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도 걸어도 쏜살 문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박명진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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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라는 영화를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알았다.

국내에서 그의 영화와 글을 좋아하는 이들이 꽤 있다는 부분에서 놀라기도 했다. 최근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아 화재가 된 가운데

그 바로 전해에 수상자가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기분이 묘했다. 모 tv방송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 감독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어주는데

그곳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와의 인터뷰가 나온 적이 있다. 국내에서 (그의 관점에서는 한국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을 알고 사랑해주고 있다는 부분에서 감사함을 느낀다며

사실 감독 스스로는 자신의 감성이 "일본스러움"인데 다른이들에게 특히 외국인에게도 잘 이해가 될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의 에세이집에 나오는 에피소드이기도 한데, 걸어도 걸어도가 해외에 상영되었을 때, 외국 감독이 "어떻게 내 어머니의 이야기를 알고 있느냐"라고 질문 했다고 하니

동서양을 떠나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기억하는 자식들의 이미지는 모두가 비슷한지도 모른다. 감독의 걱정은 기우였던 모양이다.

걸어도 걸어도는 주인공이 자신의 아내가 될 여인과 그 여인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데리고 부모님의 계신 고향으로 상경하며 시작된다.

한때 의사였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보필하는 전형적인 주부의 어머니, 그리고 결혼해 두 아이를 데리고 함께 고향을 찾은 누나 부부

묘하게 밝은 그들이지만 그 속에 자리잡은 어둠의 쓸쓸함이 짙다.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형제 중 가장 똑똑했던 형, 바다에 빠진 소년을 구하고는 끝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형.

가장 자랑스런 아들을 잃은 노부부는 현재를 한걸음 한걸음 살아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망과 슬픔이 늘 뭍혀있다.

형의 기일에 늘 불려오는 형이 구했던 소년, 이제는 청년이 되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저런 녀석을 살리려고... 라는 마음이 들 만큼 자신의 죽어버린 아들과 비교하면 변변치 못하다.

속죄의 마음으로 불려오고 속죄의 마음으로 부르는 관계란 얼마나 살얼음같은 관계일까.. 그럼에도 어머니에겐 사랑스럽고 자랑스런 아들을 잃은 원망을 그렇게라도 꼭 표시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이 나의 마음과도 상통해서 지난날의 내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가끔 이유없이 고집을 부리는 엄마를 볼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묵은 아픔이 뭍혀있었겠지..

남들에겐 "소년을 구하고 하늘나라고 간 의인" 이지만 부모에게는 의인이라는 이름보다 그저 살아서 내 곁에 있는 "나의 아들"이 더 행복하다.

주변에 사람을 구하고 떠난 의인이라는 분들이 나올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자식, 부모, 형제, 친구를 잃은 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더 와닿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인 것 같다.

아버지가 되면서 느낀 마음,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더욱 가족스럽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다운 소설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고보면 왜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된걸까.. 떠들석하거나 유달리 코믹적이거나 그렇다고 절절하게 가슴 아프도록 슬픈게 아닌데 그저 잔잔한 호수같은 그의 글과 영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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