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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평점 :
러시아워.. 아내와 약속한 시간에 맞춰 도착하려는 게이브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꽉 막힌 도로에서 지저분한 스티커들이 붙은 앞차를 바라보던 게이브는 차량의 뒷유리로 자신의 딸 이지와 똑 닮은 아이가 아빠하고 부르는 것을 보게된다. 자신의 딸 이지일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늘따라 왜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 아내와 딸과 닮은 아이의 모습에 게이브는 그 차량을 따라간다. 얼마나 그렇게 갔을까. 배터리가 없는 핸드폰으로 고민하던 그는 이지일리가 없다며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스티커가 붙은 차량을 뒤로한채 휴게소로 들어선다. 그리고 공중전화를 통해 집으로 전화를 건다.
"집으로 와주세요, 포먼씨. 지금 당장요."
"왜요? 무슨 일입니까? 왜 그러시죠?"
"부인과....따님 때문입니다"
그날 게이브의 인생은 덕지덕지 스티커가 붙었던 그 차량처럼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아내와 딸의 장례를 치뤘지만 여전히 딸의 행방을 찾아 도로 위를 해매는 게이브. 그날 본 차량 뒷유리의 아이는 이지가 맞다고 게이브는 굳게 믿으며 딸을 찾아 해맨다.
그리고 그런 게이브를 유일하게 도와주는 사마리아인을 통해, 경찰조차 유령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 스티커가 붙은 그 차량을 찾아내게 된다. 그 속에서 발견된 성서와 디아더피플이라는 문구.. 과연 그날 자신이 본 아이는 이지가 맞는 걸까.
그리고 디아더피플은 과연 무엇이며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 걸까.
소설 디아더피플은 몰입도가 좋은 소설이다.
마치 헐리우드의 추격 추리영화를 한편 보는 기분으로 게이브를 따라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을 따라 갈 수 있었다. 게이브뿐만 아니라 프랜과 앨리스, 그리고 케이티 등 여러인물들을 각자의 동선으로 우리를 이끌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 각자의 사정들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고 과연 디아더피플이란 이름으로 연결된 이들에게 어떤 과거가 있는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경찰에서 네 아내를 죽이고 딸을 납치한 범인을 알아냈다고 쳐.
그런데 놈이 교묘하게 빠져나가서 활보하고 다니는 거야.
누가봐도 죄인인데. 그럼 어떻게 할래?"
"그자를 죽이고 싶겠지."
"하지만 죽이지 못하겠지. 너는 살인범이 아니니까.
그렇기 때문에 너는 화가 나고, 무력하고 속수무책인 사람이 된 것 같겠지.
(중간 생략) 그런데 누가 와서 그걸 바로 잡아 주겠다고 해. ----------(생략)
나는 광고쪽 일을 하는데 피켓을 제작하려고 오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이런 저런 억울한 일을 겪어서 하소연하고자, 시위하고자 피켓을 제작해 몸에 부착하거나 들고서 하루종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나 법원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억울한 사람은 있는데 억울함을 준 사람은 없는 경우가 많다.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없다고 한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여전히 길에 서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지나가는 이들이 한줄이라도 읽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은 국민청원을 많이 한다. 억울한 일이 있으면 국민청원으로 더 많은 각지의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청원이라고 해서 그것이 다 국가에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받아들여지는것이 아니라고 한다. 법적 효력으로는 실상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국민청원과 여러가지 일인시위들이 생겨난다.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한 일이 전혀 없을수야 없겠지만 법과 정의라는 부분에서 해소되지 않는 억울함에 멍이 드는 이들이 많다. 특히 약자일수록 억울함이 높아지는 만큼 불해소되는 부분들도 많다. 강자일수록 반대가 되는 것을 보면 씁쓸해지는게 현실이다.
가장 자주 듣는 말이 다 자기 운이지..별수있나...똥 밟았다 생각해라.. 잊고서 산사람은 살아야지.. 그런다고 밥 먹여주나 라는 말들이다. 내 억울함도 누군가에게는 결국 길에 있는 강아지똥처럼 하찮은 일이 되어 버리는 슬픔들..
내가 많은 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는 없지만 디아더피플처럼 소설은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이들의 억울함에 어느정도 대리만족은 줄 수 있는 것 같다. 소설 속 인물들이 대신해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소설이든 현실에서든 그 속에서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일들은 없길 바란다.
나의 눈물에 이유를 새긴 이들에게 꼭 그만큼의 아픔이 깃들기를..
내 마음속 디아더피플들에게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