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 초보 라이터를 위한 안내서
고홍렬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책 리뷰를 쓰고 있는 나는, 사실 학창시절에 독후감이란 것을 써본 기억이 거의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공부를 한다는 의미와도 같았고, 공부에 딱히 뜻이 없었으며 그렇다보니 책을 읽는 것에도 취미가 없었다. 학창시절 독후감 숙제는 의례 책의 앞페이지와 뒷 페이지에 있는 줄거리와 역자의 이야기를 슬쩍 베껴 넣으며 끝내곤 했다. 독후감에서 읽는다는 '독'과 느낌의 '감'이 빠진 '후'만 있던 나의 독후감.


그런 내가 어느새 책을 쌓아두고 읽고 리뷰를 쓰며, 때론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서평단에 눈을 빛내 기를 쓰며 참여해보기도 한다. 원하던 책의 서평단에 떨어지면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다.

책에 이렇게 욕심을 내는 내가 될거라고 어린 당시의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게 즐거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즐겁지가 않아졌었다.

다른이들의 리뷰와 비교해보면 너무나 부족해보였고, 내가 쓰고 있는게 리뷰가 맞는지 그저 내 생각을 토해놓은 부식물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책을 읽고 난 후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답답해지고 그럼에도 무언가 써두기는 해야겠기에 무의미한 글들을 적어 놓곤 했던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차후 다시 그 리뷰를 읽고 나면 '대체 뭐라고 적은거야?' '두서가 없는데?'라는 느낌을 받곤했다.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고 좋아하던 책을 읽는 권수도 매달, 매주 줄어들었다.

한달에 6~7권은 읽던 것이 이제는 2달에 겨우 3권을 읽을까 말까 하게되는 것이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내가 리뷰를 쓸 때 만이라도 좀 더 잘 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이다.

사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몇 권 더 가지고 있긴한데 도중에 미뤄두고 책갈피만 꽂힌 채 다시 내 손이 닿길 기다리는 상태다. 그런데 이 책은 이틀만에 다 읽어 내렸다.

작가가 다른 글쓰기 관련된 책을 쓴 작가나 유명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글쓰기는 어렵지도 꼭 정갈하게 시간과 장소를 두고 써야 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알고 있던 작가나 책의 제목이 나오면 나름 뿌듯함과 반가움이 일었다. 그 중 친아버지인 목사에게 9년간 성폭행을 당한 김영서 작가의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는 당시에 출간되자마자 찾아 읽었던 책이었고 당시에 많이 가슴아파하며 읽었던 사연이라 잘 알고 있었다.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라는 제목도 너무나 좋았던 책이다. 고홍렬 작가님은 치유의 글쓰기로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글쓰기가 치유의 과정이 될수 있다며 김영서 작가님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상당히 공감이 된다.



나는 몇년 전 회사에서 사회적 아픔을 겪고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유달리 메모에 집착하다시피 했다. 그 당시 유명한 아이돌 가수들이 연이어 자살을 하면서 더더욱 슬픔과 우울감에 빠져 상당히 우울한 글들을 한창 적어 내려갔던 시기다. 지금 많이 나아진 상태에서 그 글들을 보면 여전히 '내가 참 슬펐구나' 하는 감정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런 내 글에 조용히 찾아와 위로해주었던 지인들의 댓글들까지도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본능적으로 '치유의 글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고통은 표현해야 치유된다.' 는 본문의 말이 많이 와닿았다.



다늦게 이제와서 뭘해.

라는 말을 곧잘 하는데 글쓰기를 백세가 넘도록 하면서 여전히 책을 내고 있다는 노작가의 이야기에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가 아니라 즐겁게 무언가를 죽는 순간까지 할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일까.

행운이란 것은 어쩌다 얻어걸리는 것만이 아니라 하루 하루 내가 할수 있는 것을 즐겁게 하면서 내일을 꿈꾸는 것또한 행운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기적같은 행운만 바라면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많은 행운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은 메모들, 작은 공상들, 작은 생각들이 모여 한 문장, 한 단락, 한페이지가 되어 곧 한 권의 책이 되기 까지 '꾸준함'은 사람에게 꼭 '보답'으로 돌아온다.



책에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김동식이란 이름의 작가님이 있다. 주물공장에서 십년을 넘게 일하다 그 십년동안 생각하던 공상들과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작가가 된 분인데 처음 글을 쓸 때 학력이 높지 않아 맞춤법조차도 틀려서 상처가 되는 댓글들도 곧잘 올라왔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워가면서 꾸준히 단편 글들을 올렸고 그런 글들이 모여 책으로 출간되어 강연을 다니신다.

도서관에서 그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을 때에도 꾸준히 아무것이라도 가능하니 부족하다 생각해서 주춤하지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생각하고 글을 써보는게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 책에서도 역시 어떤 글이든 좋으니 꾸준히 써보라는 조언들이 많다.

다시 쓰다 남겨둔 글들을 써볼까. 일기를 써볼까. 아니 써볼까가 아니라 그냥 써보는거다.

그저 아무 볼품 없는 글들이라도 열심히 써보자. 그것이 결국 훈련이 되고 훈련이 된 것은 좀 더 발전되어 있다.

꼭 글쓰기는 아니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어 계속 도전중인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면 꼭 아침글 을 써보고 싶다. 많은 작가들이 그랬듯이 조용하게 가라앉은 새벽의 시간, 나만이 홀로 깬 시간에 나만의 글을 써보는 시간. 설레이는 나의 치유의 시간, 힐링의 시간이 되어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쓰는 글이라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일까.

꽤 글을 쓰는 지금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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