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맑음 - 청소년과 함께 읽는 5.18 민주화 운동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33
임광호 외 지음, 박만규 감수, 5.18 기념재단 기획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년 4월, 봄의 꽃이라 불리는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 푸른 하늘과 너무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달이다.

그리고 한달 뒤면 5월, 푸르른 여린잎이 돋아나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오르는 시기가 된다. 세상 모든 삭막한 가지들이 옷을 입는다.

겨우내의 지루함을 내던지듯 봄나들이로 마음이 몽글 몽글 피어오르는 이 시기에 그 옛날 누군가는 이불로 창문과 문을 싸매며 숨 죽였고, 누군가는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다 죽어갔다.

누군가의 따스한 손이 자녀의 손을 잡고 꽃으로 이끌 때 또 어딘가에선 싸늘히 식어 겨울이 되어버린 가족의 손을 붙잡고 목놓아 운 이들이 있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이제는 역사이자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많은 문화콘텐츠를 통해 계속해서 이어지는 기록이다.

평화의 집회라 불리는 촛불집회 시대인 지금의 우리들에게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그날의 역사는 역사를 증언하기 위해 많은 영화와 책들로 제작되어 우리에게 찾아왔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군대가, 군인이 한 지역을 에워싸 고립시키고 그 속에서 많은 국민들을 학살한 비탄의 역사였다.




영화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과 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이미 접해본 적이 있지만 이 책은 소설 형식이 아니라 그날의 기억들을 증언하고 알려주는 기록서에 가깝다. 미리 언급한 영화들이 역사를 토대로 만들어졌던 영화여서인지 영화를 본 기억이 있어 어렵지 않았고 책 표지에 일러두었듯 청소년과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지루하지 않게 단락 단락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삽화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기에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어릴때는 나쁜 것이 더 기억에 빨리 닿는다. 그래서였을까 우연히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던 광주민주와 운동의 사진들을 보고 무서웠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곤봉을 사람의 머리를 향해 내리치는 군인의 사진.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이 군에서는 진압시 봉을 상체에는 휘두르지 못하게 되어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위험때문일 것인데 기록된 사진에는 당연히 머리위를 겨냥한다.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알게될 때의 서늘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실 인터넷을 통해 보았던 사진들은 책의 사진들보다 더 참혹한 것들이 많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내가 보기엔 상당히 잔혹한 사진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무섭게 기억하는 것 같다)

목숨을 걸고 광주에 진입한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역시 목숨을 걸고 광주를 탈출해 고국으로 돌아가 광주의 역사를 전세계에 알린 것은 광주의 역사에 있어서 기적에 가까웠다.

역사는 이날을 잊지 말라고 어쩌면 일부러 그날의 기적을 일으켜주었는지도 모른다.

피가 씻겨나가고 죽어간 이들의 몸이 저 어딘가 흙속에 뭍히더라도 역사는 기억할 것이고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란 것을 기적을 통해 인간다움을 지켜야 할 이유를 알려주었는지도 모른다.

이 기록 유산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죽음을 조사하고 묘사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잔혹한 인권 침해에 대하여 설명하며 극도의 역경과 박해를 넘어선 인간 승리에 대한 기록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의 양심과 기억의 일부분으로 영원히 남아 있어야 합니다.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장 로슬린 러셀.

최근 전두환 전대통령의 법정출두가 화두에 올랐었다. 광주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재판이라 더더욱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었다.

그 명령을 받고 쏜 사람도 있는데, 그것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는데, 그 일로 그 동안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사람도 있는데, 쏘라고 명령한 사람은 없단 말인가.

(영화 '26년'중에서) [ 책의 본문에 수록]

영화 26년은 2012년에 개봉된 영화다. 당시에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쳤던 기억이 난다. 특히 경호원 중 한명이 유독 기억이 난다. 인정해버리면 자신이 한 일이 그저 살인에 지나지 않는 일이된다는 사실에 영화속 대통령에게 칼날같은 눈빛으로 몰아세우던 인물이다.

역사가 제대로 조명되어 기록되는 것이 명령이든 아니었든 가해자가 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일지 모른다. 시대가 그러했다고 뭍고 가고 싶은 심정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피를 흘리고 눈물을 흘리고 여전히 메워지지 않는 어떠한 것들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이대로 사라지는 역사는 의미가 없다. 그토록 아팠고 처절했기에 더더욱 기억하고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아픔을 아파본 사람만이 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부러 아프기 위해 뜨거운 물을 모두에게 일일이 부어부어야 하는것이 아니듯 아픔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100%는 아니라도 아픔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픔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또다른 아픔을 막는 길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 그것은 그 역사의 '참된 아픔'을 기억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5월의 푸르던 날, 그때의 바람이 지금의 우리에게 닿습니다.

꽃잎이 바람에 휘날려 떨어져내리듯, 하늘로 가신 많은 민주화의 꽃님들을 기억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