命의 소모 - 우울을 삼키는 글
이나연 지음 / 메이킹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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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을 삼키는 글이라는 부제만큼 잔잔한 듯 고요한 글들이 밤하늘처럼 펼쳐지는 책이다.

누군가가 그리워지거나 혹여는 그냥 아무나 누구든 그리워하고픈 시간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좀더 글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라지는 것들에 미련을 두지 않는게 좋다고 배웠다.

애를 쓰고 발버둥을 쳐도 끝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정은

독이 되어 나를 잠식하고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엄마, 사람도 끝내 사라지게 될 텐데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요.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사는 걸까, 살기 위해 사는 걸까

사랑하기 위해서 살며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정답이 아닐까. 살아가기 위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전자가 좀 더 건강한 사랑의 느낌이다.


사랑은 기적을 만들고 기적은 삶을 만든다.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작은 기적이 애쓰고 애쓰느라 닳은 마음에 희망을 틔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나오는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라는 문장처럼 끝내 사라질 모든 것들이지만 사랑하자. 사랑받자. 사랑을 기억하자


날 죽이려고 태어난 거죠.

말이, 칼이 되는거 봤어요? 그건 아무도 모르게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거에요.

나는 당신이 말로써 사람을 살리는 존재이길 빌어요.


타인의 입에서 혹은 손에서 쏟아지는 언어들에 멍이 든다.

연예인, 유명인이라고해서 결코 예외가 없는 언어의 상처들..

나도 말로써 사람을 살리는 존재들이길 간곡히 바래본다.

어두운 밤, 누군가 말에 깊게 패인 상처의 출혈을 부둥켜 안고 우는 밤이 되지 않기를.. 어쩌면 말에 상처 받아 생을 마감한 이들의 사망소견은 마음의 과다출혈인지도 모르겠다.

아픈 마음을 쏟고 쏟아 더이상 쏟을게 없어 영원히 잠에 든 건지도...

그러니 누군가의 마음이 쏟아지는 그런 밤은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우울의 호수에 닿아본 사람은 타인이 가진 호수의 깊이를 안다. 이해한다. 그리고 배려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이 좋은 세상에서 슬퍼만 하고 있느냐 하겠지만 그 호수의 조용함 만큼, 깊음 만큼.

가라앉은 마음이 많다는 것을 호수의 전설처럼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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