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연인에게로 향하던 길에서 최악의 순간을 맞이한 한 남자가 있다.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한준은 무사히 엘리베이터에서 구조되지만 구조되던 그 순간부터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햇빛공포증.그러한 진단명을 받고 빛이 허락받지 못한 입원실에 갇힌 채 한준은 하루하루 힘든 시간들을 버티게 되고 자신의 담당의인 주승과 함께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최면치료를 시작한다.자신의 기억이 맞을까 싶을 만큼 한준은 지금의 자신에겐 생소한 어릴 적 기억들과 조우하게 된다. 왜 어린 자신은 어둠속에 갇혀있었던 건지. 왜 학대를 당한건지. 애초에 그 기억이 진짜인지 생각이 어지럽기만 하지만 그럼에도 빛에 반응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분명히 자신에게는 어떠한 공포증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기억을 찾아가는 남자와 오랜 세월 품고 있던 복수를 시작하는 남자의 싸움이 시작된다.아동학대와 공포증이란 설정이 잘 어우러진 소설인 것 같다. 최근 읽은 국내 추리소설들과 비교해볼 때 취향에 가까운 책이었다. 이 소설에서 보여진 학대는 신체적인 학대도 학대지만 햇빛을 소재로 한 정서적 학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차단된 어두운 방안에 갇힌 소년의 오랜 트라우마, 겉으로 드러나는 학대 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정서적 심리적 학대 또한 얼마나 뿌리 깊게 사람의 마음에 세겨질까. 아이들에게 보호자는 그 어떤 상황 속에 놓였어도 붙잡아야 할 동앗줄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보호자들은 그런 위치를 이용해 철저히 학대를 자행하기도한다. 일본에서 여섯살(국내 나이)쯤의 여자아이가 학대로 죽은 사건이 있다. 마른체구에도 불구, 뚱뚱하다며 하루에 한끼 스프를 먹였는데 새벽 네시에 스스로 일어난 아이는 스스로 몸무게를 재고 기록했다. 열심히 하겠다고 노력하겠다고 그러니 용서해달라는 노트의 기록들이 그 아이의 짧은 삶의 기록이었다. 잘못은 보호자가 했음에도 용서는 아이가 구한다. 그리고 그 어떤 어른도 그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 부모의 잘못은 학대를 직접적으로 당한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에게도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낸다. 단지 추리소설이지만 어딘가에서 있을 것 같은 인권에 관한 문제들이 보였다. 나에게는 쉽게 읽히기도, 깊은 의미를 들여다보며 읽히기도 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