 

안된다고 했다고 한다. 아이가 고양이는? 이라고 질문하자 고양이는 먼저 뭔가 하지 않으면

물지 않는데 강아지는 와서 물 수 있다. 그리고 그냥 무는게 아니고 물어 뜯는다고 

표현 했다고 한다. 요즘 맹견 사건이 많아서 어느정도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건 너무 

차별적인 설명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강아지에 관해 미리 아이에게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같아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엄마는 강아지가 너무 무섭다" 라는 설명과 함께 강아지가 흥분하면 다가와서 물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을 하되 너무 강아지에게만 편파적인 공포심을 심어주지 말라고 설득을 했었다.

나는 어릴적 지나치게 공포심을 주는 바람에 아직도 여치와 사마귀를 무서워한다. 

(사마귀야 뭐... 생긴것도 무섭긴 하지만...)

개구리, 물고기, 도룡뇽, 땅강아지, 잠자리, 메뚜기 등을 무서워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와세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유치원에서 작은 소동물들을 

직접 키워보고 그 동물들에 대한 정보와 책임감을 배운다니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 

곤충학자가 되고 싶을 만큼 와세다에서 친구들과 곤충채집을 했던 즐거운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쌍둥이들이 꼭 훌륭한 어른이 되어보길 바래본다.


아이들의 숙제가 어느새 부모들의 숙제가 된 지가 오래다.

인쇄쪽 일을 하고 있는데 간혹 아이들 숙제라며 무언가를 만들어달라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유치원인데 아이들이 여행다녀온 것을 발표하는 

시간에 쓰기위해 이런 곳에서 완제품을 디자이너의 손을 빌려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일을 하는 직원인 상황에서 돈이 들어오는 일종의 업무이니 안할수는 없지만 학부모가 아닌 

나 조차 마음이 그런 경우가 많다. 이런건 직접 사진을 오려 붙이고 만들어보면서 아이가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만드는 과정 조차도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텐데...

이런 것조차 이제는 전문 업체에 맡길만큼 우리는 이런 시대를 살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지인들이 가끔 이런 숙제가 있는데 라며 알림장을 보여줄때 이게 과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숙제이긴 한건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숙제들도 있다. 

그런것에 반해 와세다의 숙제는 정말 아이다운 숙제다. 

우리도 아이들에게 맞는 아이다운 숙제에 좀더 촛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그저 유치원을 다닌 기억만 있는 세대를 만들게 아니라 유치원에서 

이런 것들을 하고 즐겁게 배웠다는 기억이 남는 세대를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곤충채집으로 곤충박사가 되겠다는 꿈이 생겼듯 아이들이 다양한 꿈을 꿀수 있도록 말이다.


사실 학부모들이 읽어야 할 책일텐데 이 책을 읽다 조금 눈물이 났다.

내 어릴적의 기억들이 생각나서다. 와세다에서 뛰놀았던 쌍둥이가 내 어릴적 모습처럼 느껴졌다.

2010년대를 살아가는 쌍둥이와 1990년대를 살았던 내가 이렇게 맞닿은 기억이라니..

그리 먼 과거도 아닌데 벌써 이렇게 '눈물이 날 정도의 옛날'이 되어버린 시대의 흐름이란..

이렇게 바뀐 시대에도 여전히 울어주는 매미가 고맙고 귀뚜라미가 고맙다.

바뀌어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들이 유년시절이라는 공감대를 여전히 후대에 맺어주고 있다.

내년에도 십년 뒤, 이십년 뒤에도 여전히 매미들이 울어주는 곳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웃는 한국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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