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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레오 버스카글리아 지음, 이은선 옮김 / 홍익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자신의 수업에 열정적이었던, 교감을 나누며 수업을 하고 있다고
믿게 해준 아름다운 여학생의 자살로 버스카글리아 교수는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이 가장 중요한 '사랑'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사랑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연애 감정의 사랑뿐만 아니라
더 깊은 포괄적 의미의 사랑인 타인과의 사랑과 함께 더 나아가
바로 삶을 살아가는 '나 자신'이라는 존재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한 교수.
사랑이란 단어자체가 낭만인데 그의 강의는
삶의 아름다운 낭만을 잃지 말라는 메세지를 준다.
교수의 강의라면 어려운 용어와 어려운 말들이 난무할것 같지만
그의 강의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자신도 말하기를 괴짜이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강의를 받을 상대를 배려한 부분이 아닐까.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교사들은 의례 권위의식이 강해서
교사는 어려운 말을 잘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가벼운 사람은 괴짜로 보이기가 일쑤였고
권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서슴없이 입에서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학교 시절을 지나면서 은사님들을 떠올리면
그런 권위적이었던 교사나 교수보다 인간적이었고 학생들과 잘
소통했던 친근한 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알 것 같다.
그 소통과 친근함은 바로 사랑에서 비롯되어 우리에게
스며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오 캡틴 마이 캡틴"
책을 읽으면서 로빈윌리엄스가 열연한 유명한 영화
죽은시인의 사회 속 키팅 선생님이 떠올랐다.
이 책을 소재로 영화화가 되었다면 아마 사랑을 전하는 교수는
키팅 선생님같은 분이 아니었을까.
지식만을 가르치는 학교와 교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알아야한다고 고민하고 또 생각하며
바뀌어야 가야하는게 맞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사랑이 데우고 간 자리에 자리 잡은 지혜가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것이란 걸 알려준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책을 다 읽고나니 제목이 더 멋지게 보인다.
삶에서 배움이 먼저가 아니라 사랑 이후 배움이 오는 것과
삶 자체가 끝없이 나를 찾아가는 배움의 항해다.
배움, 지식이 사랑보다 우선이었던 세상의 시대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
끝없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과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누군가를 해치는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난다. 그것은 사랑을 먼저 가르치지 않은
지난날의 참혹한 슬픔의 값들이다.
이책을 읽고 있던 때에 우연히 tv에 방영된 영화
[나는 부정한다]를 봤다.
독일 나치의 만행을 부정하는 역사학자와 그 역사학자에게
고소를 당한 홀로코스트 역사학자와의 법정공방 영화다.
홀로코스트와 일본이 전쟁에서 행한 많은 과오들 역시
사람으로서 사랑을 없앤 결과이기도 하다.
사랑을 잃은 시대의 가장 슬픈 첫 표본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사랑의 부재는 많은 삶들을 앗아가고 있다.
영화속 홀로코스트를 반대하며 나치 만행을 부정하는 역사학자는
배우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어린딸에게 노래를 가르쳤는데 인종차별적인 시를
외워 부르게 했다. 잘못된 배움이 본인의 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세에 자연스레 되물림 되고 그것이 믿음이 되는 것은
등골이 오싹할만큼 무서운 일인 것이다.
얼마나 잘 배운 지식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사랑으로 가득찬 지혜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매일 매일 죽음을 향해 항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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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면서 걱정하는 일 중 90퍼센트가
단지 상상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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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즐겨야 하는 거예요.
지금은 우리가 행복해야 할 시간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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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든 걸 알고 싶어. 모든 걸 느끼고, 만지고, 맛보고 싶어
그걸 모두 다 하려면 시간이 없으니 당장 시작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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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선택하기 나름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쁨이 되기도 하고
분노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매일 행복해야할 시간을 충전받고 있다.
죽기 직전까지는 무상으로 주어지는 시간들이다.
당연히 분노나 슬픔, 좌절보다 우리가 더 많이 채워야 할 것은
행복이지 않은가.
기회만 주어진다면 저는 여러분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겠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제가 갖고 있는
사랑의 양과 사랑할 수 있는 힘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남녀간의 사랑도 그 이외의 사랑도 모두 똑같이
우리는 무한의 양으로 사랑할수 있다.
왜 이 당연한 사실을 그렇게도 자주 잊어버리고 사는걸까.
삶에서 사랑을 가득 채우고 그 사랑만큼 많은 것들을
몸으로 마음으로 배우며 행복하자.
그것으로 이룬 모든 것들이 바로 나 자신이 된다.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지금 당장
'행복한 나 자신'이 되자.
나의 행복은 분명 좋은 삶의 유품이 되어주고
유산이 되어 줄 것이다.
버스카글리아 교수의 부모님이 그들의 자녀들에게
가난하지만 행복을 남겨주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