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임꺽정 9권(화적편 3)-홍명희, 사계절

임꺽정 9 - 화적편 3, 개정판 ㅣ 홍명희의 임꺽정 9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소설의 구성 5 단계 발단, 전개, 위기 , 절정, 결말 중에 거의 절정단계에 이른 부분이다.

9권의 전반부에는 청석골의 도적일지라도 풍류와 멋을 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종실 단천령이라는 피리 잘부는 사람을 내세우고 영변 기생 초향이의 가야금으로 절묘한 조화를 통해

청석골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하고자 했다.

임꺽정의 거친 성정으로 자신의 부하라 할지라도 자신의 명령을 어기는 자는

가차없이 죽이는 도적 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학문이나 지조, 풍류, 예의를 아는 선비나 양반들은 극진히 대접하는 인간다운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마지막 1권을 남겨 놓은 가운데 임꺽정을 읽으면서 전반적인 느낌은

임꺽정의 주변 선조들이 훌륭하다는 사실로 인해 임꺽정이 두각된 것이지

임꺽정의 인물다움은 그리 높이 평가하고 싶지 않다.

힘이 세다는 이유로 부하들에게 마구 대하는 면이 없지않고,

영웅이라 해서 이기적인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상황판단이 좀 둔한 면이 있어 안타까울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잡혀온 평산, 봉산 선비 중에 신진사라는 선비의 꿋꿋한 정신을 내비치면서

죽기를 각오하고 내 맽은 말에서 임꺽정이 정말 의적일까 아닐까 하는 부분에서

많은 의문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p. 39 의적이 되려면 의로운 자를 도웁기 위하여 불의한 자를 박해하고

약한 자를 붙들기 위하여 강한 자를 압제하고 또 부자에게서 탈취하면 반드시 빈자를 구제하여야 할것인데

그대네의 소위는 빈부와 강약과 의, 불의를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박해하고 압제하고 탈튀하되 인가에 붙놓기가 일쑤요,

 인명을 살해하는 게 능사라 하니 이것이 그대네의 수치가 아닐까.  -신진사의 말-

 

의적으로 유명한 홍길동 전을 읽으면 불의한 짓으로 재산을 모은 자들에게서 탈취하여

가난하고 힘든 자들을 도와주는 진정한 의적의 모습을 볼수 있지만

임꺽정의 일당들이 보여준 도적질은 자신들의 먹고 삶에 달려 있는 행위로 비쳐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임꺽정 앞에 의적이라는 말이 붙어 있었나 하는 문제는 도둑이 영웅이 되려면

당연히 의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리의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막바지에 치닿는 평산에서의 싸움을 시작으로 마지막 권에서 벌어질 관군들과의 전쟁과

배신한 서림이의 행동을 눈여겨 보아야 겠고, 임꺽정의 말로가 어떨지 궁금해 하면서 유종의 미를 장식해 보아야겠다.

[일본소설] 악의-히가시노 게이고,양윤옥, 현대문학

악의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소설이라서 그런지 가가 형사는 거의 완벽한 추리를 해내는 형사로 그려지고 있다. 자신의 고백수기를 적어내고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람의 범행동기를 글로 적은 낸 것을 보고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가 형사는 범행동기 조차 완벽하게 추리해내고 싶어하는 치밀한 형사였다. 아니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형사를 만들어 내고 싶었던 것이다. 현실속에도 많은 살인사건이 있을 것인데, 그에 대한 범인을 검거하고 동기를 밝혀내고, 증거를 찾아 형을 집행하게 된다. 그런 과정중에 진실은 묻어 둔채 결과만을 응징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정확한 진실, 진실의 동기를 알고 싶어 인간의 내부 심리를 꿰뚫어 보는 냉철함을 지닌 가가 형사는 이 소설속에서 결국 밝혀 내고야 만다.
가가 형사는 <졸업>이라는 히가시노의 작품에 첫 등장하여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있고, 검도도 잘하는 대학생으로 시작하여 교사로 있다가 결국은 자신의 천직인 형사로 전직하게 된다. 그런 가가 형사는 철저한 인간미와 온화함까지 가지고 있는 형사로 비춰지고 있는데, 사건의 증거와 동기를 밝혀 내는 데에는 철저함과 완벽함을 보여준다는 데 더 매력을 느끼게 한다.

보통 저지른 일의 결과와 증거만을 찾아 헤매는 것이 형사일것인데, 그런 결과를 가져온 동기에서는 크게 염두해 두지 않는게 실정이다. 그것도 인간의 마음, 그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어둠의 이면인 <악의>가 동기였다니 더욱 흠찔함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었다.

그런 철저한 범행동기를 밝혀 내기 위해 가가 형사는 범인의 옛과거를 철저히 밝혀내고, 심문을 하기 위해 발품을 판다.

과거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느정도 잊혀지거나 퇴색되어지기 마련이지만 그런 퇴색함도 무력하게 동기를 밝혀내기 위한 추리는 계속되었다.

이 소설 구성의 스토리 하나도 짜내기가 어려울텐데, 히가시노 작가는 소설속의 소설 작품을 위한 스토리를 몇편이나 더 생각해 내고 , 가가형사에 의해 요약되어진 것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작가는 항상 창작의 고통에 시달려야 함은 어쩔수 없는 일일 것인데, 그런 수고를 잘 인내해 내게 되고, 그 속에서 독자는 트릭이라는 사실을 인지 하지 못한채 반전의 결말에 놀라고 만다.

 작가들의 세계를 잘 알수 없지만 창작을 잘 해내지 못하는 슬럼프에 빠진 작가들은 고스터라이터를 둘 정도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그런 있을 법한 소재를 가지고 범인은 그것을 역이용해 트릭을 만들어 낸다. 자신이 고스터라이터의 피해자인 것 마냥 꾸미고 죽은 피해자 작가가 악의가 있는 이미지로 묘사되게 자신이 직접 '고양이 죽이기' 일도 꾸며낸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악의는 어찌 보면 특별한 이유 없이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라는 자조적인 독백이 오히려 이유가 되어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 현실 학교 생활에서 겪고 있는 왕따 문제도 조용하게 지내는 어떤 친구를 두고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유없는 미움으로 계속 괴롭히게 되는 것을 보면 인간에게는 그런 심리가 내재되어 있는 듯 하다.

범인이 퍼트려 놓은 수기라는 트릭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오히려 뒤바뀔수 있다는 사실에 더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것이 이소설의 매력이다.

 

343 '인간을 묘사한다'라는 말입니다. 한 인물이 어떤 인간인지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글을 써서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뜻일텐데, 그건 단순한 설명문으로는 어렵다고 하더군요. 아주 작은 몸짓이나 몇마디 말 같은 것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그 인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도록 쓰는 것이 '인간을 묘사한다'라는 것이라던데요?

당신은 거짓으로 점철된 수기를 통해 히다카 구니히코라는 인물의 잔혹성을 묘사하여 일찌감치 독자 , 즉 우리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준비한 에피소드가 '고양이 죽이기'였던 것이지요.

 

345 10여년전에 나 자신이 경험했던 그일이 생각나는 군요. 기억하시는 지요. 내가 가르쳤던 학생이 졸업식 직후에 자신을 괴롭혀온 학생을 칼로 찔렀던 사건. 그 때 왕따의 주모자였던 학생이 했던 말이 있습니다.

"아무튼 마음에 안든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노노구치씨 당신의 심경도 그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당신 스스로도 이해할수 없는 히다카씨에 대한 깊디깊은 악의가 잠재되어 있었고, 그것이 이번 사건을 일으키게 한 동기가 아니었을까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솜씨에 매료 되고 싶은 독자는 계속 읽어야 나가야 할것이다. 그의 작품은 엄청나게 많이 있다.

[한국소설] 임꺽정 8권( 화적편 2)-홍명희, 사계절

임꺽정 8 - 화적편 2, 개정판 ㅣ 홍명희의 임꺽정 8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우리 나라 민속놀이 중 하나인 단오날을 즈음하여 큰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나라에서도 크게 환영하고 밀어 주고 있는 송악산 굿이 열리는 때일 뿐아니라

이때에 있는 단오날 그네뛰기를 하려고 많은 아낙네들이 송악산으로 몰려 든다.

아름다운 황천왕동이의 아내를 잡아 욕을 보이려는 무리들이 있어

그들을 혼내주는 가운데 여러가지 일이 겹쳐 일어난다.  

책의 표지에도 그네 뛰는 모습을 부각 시키고 있고,

단오날 사건을 계기로 임꺽정은 <소굴>을 넓혀 나가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임꺽정의 성정이 급하고 독선주의적인 면이 나타나고,

임꺽정을 따르는 무리 들 중에서 한사람씩 배신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 때부터 임꺽정이 마져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마는데...

하지만 여기에서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임꺽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있는데,

임꺽정이가 새로 부임한 봉산 군수 윤지숙을 혼내주려고

양반행세를 하면서 그들을 희롱하고 윤지숙의 말까지 빼앗아 달아나는 장면이 나온다.

독자들로 하여금 통쾌하게 만드는 사건이라 하겠다.

임꺽정의 성정으로 인해 따르던 두령들을 죽이게 되기도 하지만

꺽이지 않는 임꺽정의 위세는 날로 더해가는 시기로 나온다.

정비된 임꺽정의 화적패와 관군들의 쫓기고 쫓는 ,

힘과 지략의 한바탕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기로 해보자.

아직 2권이 남아 있다.

[한국소설] 임꺽정 7권 (화적편 1)-홍명희, 사계절

임꺽정 7 - 화적편 1, 개정판 ㅣ 홍명희의 임꺽정 7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어느덧 임꺽정 시리즈 10편의 전권중에서 7권을 접어 들었다. 7권은 마지막 편인 화적편의 시작이다. 화적편의 시작은 임꺽정의 기행으로 시작된다. 청석골이 평양봉물 탈취 사건으로 관군의 습격이 염려되어 모두들 뿔뿔히 흩어져 지내기로 하고 광복산으로 가 자리를 잡게 된다. 그때 쯤에 임꺽정의 흉내를 내면서 갖은흉폭한 짓을 하는 자들이 많아져 이를 알아 보고자 임꺽정이 서울로 가게 된다. 그 이후로 임꺽정이는 오입쟁이로 바뀐다. 영웅 호색이라고 했던가? 백두산 허장령에서 만난 운총이와 백년 가약을 맺으면서 기집질을 안하기로 맹세했다던 임꺽정이었는데.... 

임꺽정을 변호하자면 이것은 임꺽정이의 남을 돕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나 할까.

빚때문에 윤원형의 첩으로 팔려 가게 된 처녀와 정혼자가 급살맞아 죽은 후 가약한번 맺어 보지 않고 과부 노릇하면서 살아가는 처녀와 열녀 노릇하면서 돋힌 화병으로 주위를 못살게 굴던 열녀를 아내로 맞이한 것이다.

좋이 말하자면 <인본주의>정신에 입각한 임꺽정이의 박애심 때문에 이들을 다 거둬 들인것이다.

하지만 본처 입장에서는 두고 볼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오매 불망 형제 결의한 두령들이 다시 모일 날만 기다리고 있건만 임꺽정은 치마 폭에 쌓여 지내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우리의 임꺽정이 어떤 사람인가 . 단번에 무베버리듯 아내 셋을 버리고 다시 결의 맺은 형제들에게 가서 청석골의 재건하기에 나서는데, 8권에서는 정작 바라던 관군들을 혼내주고 탐관오리들을 벌하는 진정한 의적의 모습을 볼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이러나 저러나 7권은 화적편 1권이 아니라 임꺽정이 오입편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기행을 볼수 있으니 이것또한 재미가 만만치 한다.

진정한 쫓고 쫓기는 스팩타클한 액션을 다음권에 기대해 보기로 하자.

[한국소설] 임꺽정 6권 (의형제 3)-홍명희, 사계절

임꺽정 6 - 의형제편 3, 개정판 ㅣ 홍명희의 임꺽정 6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이제 임꺽정의 이야기도 중반을 넘어 서고 있다. 1-3편까지는 역사적 사실이 가미되어 갑사사화, 중종반정, 기묘사화, 을묘사화 등 정치적 암투및 을묘 왜변을 주측으로 한 정계 내부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4-6편까지의 의형제 편에서는 청석골의 두령들 즉 임꺽정을 제외한 7명의 수령들의 개인사와 성장 과정들이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게 술술 읽혀 지는 편이다. 5편에서 <황천동이><박유복><곽오주><길막봉이><배돌석><이봉학>의 이야기가 재미나게 펼쳐지고, 6편에서 <서림>의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나온다. <서림>은 청석골의 모사로 인정 받기는 하지만 자기 잇속에 능한 사람이라 이사람의 배신으로 청석골이 화를 입는다는 사실이 복선에 깔려 나온다.

의형제 3편에는 안성관가에 잡혀있는 길막봉이를 구해 내오는 과정에 갖바치 선생님이 계셨던 칠장사에서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 나온다. 갖바치 선생님의 입적하시고 이를 기리기 위해 목불을 만드는 과정과 이 과정에서 형제결의를 하게 된다. 곽오주가 서림이가 형제 결의를 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서림이가 끼면 자신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데 이때 서림이는 자신은 형제 결의에는 관심이 없다고 빠지게 된다. 이런 모습에서 언제든지 자신의 잇속과 상관이 멀어지면 배신을 할수 있다는 서림의 성격과 앞으로 펼쳐질 청석골의 운명이 조금씩 보이기도 한다.

 

한국사를 공부해 본 분들은 잘 알겠지만 조선시대의 정당의 대립을 잘 알고 있을 터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인 사화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화들의 사건을 기억해 내고 그에 해당되는 사화의 이름을 외워 내려면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임꺽정을 읽은 분이라면 이런 걱정은 들어 두어도 좋을 것이다. 성종시대부터 나오는 역사적 배경이 성종실록의 요약본을 보는 듯 하고, 그 이후에 펼쳐지는 연산군시대와 중종실록, 인종실록, 명종 실록 등이 필름의 흐름처럼 머리에 각인이 되게 해준다. 역사 공부는 절로 되는 판국이라 하겠다.

 

그리고 임꺽정을 읽는 동안 우리 나라 지리명이 두루 두루 나오고 있어 휴전선 이남의 지명이야 우리 에게 익숙하지만 북한지역의 지명이 생소하게 다가 오는데, 여행을 다니던 갖바치 선생과 임꺽정의 유람에서 보면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의 여정으로 여러 지명을 훑고 지날수 있다. 또한 을묘왜변당시의 전쟁상에서도 전라도의 여러 지명과 병비장으로 활약하던 이봉학의 왜적들의 동태를 순시하는 여정에서도 전라도와 또한 제주도 까지 두루 알게 된다.

정말 임꺽정을 읽으면 역사공부가 보이고, 지리공부가 절로 보인다는 것이다. 옆에 우리나라 전도를 옆에 두고 같이 읽으면 더욱 머리에 생생하게 기억되어 질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화적질편을 기대해 보건대 비상한 계략으로 탐관오리들을 혼내주는 이야기들과 쫒고 쫓기는 형국을 보면서 아슬아슬한 기분을 맛볼수 있으리라는 예상에 임꺽정을 읽는 재미가 더 해질 것이다.