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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작아도 확실한 행복이 있어
김져니 지음 / 뜻밖 / 2019년 5월
평점 :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라는 말이 나오던 나의 어린 시절에는 뭐든 큰 게 좋은 것이라는 뉘앙스의 문구들이 많았다.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라는 말이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곧잘 나올 만큼 뭔가 크게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달리는 세대였는지도 모른다.
지금 참 많이 듣는 말이 소확행이다. 소소하지만(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
내가 이십대였던 시절을 비교해보면 지금의 이십대들은 더 많고 좋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며 자랐을터다. 그럼에도 소확행을 생각할만큼 경쟁에 치이며 자신들의 뛰어남이 표준이란 선에서 저평가되곤한다.
시대가 흐르며 더 스마트해진 사회는 더 많이 청춘을 아프게 만들고 병들게 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행복을 찾는 청춘들이 많아졌다. 평생 직장이라던 대기업에서 스스로 걸어나와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젊은 층도 많다.
그렇다고 그들이 행복을 추구하며 늘상 밝기만 하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법이다.
이십대를 지나 곧 서른이 되는 시기에 나는 많은 생각이 들고 그저 한살 더 먹는건데도 앞의 숫자가 바뀐다는 기분은 묘한 허전함과 두려움 그리고 서글픔을 주기도 했다. 이십대는 아직 풋풋한 어른 느낌이라면 삼십대는 어딘가 아줌마스럽고 나이들어버리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루를 더 살고 일년을 더 살아도 나는 나인 것을, 그때는 왜그리 불안했을까.
"잘하고 있는 걸까?"
"응, 잘하고 있어. 지금 행복하잖아?"
살아오면서 많은 감정들이 쌓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감정은 짙은 검정이다.
오징어의 보호색인 검은 먹물이 아니라 때론 악취가 나는 오수의 검은색이기도 하다.
쌓일수록 더 손쓰기 어려운 악취가 부풀어 올라 시한폭탄이 되고 마는 경우도 있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듯 무언가 각자 하나씩 어떠한 능력으로 쌓인 감정들을 해소한다면
사회가 조금은 더 향기롭지 않을까.
쌓이고 쌓여 사람을 아름답게 해주는건 순수한 사랑과 누군가에게 따스함을 안겨주는 능력이 아닐까.
슬플때 영화를 보며 위로받는 이들에게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능력이, 힘들때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 노래를 만드는 이들의 능력이,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회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이 이런 글이나 그림들을 보며 토닥 토닥 위로를 받게 되는 순간 글을 쓰는 이들의 능력이 바로 그렇게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예쁜 수채화 색감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내가 생각하고 있는 말들이 얹어졌다.
꿈을 이루어야 할 정해진 나이는 없으니까,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밖에 없네.
그러고보니 꿈에 유통기한은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도 나이에 연연하며 불안해했을까.
언젠가는 이루어지겠구나. 걷다보면 길이 나오듯 말이다.
하루동안 금방 읽어버릴만큼 어렵지 않고 예쁜 그림들이 많다. 이제 서른이 되었다는 작가님.
다시 0살부터 시작된 서른에는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들과 그림을 그려주실려나요.
살아가는 오늘 하루의 분량만큼 꼭 행복하시고 행복을 그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