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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 이별해도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
최은주 지음 / 라떼 / 2018년 10월
평점 :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노래 가사에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라는 가사가 있다.
원하든 원치않든 살아가면서 우리는 매일 크게 작게 이별을 하며 살아간다.
생이별이든 사별이든 혹여는 애착을 갖던 물건과의 이별이든 그리고 또..
매일 똑같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매일 다른 시간들을 떠나보낸다.
결국은 매일 이별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떠나는 것도 떠나보내는 것도 쉬울 듯 어렵다.
떠나보낸 그 자리, 텅빈 공간 속에 그럼에도 무언가가 차올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걸 추억이라 부른다.
빛바랜 듯 선명한 추억들이 매일 혹은 갑작스레 떠올라,
슬픔과 아픔과 그리움을 던져놓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이별일까.
사실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별에 서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운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별이 완벽해 더이상 아무런 마음도 남기지 못하는 것 만큼 슬픈게 또 있을까?
떠나 보낸 자리에 그리움이 없다면 결국은 추억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무언가를 가슴에 남기지 못하는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을까? 반문하게 된다.
그렇기에 소중한만큼 우리는 서툴어도 된다. 이별이 아파 가슴에 사무치도록 슬퍼도 된다.
우리는 결국 누구나 혼자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서늘한 외로움을 조금은 데워줄
따스한 추억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잘 살아왔구나 위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별카페라는 곳이 정말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모티브가 된 카페가 유달리 이별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에 설핏 웃음이 서렸다.
그러고보면 드라마에서든 영화에서든 헤어지라는 종용을 듣는 곳이 카페인 경우가 많았다.
몰론 좋게 말해 종용이지 사실은 음료나 물을 끼얹고 돈봉투가 오고가고 살벌함이 오고간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카페는 조금 다르다. 애잔함과 따스함, 그리고 내일을 향한 희망이
함께 물든 이별의 장소다.
읽으면서 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들도 있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나에게는 당장 이별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노견이 있다.
16살이라고 하면 꽤나 장수를 한 경우지만 그럼에도 나에게는 언제나 아기같은 노견은
책을 읽는 내 곁에 머리를 대고서 평화로이 잠을 잔다.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막상 이별이 오면, 나는 언제나 그렇듯
서툴게 마치 처음인 듯 슬퍼할 것 같다.
이별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사실만큼 늘 처음인 듯 슬퍼할수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언젠가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며 이별하는 날이 올 것이다.
'기쁘게 안녕'에 나온 여주인공처럼 나도 모두에게 인사하며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회사와 이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떠남을 선택하고 받아들이며 결국은 조금 더 좋은 이별을 위한 방법말이다.
사람이 떠나간 자리는 남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는다.
그렇다면 좋은 흔적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 대한 미움을 없애기는 어렵겠지만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별해야지.
매일매일 다가올 내 삶의 이별들.
무수히 많을 그 이별들에 나는 하나 하나 서툴것이다.
서툴어서 마음껏 이별을 느껴볼 작정이다.
서툰 이별을 사랑해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