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 자기만의 방에서 그녀를 읽는 시간
이택광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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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이름을 아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라는 시를 통해서가 가장 대중적일 것이고 그 외 다른 이유로 이런 여성 작가가 있구나하고 알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여성의 교육이 당연하게 이루어지지 않던 시대에 태어나 많은 책을 읽고 문학을 분석하며 많은 소설과 글들을 남긴 그녀지만 그런 그녀라고 시대적 차별을 피해갔던 것이 아니기에 그녀의 글들은 더더욱 생명력을 태우며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 속에서 여성인 그녀가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꾸준히 길들여지는 법을 배웠다는 것을 보며 그녀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열정들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꾹꾹 눌러담아져 억압받았을지, 그녀의 책들을 통해 그녀의 열정들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억지로 가둬지는 것은 결국은 넘쳐흐르거나 혹여는 사그라들어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법인데 그녀의 열정은 사그러든 것이 아니라 터져나온 홍수와 같았다는 점에서 문학사에서는 좋은 이변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시 여성의 교육이 불필요하게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고 한국의 버지니아 울프들이 언젠가 그녀의 책을 읽고 그녀의 생각을 배우며 활동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의붓 오빠들에 의한 성폭행과 부모님과의 사별등으로 버니지아의 울프는 정신적 병세가 시작되며 점점 심하게 병들어 갔는데 끝내 그녀의 삶에서 그녀를 집어삶키게 되었다.

만약 그녀의 살아생전 병이 호전되었다면 지금의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의 소설들이 야누스처럼 두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찾아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의 자살이 더더욱 안타깝다


[올랜도]의 실제 모델이 울프의 동성연인이었다는 점에서는 사실 실제모델이 존재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동성연인이란 부분에서 겹겹의 놀라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한결같은 이해로 그녀를 사랑했던 남편을 생각하면 그녀가 삶의 끝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그 순간조차 남편을 생각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부분적으로 궁금한 것이 생기면 인터넷을 찾아보곤 했는데 그녀의 삶에서 축복받은 것은 그녀의 글들과 그 글들을 쓸 수 있도록 그녀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며 아낌없이 사랑해준 남편인듯하다. 그녀를 위해 출판사 자체를 차린 그가 아니던가.



당신은 제게 한결같이 인내하고 대단히 친절하게 대해 줬어요.

전 그걸 모든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기를 원해요.

만약 누군가 저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건 당신이었을거에요.

버지니아 울프의 유서 중.



스스로 정신이 온전치 않음을 인지하고 그로 인한 불안감과 고통속에서 유일한 구원이 있다면 남편이었을거라는 말, 마지막 순간까지도 글로 마음을 전한 버지니아 울프다운 사랑이다.

본인이 가려고 마음 먹은 길을 가면서도 역시나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표현했다는 점은 과연 그녀 답지만 남은 이의 가슴에 얼마나 아팠을까.


차고 넘치는 책들이 각각의 모양새가 다른 토끼, 코끼리와 같은 각각의 종이라고 했던 울프처럼 책을 대함에 있어 각양 각색의 동물을 떠올리는 것은 책을 좀더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녀는 정말 책, 문학을 사랑했기에 그토록 사랑스러운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문학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넘치는 책이다. 그녀의 소설들이 어떠한 삶속에서 어떠한 일들로 파생되어 쓰여졌는지, 그녀의 주변에 있던 인물들이 그녀의 소설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그녀의 삶이 이토록 화려한 불처럼 그럼에도 깊은 심연처럼 어두웠는지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반짝일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될 필요가 없다.


오롯이 '나'라는 자신이 되는 시간을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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